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든든한 환경운동가 박수완 씨

사람

북극 남극 이야기보다
우리 동네 폭염 피해부터

 

든든한 환경운동가 박수완

 

전남녹색연합 사무국장. 2009년 광양만권녹색연합 창립과정부터 참여해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녹색연합은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우리나라 양대 환경단체 중 하나로, 1991년 창립해 9개의 지역조직을 두고 있다. 광양만권녹색연합도 그중 하나. 2022년 전남녹색연합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남 전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광주에 있는 광주전남녹색연합과 함께 한빛원전 노후원전 사용연장 반대 등의 사안에 공동대응하고 있다.

전남녹색연합은 그동안 광양만권 국가산단 오염문제 감시, 섬진강·백운산 등 자연보호, 동물 이동권 보호활동, 어린이 생태교육과 마을학교, 녹색시민교사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2021년 광양제철소 오염물질 방지시설 설치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2015년부터 두꺼비 서식지 보호를 중심으로 동물 이동권 조사와 보호활동을 벌여 방대한 관련 데이터를 구축했다.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 박수완 사무국장이 있다.

 

■ 전남녹색연합 탄생부터 현재까지, 전남 동부 환경운동의 산증인이다. 창립 당시에는 광양만권녹색연합이었는데 전남녹색연합으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광양만권녹색연합은 광양만 지역의 특수성에 맞춰 탄생했다. 이 지역에는 인구가 많고, 광양제철 여수산단 같은 국가산단이 밀집해 있다. 산단의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시민사회의 문제의식이 있었다. 백운산, 섬진강 권역 생태보호에 대한 요구도 활발했다. 그런 요구를 담아 2010년에 창립했다. 2022년에 전남녹색연합으로 이름을 바꿨다.

환경 관련 행정업무들이 광역기관으로 이관되는 추세다. 광양·여수·순천 등 기초지자체 단위인 ‘광양만권’으로는 전남도, 환경부와 같은 광역 단위 기관과 교섭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우리 스스로 광역 단위로 추진해야 할 일들이 있기도 해서 ‘전남’으로 확대했다. 단체명을 바꾸고 나니 일이 훨씬 많아졌다.(웃음) 영광 한빛원전 1·2호기 수명연장 문제에 관련해 대응하려면 영광, 무안 같은 서부까지 이동해야 한다. 다행히 광주의 광주전남녹색연합과 함께 역할을 나눠서 하고 있다.

광양제철 감시활동으로 제철소에 오염물질 방지시설이 설치됐다.

제철소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1~14%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런 대규모 시설에서 대기와 토양 오염물질이 나온다. 2019년부터 개선을 거듭 요구하고, 대기환경법 위반으로 고발하면서 3년간 고발과 싸움을 이어갔다. 우리가 직접 제철소 주변 대기질 조사, 중금속 측정도 했다. 마침내 제철소에 오염물질 방지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제철소로부터 고소도 당하고, 지역경제 무너뜨린다고 욕도 먹었다. 돌이켜 보면 정말 뼈를 깎는 과정이었지만, 감동도 컸다. 제가 고소를 당하자 시민들이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 앞에서 90일간 1인시위로 저를 지지해주셨다. 지역사회의 연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연대는 중요하다. 우리는 제철소가 있는 포항, 충남 당진의 환경단체에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공동대응 덕분에 현재 포항제철소, 당진 현대제철소에도 오염물질 방지시설이 모두 설치됐다.

■ 전남 전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광주전남녹색연합과 함께하는 주요사업은.

영광 한빛원전의 노후원전 수명연장 건에 대응을 하고 있다. 한빛원전 1, 2호기는 각각 2025년, 2026년에 수명을 다해 원래는 폐로가 결정됐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에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이 한빛원전 방사성환경영향평가 결과 초안을 주변 지자체들에 제출했다. 과거에는 지자체들이 이 보고서에 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형식적인 공람 후 ‘의견없음’으로 적어 내는 게 관례였다. 지자체 공무원이 분석해서 문제점을 찾기에는 양도, 깊이도 방대하다. 그런데 원전은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이 걸린 중대사가 아닌가.

전남녹색연합은 전문가들과 함께 보고서를 열흘간 분석해서 중대한 문제점 6가지를 정리해 각 지자체에 제공했다. 이를 토대로 지자체들은 한수원에 문제점 보완을 요청했다. 이제 환경운동단체는 정책결정 기관을 비판·감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소통하고 의미있는 내용을 제안하고, 실행을 보완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 시민운동의 변화양상이 느껴진다.

기후위기 속에서 운동방식이 변화해 온 것 같다. 기후위기 대응은 개인 수준의 실천보다 정책 변화의 실효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최선책을 찾는 게 중요해졌다. 서로 인내심을 갖고 소통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대하는 이들과 소통도 중요하다. 가령 광양제철소 대응 때 우리에게 항의하러 오는 이들을 최대한 환대했다. 꽃을 준비하고 옥수수, 떡 같은 음식을 정성껏 대접했다. 의견이 서로 다르더라도 최대한 경청하고, 우리의 활동을 설명하고 설득한다. 그러면 오해도 풀린다. 가실 때는 “다함께 잘 살려면 녹색연합 같은 단체가 필요하다”면서 신뢰를 보여주는 분들도 계셨다.

