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을 떼다] 모교로 첫 발령난, 완도수산고 청해진호 이찬호 주무관

완도수산고 이찬호 주무관
완도수산고 이찬호 주무관

자신이 졸업한 학교에서 근무하면 어떤 느낌일까? 지난 3월 1일, 이찬호 주무관은 모교인 완도수산고등학교로 첫 발령이 났다. 완도수산고는 전국 유일의 수산 마이스터고등학교라는 명성에 걸맞게, 440톤짜리 배를 실습선으로 운행하고 있다. 청해진호다. 이 주무관은 이 배에서 기관원으로 일하고 있다.

어렸을 적 이 주무관의 꿈은 ‘마도로스’였다. 먼 바다에 나가 참치를 잡는 배의 선원이 꿈이었던 서울의 중학생은 완도까지 고등학교 ‘유학’을 오게 되었다.

“매년 학생들이 가깝게는 목포, 동해, 인천으로 멀게는 중국, 대만, 일본까지 청해진호를 타고 항해 나가요. 저도 2학년 때 인천으로 실습을 나갔는데, 그날 파도가 높아서 선반에서 물건이 떨어지고 난리가 났어요. 엄청 무서웠는데, 끝까지 침착하게 파도를 헤쳐 나가는 선장님의 뒷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지금 우리 선장님이시죠. 그때부터 나도 이 분처럼 되고 싶다, 생각한 거 같아요.”

청해진호와 이 주무관
청해진호와 이 주무관

청해진호 안에는 17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중 13명이 완도수고 졸업생이다. 덕분에 일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배가 정박해있을 때가 더 바빠요. 선내 관리도 하고, 배 수리도 하고. 페인트칠, 청소, 학생들 침낭 교체도 다 저희가 해요. 20년이 넘은 배여도 상태가 좋은 이유예요.” 쪼그려 앉아 페인트칠 중인 선배 선원들을 보며 그가 말했다.

구성원의 동질성 덕에 적응도 쉬웠다. 그는 11월부터 청해진호에서 수습 과정을 밟았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터라 일머리가 없었다고. “얼른 배워서 저도 한 몫하고 싶어요.” 학습의 공간이 일터가 된 이찬호 주무관에게 선생님은 동료가 되었고, 후배들이 학생이 되었다.

“학교 후배들이 저처럼 청해진호로 오면, 저도 든든한 선배가 되고 싶어요. 한 20년 후엔 저도 학생들에게 멋진 뒷모습을 남기는 선장이 될 수 있겠지요.”

글ㆍ사진 조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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