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평생교육관 그림책 읽어주는 책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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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읽어줄 때 우리는 선생님”

광양평생교육관 그림책 읽어주는 책 친구

 

고등학생, 어린이, 평생교육관이 그림책을 고리로 만났다. 그랬더니 1+1+1이 3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쑥쑥 커지는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 광양의 ‘그림책 읽어주는 책 친구’ 프로그램 이야기다.

7월 12일, 전남교육청광양평생교육관에 광양 광영고등학교 학생 21명이 모였다. 고등학생들은 네다섯 명씩 조를 짜서 그림책 읽어주기 활동을 시작했다. 듣는 이는 광양 혜화유치원 어린이들. 그림책 구연이 시작되자 어린이들의 재잘거림이 쑥 잦아들었다.

이날 활용된 그림책은 모두 5권. 광영고 학생들은 도서별로 팀을 꾸려 낭독을 마치고 인형을 활용한 역할극도 진행했다.

그림책 <고 녀석 맛있겠다>는 공룡이 많이 나오는 그림책이라서 팀원 모두가 공룡 역할을 맡았다. 언니오빠들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공룡 이야기에 어린이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그림책 <알사탕> 팀은 독후 활동으로 알사탕 만들기를 진행했다. 클레이 반죽으로 알사탕 모형을 만든 후 그 속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은 색종이를 넣었다. 어린 고사리손이 종이접기를 잘 하지 못하면 ‘언니오빠’ 선생님들이 차근차근 도와줬다. 자신보다 열 살 어린 꼬마들을 돌보는 고등학생들이 한층 어른스러워 보였다.

‘그림책 읽어주는 책 친구’ 프로그램은 재능기부이자 지역공동체 활동이다. 한 지역에 살아가는 청소년과 어린이가 만나 사귐과 배움의 장을 펼친다. 한 가정에 자녀가 1~2명 정도인 요즘 시대에 지역사회에서 유사 가족을 형성해 보는 귀한 시간이다.

광영고 1학년 신유나 학생은 “어린이를 좋아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엔 너무 떨려서 좀 못한 것 같은데, 아이들이 잘 따라주어 고마웠다. 시간 분배, 돌발상황 대처, 진행능력 등을 보완하고 싶다”고 말했다. 1학년 박빛나래 학생은 “어린아이를 처음 대해 신선했다. 아이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개발하고 싶다”고 되새겼다.

 

올해 2년차, 학생강사들 나날이 성숙

‘그림책 읽어주는 책 친구’는 2년차인 올해 완성된 프로그램이다. 시작은 지난해 광영고의 황왕용 사서교사가 응모해 따낸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1318 책벌레들의 도서관 점령기: 책 읽어주세요’ 사업이다. 황 교사는 활동비와 도서구입비를 지원받은 후 광양평생교육관에 제안해 협업을 시작했다.

교육효과를 확인한 광영고와 광양평생교육관은 올해 광양평생교육관이 직접 주관하는 공모사업으로 보완했다. 광영고, 용강중 등 2개 학교에서 53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게 됐다. 이들은 지난 3~6월 매주 한 차례씩 독서지도 교육을 받았다. 광양평생교육관 소속인 김양희 독서토론 전문강사가 지도를 맡았다. 학생들은 그림책의 특징과 효과, 낭독법, 독후활동 지도법 등을 배웠다.

교육을 마친 학생들은 세 차례 재능기부에 나섰다. 첫 회인 7월 12일 광영고 학생들이 혜화어린이집 원생들에게 활동을 펼친 직후, 용강중 학생들은 용강초 1~2학년생과 용강어린이집 원생들을 만났다. 3개월 교육의 성과를 3회 실전 속에서 확인하고 발전시키는 구조다.

실전 첫 회부터 학생들은 자신의 유년기 추억을 복기하고, ‘선생님’으로서 책임감을 맛보았다. 이 활동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가 되니 관련 계통으로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실용적이기도 하다.

황왕용 교사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독서의 효능감을 얻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해 연속 활동하는 2학년생의 경우 성장세가 남다르다.

2학년 김예지 학생은 “1년차 때는 아이들의 정서발달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 올해는 작년 활동 내용을 참고해 보완을 하고 있다. 우리 재능기부가 아이들에게 유의미하다는 것을 매번 확인하고 있고, 장래희망이 중·고교 교사라서 이 활동이 내게도 무척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림책의 의미 재발견 중”

광영고 학생들은 이 활동을 통해 그림책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됐다. 그림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읽는 책이라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이야기에 숨은 의미를 발견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이들은 세계 최고의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작품 등 그림책을 엄선해 학습을 하고, 재능기부 때 사용하고 있다.

김예지 학생은 “지금까지는 강사 선생님이 그림책을 1차로 엄선해 소개해주신 후 학생들이 최종 책을 골랐다. 2학기 때는 우리가 직접 책을 발굴할 수 있을 만큼 안목을 기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업 담당자인 광양평생교육관 김연화 주무관은 “교육으로 끝내지 않고 재능기부까지 진행하려니 조금 무리일까 우려했는데 학생들의 모습이 놀라웠다. 지역사회 환원이라는 측면에서도 좋은 활동이다”고 덧붙였다. 광양평생교육관은 올해 활동을 마무리하면 학생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내년에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글 이혜영 사진 김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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