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전남학생교육수당 시행

특집

전남의 초등학생에게만 드립니다

3월부터 전남학생교육수당 시행

전남교육청이 이달부터 전남학생교육수당을 지급한다. 전남의 모든 초등학생에게 연간 최대 120만 원을 바우처 포인트로 지원한다. 학생들은 옷, 신발, 안경, 도서, 학습준비물 구입과 문화예술 공연 관람, 각종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 태권도에 도전하는 딸

인영 씨는 초등학생 딸을 키우고 있다. 며칠 전 딸이 불쑥 “태권도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운동하겠다는 딸이 대견하면서도 인영 씨는 내심 걱정이 됐다. 학원비가 만만치 않은데….

그때 ‘전남학생교육수당’ 바우처카드가 생각났다. 이거다 싶었다. ‘바우처카드로 10만 원을 지불하고 부족하면 추가금 내면 되지, 뭐’ 인영 씨는 호탕하게 말했다. “그래, 마음껏 날아봐라!”

인영 씨는 30년도 더 된 자신의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렸다. 삼남매의 막내였던 인영 씨는 호기심이 많았다. 특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학교 미술부에 들었다. 학원도 다니고 싶어 엄마에게 미술학원을 보내달라고 졸랐지만, 엄마는 늘 “다음에”라며 말끝을 흐리셨다. 그 옆얼굴이 쓸쓸해 보여 더 이상 묻지 못했다. 어린 나이였어도 넉넉치 못한 집안의 사정을 잘 알았다.

‘그때 미술학원을 다녔다면 미술의 신세계를 열었을까?’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되든 안 되든 내 안의 가능성을 원 없이 풀어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딸아이의 태권도는 어떻게 흘러갈까, 인영 씨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 책 사 읽는 아들과 아버지

요즘 아이들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한다. 솔직히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아이에게 “책 좀 읽어라”라고 잔소리를 할 수가 없다. “아빠도 안 읽잖아요!” 하는 반격이 훅 들어오니까.

성우 씨의 초등학생 아들이 전남학생교육수당을 받았다. 농협 바우처카드 형태다. 앞면에 ‘전남 꿈 실현 공생카드’라고 적혀있다. ‘매월 10만 원씩이라니 쏠쏠하군. 이걸 어디다 쓸까.’ 예체능학원, 체육시설, 영화관, 독서실, 문화센터, 문방구, 놀이공원, 악기점, 옷가게, 신발가게…. 아들은 학원에 별 흥미가 없고 성우 씨도 억지로 보낼 생각이 없다. 특정 스포츠보다는 친구들과 자유롭게 노는 걸 좋아한다. 아들은 소비 욕망도 아직 눈을 뜨지 않아서 뭘 사달라고 조르는 일도 딱히 없다. 집 주변에 체육시설이나 문화시설도 별로 없다. 성우 씨도 바빠서 먼 도시까지 데리고 다닐 상황이 아니다.

‘남은 건 하나, 책을 읽게 하자.’ 자신도 안 읽는 처지라 멋쩍었지만 꾀를 냈다. 성우 씨는 아들에게 솔깃할 조건을 내걸었다. “다 읽고 독후감을 들려주면 아빠가 책값에 해당하는 용돈을 주마, 이른바 페이백이다.” 그렇게 아들의, 아니 부자의 독서가 시작됐다. 아들과 책으로 대화하려면 성우 씨도 그 책을 읽어야 하니까. 한 권, 또 한 권…,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력과 속도가 좋아졌다.

부수적 효과도 발생했다. 아들의 게임 시간이 줄었고, 부자간 대화도 늘었다. 책 구매 주기가 점점 짧아졌다. 책값이 만 원을 훌쩍 넘어가기 때문에 월 10만 원 수당은 ‘순삭’됐다. 덩달아 아들에게 주는 책 용돈도 늘어나게 됐지만 성우 씨는 아깝지 않다. 아들이 용돈이라는 ‘떡고물’에 집착하지 않고, 독서 자체를 즐기는 것 같기 때문이다.

교육복지와 지역발전

두 날개 달아주는 전남학생교육수당

인구가 급감하면서 학령인구도 줄고 있다. 지역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위기감이 만만치 않다. ‘살고 싶고, 아이를 낳고 싶고, 이사 오고 싶은 지역’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교육환경 마련은 최선의 대안 중 하나다. 전남교육청이 올해 3월부터 ‘전남학생교육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한 이유다.

전남의 모든 초등학생들이 이 수당을 받는다. 8만 2,000여 명이 대상이다. 16개 군 지역(무안군 제외) 학생에게는 1인당 매월 10만 원을, 5개 시 지역과 무안군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에게는 매월 5만 원을 지급한다.

지급액을 두 권역으로 나눈 기준은 2021년 10월 행정안전부 고시이다. 행안부는 전국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해 고시했다. 전남은 무안군과 5개 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전남교육청은 인구감소가 심각한 지역에 교육수당을 더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전남교육청은 2022년 포럼을 시작으로 각계각층 지역민들과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2023년 12월 전남도의회 본회의에서 관련 예산안이 통과되며, 사업이 확정됐다.

올해 3월 첫 교육수당 지급을 앞두고 실무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전남교육청은 지난 2월 농협은행과 공동 운영 협약을 맺었다. 농협은행이 전남학생교육수당 바우처카드를 제작하고 발급하는 등 관리업무를 맡기로 했다. 또 학생들에게 교육수당을 활용한 금융과 경제 교육도 지원하기로 했다.

전남학생교육수당은 이 바우처카드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 보호자가 신분증을 가지고, 가까운 농협 영업점으로 방문하거나 온라인(농협카드 누리집)을 통해 카드를 신청하면 3~5일 이내에 우편으로 배송된다.(자세한 내용 9쪽)

전남학생교육수당은 일차적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지원한다. 일회성 수당이라면 이벤트로 끝나지만 매월 받는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학생은 꾸준히 자기 계발 활동을 할 수 있고, 학부모도 교육비 절감 효과를 체감하게 된다. 또 체육시설, 문화센터, 예체능 학원, 문방구 등 관련 시장의 소비가 늘어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남교육청은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교육수당 사용처를 도내로 제한했다.

8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매월 수당을 소비하므로, 장기적으로 교육인프라가 늘어날 수 있다. 카드 운영과 경제교육 지원을 맡은 농협은행도 협동조합으로서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게 된다. 지역사회 기여는 협동조합 운영 원리 중 하나이다.

이처럼 전남학생교육수당은 교육복지와 지역발전이라는 두 날개를 만들어간다. ‘전남에서는 아이를 낳아 기르기 좋다’, ‘전남으로 이사가자’는 인식이 정착할 때까지 전남교육의 날갯짓은 계속될 것이다.

전남 꿈 실현 공생카드

전남학생교육수당 바우처카드의 이름은 ‘전남 꿈 실현 공생카드’이다. 학생들의 꿈 실현을 응원한다는 사업 취지를 그대로 담았다. 전남교육청은 지난 2월부터 신청을 받아 3월부터 지급을 하고 있다. 내년 2월까지, 매월 20일 ‘전남 꿈 실현 공생카드’에 포인트로 지급된다.

전남학생교육수당 홈페이지 
콜센터 061-260-0266~7/0283/0286~7

정리 이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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