“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적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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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적응합니다”
  • 전남교육소식
  • 승인 202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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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 입학하는 완도군 노화도 유찬이네 가족
노화초 입학을 앞둔 유찬이. 앞줄 왼쪽부터 동생 조유빈, 형 유승, 유찬. 뒷줄 아빠 조상현, 엄마 신은진. 그리고 반려견 보리. 

“우리 아이는 반에서 제일 작아요. 그래도 다른 친구들에게 치일까 걱정이 되진 않아요. 유치원 때부터 봐 온 친구들이니까요. 부모끼리도 끈끈하고.” 완도군 노화도에 사는 조상현·신은진 부부가 둘째 유찬이를 보며 말했다. 유찬이는 노화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니다 올해 노화초에 입학한다.

“걱정없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도 처음 학부모가 되었을 때는 두려웠다. “첫째가 입학하던 날엔 펑펑 울었죠. 벌써 학교 갈 정도로 컸구나 싶어 대견하기도 하고, 둘째 셋째 육아하다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게 미안하기도 해서요.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할지 걱정도 됐어요. 화장실에서 뒤처리는 제대로 할까 이런 거요. 나중에 담임선생님께 여쭤보니 아주 잘한다 하시더라구요. 집이랑 학교랑 다르게 행동한다는 걸 알았죠. 둘째가 입학을 앞뒀는데, 예전보다 마음은 가벼워요. 우리 아이들이 부모 생각보다 잘 적응한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선생님들의 노력도 불안을 없애는 데 한몫했다. “등·하교할 때 교장선생님께서 거의 매일 나와 맞이하고 배웅하세요. 유치원 아이들까지 이름 다 외워 불러주시고. 학교가 정겨운 분위기라 신뢰가 가죠.”

유치원에 다니며 다정함을 피부로 느낀 유찬이에게 학교는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흥미로운 놀이터처럼 다가왔다. 첫 등교를 기다리며 긴장은커녕 벌써부터 신이 난 것. “학교 가면 친구들이랑 축구하고 싶어요.” 메시, 손흥민 등 축구스타들의 세레머니를 다 외우는 ‘축구광’ 유찬이가 개학을 기다리는 이유다. 그는 초등학교 중간놀이 시간에 운동장에 나와 풋살을 하는 형들을 보며 부러웠다고 했다. 유치원엔 없는 시간이었기 때문. 한
달 전부터 싸둔 가방과 하얀 실내화가 유찬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부르면 언제라도 학교로 달려갈 것처럼 보였다.

유찬이와 유승이의 체육시간. 개학은 연기됐어도 축구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아요.

 

조상현·신은진 부부도 5년 전 어촌살이에 첫 도전했다. 2015년 1월, 조 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충남 당진에서 완도 노화도로 터전을 옮겼다. 보성이 고향이지만 조 씨는 어렸을 적부터 바다를 동경해 어촌살이를 꿈꿨다. 귀어·귀농·귀촌이 늘고 있는 전남에서 특히, 우리나라 최대 전복 생산지로 알려진 노화도는 귀어 일번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가족들은 대부분 만류했다. 특히 어촌에 살고 있는 누나의 걱정이 컸다고. “바닷일 배울 때 손에 잡힌 물집이 터지고, 살도 까지고 쓸리고, 피 많이 봤죠. 후회도 했는데, 이미 배 떠났으니까 살기 위해 열심히 배웠지요.” 부부는 집을 구하지 못해 어린 자녀 셋과 마을회관에서 지내기도 했다. 첫 발을 떼는 일이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음을 경험으로 배웠다.

“그래도 선택 잘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거든요.” 조 씨가 말했다. 방 세 칸짜리 새 집에서도 마을회관 단칸방에서처럼 온가족이 한 곳에서 옹기종기 붙어잔다고. “우리 아이들이 도시에 있는 친구네 아이보다 훨씬 감기도 안 걸리고 튼튼해요.”

건강이 제일이라는 은진 씨는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어 집에 있는 유승, 유찬, 유빈 세 남매와 매일 이치산을 오르내린다. 30분쯤 가볍게 걸은 후 산에서 내려와 아이스크림을 먹는 시간이 남매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일과라고. 남매는 자전거 타고 노화중 운동장을 돌거나, 집 앞마당에서 축구를 하며 부대끼고 있다.

“학교 안 나갈 때도 선생님께서 온라인으로 아이들 학습지도를 해주시더라구요. 어제는 유승이가 전남-e학습터 과제에 푹 빠져서 밤 12시까지 잠을 안 잤어요.” 은진 씨가 말했다. 전남교육청은 온라인 기반 학습 시스템, 전남e-학습터를 운영해 개학 연기로 인해 생긴 교육공백을 줄였다. 현장에서 학생들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았다.


“하고 싶은 거 좋아하는 거 즐겁게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러 살아갈 줄 아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어요.” 출발선에 선 아이를 응원하는 모든 학부모의 공통된 기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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