 

■ 환경문제는 전문적인 영역이 많다. 환경운동가는 늘 공부해야 할 것 같다.

나도 공부해야 했다. 가령 두꺼비 서식지 환경조사 활동을 하면서 대학원에서 동물행동학을 공부했고, 두꺼비 산란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논문을 썼다. ‘공부하자’는 말이 꼭 학위 취득, 논문 같은 걸 말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주장에 타당한 근거와 데이터가 있는가’를 늘 묻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 운동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들여다봐야 한다. 한편으로 환경운동은 나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힘든 순간이 많더라도 만족스럽다.

■ 환경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대학 때 디자인을 전공했다. 서울에 살면서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내셔널트러스트 같은 환경단체에서 자원활동도 했다. 서른아홉에 가족과 광양으로 이사했다.

계기는 2009년 초 ‘용산 참사’였다. 비정하고 무자비한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민주시민들이 함께 공분하면서 문제제기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변 누구도 그런 얘기를 안 하더라. 갑자기 서울이 너무 삭막하게 느껴졌다. 당시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 2학년이었는데, 그런 도시에서 키우고 싶지 않았다. 이사할 곳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광양이 눈에 들어왔다.

정착 후 남편에게 ‘이제 공익적인 일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마침 광양에 녹색연합을 만들려던 분을 만났고, 간사로 합류하게 됐다.

■ 활동가로서 성장과정을 되돌아보면.

창립 초기 운동가로서 아무 준비가 안 됐다. 막막했다. 우선 내 아이들과 자연 속으로 들어가보자 하면서 아이들의 친구들, 그 친구들의 부모님들과 함께 자람생태학교를 꾸렸다. 그게 시작이다. ‘바쁘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바쁜 40대가 지나갔다. 가정 외에 삶의 1순위는 늘 녹색연합이었다.

한편으로는 운도 좋았다. 마침 아이들이 한창 성장기여서, 환경운동과 육아와 교육을 맞물려 진행할 수 있었으니까. 아이들과 산에서 자고 며칠씩 농촌체험 가고, 제주올레, 지리산둘레길 등을 걸었다. 민주사회, 사회적 약자, 공동체의 중요성 등을 주제로 토론도 많이 했다. 지금 대학생이 된 딸은 도시공학, 아들은 건축학을 전공하고 있다. 각자 전공 분야에서 생태계 친화적인 시선을 녹여내고 있다.

생태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배움과 현실이 불일치하면 아이들은 혼란을 겪는다. 에너지를 아끼고 자연을 보호하자고 배웠는데 어른들의 세계는 여전히 자연을 훼손한다. 그게 반복되면 아이들은 좋은 가치를 배워도, 이 가치는 현실이 아니며 내 삶에 적용시킬 의무는 없다고 은연중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생태전환교육 개념을 중시한다. 구성원 모두가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자’에 그치지 않고 동네 오일장에서 직접 장을 보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일회용 포장지를 확인하고 줄일 방법을 찾아본다. 쓰레기 문제도 분리배출 교육을 넘어서, 자기 집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를 조사하고 자기 가정만의 쓰레기 유형을 살핀다. 그리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아이들이 스스로 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기회를 되도록 우리 주변에서 찾게 하고 싶다. 북극곰의 고난, 남극 북극의 해빙에 대한 이야기보다, 우리 지역의 폭염 실태를 먼저 조사해보는 방식이다. 폭염으로 영향받는 이웃은 누구인가.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분들, 우리 아빠 엄마 할머니일 수 있다. 기후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기 삶에서 경험해보게 하고 싶다.

광양 학교들과 마을학교도 진행하고 있다.

광양 학교들과 숲샘마을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숲과 마을숲이 활동 무대다. 우리 주변에서 자연을 깊이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숲 다가가기, 알아가기, 표현하기의 3단계로 숲을 만난다.

마을학교를 진행하면서 아쉬움도 있다. 생태환경 교육이 학교에 부과된 또 하나의 업무가 아니라, 기획 때 선생님들의 자율성과 참여도 함께 발휘되는 구조가 되면 좋겠다. 아이들을 잠깐 만나는 우리와 달리,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오래 지켜보는 분들이다.

창립 초기부터 시작한 자람생태학교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생태전환교육을 진행하는 녹색시민교사들도 양성하고 있다. 현재 22명 정도가 활동하는데 주로 광양, 순천, 여수 지역에서 수업한다.

환경운동가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권하는 것.

자기 지역에 어떤 환경단체가 있는지 찾아보고, 그 단체에 가입하거나 소통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참여해보면 좋겠다. 또 환경문제에 관한 기사도 찾아보자. 우리 지역의 환경, 그리고 국가적인 환경, 나아가 세계적인 환경에 대한 기사들을 검색하고 자료를 찾고 스크랩도 해보면 좋다.

가장 추천하는 것은 청소년기후행동 활동이다.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또래 친구들이 어떻게 세상에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는지 알아보고 참여해보길 권한다. 나 같은 환경운동가보다 더 큰 울림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활동도 활발하다.

정리 이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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