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청진로진학상담센터

 

전남교육청진로진학상담센터 순천센터 직원들과 5개 지역 상담교사
전남교육청진로진학상담센터 순천센터 직원들과 5개 지역 상담교사

#1. 순천 수험생 K

수시 전형을 몇 개월 앞둔 순천 지역 수험생 K는 희망 대학에 지원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사설 입시상담학원을 찾아도 봤지만,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 바뀌는 입시 정책을 쫓아 시간과 돈을 들여도 정작 필요한 정보는 놓치는 느낌이었다. 부모님과 진로 갈등까지 겪고 있어 그야말로 ‘입시 전쟁’을 치르는 심정이었다.

마침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순천진로진학상담센터가 생겼다. ‘무료이면서도 친절하다’는 지인의 권유로 K는 어머니와 함께 센터를 방문했다. 센터에 상주 중인 대입지원관이 상담에 배정되었다. 대입지원관은 K의 내신성적표, 학교생활기록부, 최근 모의고사 성적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성적 공개 당시 K는 솔직히 부끄러움이 앞섰다. 그러나 성적이나 점수 자체에 대한 평가가 상담의 목적이 아니었다. 대입지원관은 3년간 쌓인 입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희망 대학이 ‘적정’, ‘상향’, ‘하향’ 지원임을 파악하고, 실제 응시 가능한 선택지, 조금 더 유리한 전형을 추천해 주었다. 상담은 일관되게 객관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전략적인 선택지 찾기가 핵심이었다.

어느덧 상담 4회차가 되었다. K는 빠른 속도로 선택지를 좁혀가며 1:1 맞춤형 상담의 장점을 체감했다. 부모님과 의견 조율도 수월해졌다. 대입지원관의 중재 아래 K는 최대 6개까지 쓸 수 있는 수시 원서에 부모님이 원하는 학과도 2개 포함하기로 했다. 서로 큰 아쉬움이 없는 선에서 맺어진 극적 타결이었다.

“(고등학교) 1~2학년 후배들도 센터에 와서 상담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입시 레이스로 한창 고민이 클 텐데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K가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순천센터 2층 상담실에서 대입지원관과 상담 중인 학생과 학부모
순천센터 2층 상담실에서 대입지원관과 상담 중인 학생과 학부모

 

#2. 완도 수험생 P

졸업생 P는 지난해 진로진학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린 것을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P는 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학 쪽으로 진학하고 싶었다. 그런데 학교마다 관련 학과의 종류가 상이하고, 요구하는 성적도 달랐다. 전형 요강이 워낙 다양해 선택과 집중이 어려웠던 시기, 대입지원관을 만났다.

고3 여름, 수시를 2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P는 상담을 통해 원하는 학과 진학에 맞는 수시와 정시전형 모두를 준비할 수 있었다. 특히 수시에서 비중이 큰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면접 혹은 교과 등을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면 좋을지 적절한 방향을 설계할 수 있었다.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것은 객관화다. 대입지원관은 P의 성적을 그래프로 도출해 원하는 학과의 입시전형의 비교 대상군을 확인하며 현 상황을 짚었다. 성적그래프와 학교생활기록부를 통계 프로그램에 넣자 진학 희망학과뿐 아니라 이에 근접하거나 관련 있는 학과들이 나열되었다. P는 상담을 통해 역사학과, 사학과, 역사교육과, 고고학과, 철학과 등 다양한 학과와 학교들을 추천받았다.

좀 더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 학생부 기록과 동아리 활동에서 보완하면 좋을 부분이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챙겨야 할 일의 항목들을 정리할 수 있었고, P는 이를 보충하며 계획적으로 입시를 준비했다. P는 그의 바람대로 국립대 사학과에 진학했다.

 

북카페 느낌의 1층. 이곳에서는 상담교사 연수나 학부모 대상 교육 등 다양한 교육과정이 진행된다
북카페 느낌의 1층. 이곳에서는 상담교사 연수나 학부모 대상 교육 등 다양한 교육과정이 진행된다

 

복잡한 대입전형, 전략이 중요

전남의 학생들은 90% 정도의 압도적인 비율로 수시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다. 특별전형 요건이 다양하고, 내신 경쟁력을 가진 학생들이 많아서다. 수시전형은 여러 유형이 있는데 전형마다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등 각 요소의 반영 비율이 상이하고, 대학마다 적용 방식도 달라 수험생과 선생님들은 이를 위해 별도로 공부해야 한다.

이에 전남교육청은 수험생과 선생님들을 돕고자 맞춤형 진로진학 지도에 앞장섰다. 진로·진학·학습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는 진로진학상담센터의 시작이다. 진로진학상담센터는 올해 목포를 시작으로 여수·순천·나주·광양 등 5개 권역에 설치돼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목포(무안·신안·해남·완도·진도·강진·영암)와 순천(보성·장흥·곡성·구례·고흥), 나주(함평·영광·장성·담양·화순)는 거점형 센터로 인접한 지역까지 통합적으로 관할한다. 여수와 광양은 해당 지역을 위한 독립형 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별로 진로진학상담사와 대입지원관이 상주하고, 파견 및 협력교사도 함께 지원에 나서고 있다. 토요일을 비롯해 평일 야간 시간에도 상담이 가능하다.

지자체도 이를 돕고 있다. 진로진학상담센터는 지역과 상생하는 전남형 교육자치를 선도하고 있다.

 

센터에 비치된 다양한 대학입학전형 책자
센터에 비치된 다양한 대학입학전형 책자

 

평일 밤, 토요일에도 상담 문 활짝

순천진로진학상담센터는 5개 권역 센터를 총괄한다. 진로진학상담사 대상 역량 강화 연수가 대표적이다.

진로진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2학기를 앞두고 순천진로진학상담센터의 8월은 도약을 위한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연수를 받는 상담사들과 수시상담을 온 수험생 등 모두가 만반의 준비태세이다.

여수진로진학상담센터 박효정 진로진학상담사는 일본어 교과를 가르치던 교사에서 진로진학상담사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인터넷만 켜면 직업에 대한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상황에 맞는, 공신력 있는 정보를 얻기가 힘든 것 같아요. 특히 초·중 학생들은 직업을 탐색하고 진로를 디자인하는 시기인 만큼 전문적인 지도가 필요합니다. 교직에 있을 때와는 분명 다른 역할이지만, ‘엄마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초심은 같아요. 엄마의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되, 정확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정보를 선별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길잡이 역할을 잘 해내고 싶습니다.”

순천센터 2층 상담실과 상담시간표. 주로 평일 저녁과 주말 예약이 많다.
순천센터 2층 상담실과 상담시간표. 주로 평일 저녁과 주말 예약이 많다.

순천센터 2층은 차분하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전용 상담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수시 관련 상담을 하러 온 학생과 학부모를 만났다. 네 번째 상담을 받고 나온 모녀는 입을 모아 만족감을 표했다.

“지난번 상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상담을 또 신청했어요. 대학 입학사정관 출신 대입지원관 선생님의 조언이라 그런지 확실히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다가옵니다. 상담 과정을 통해 상황을 정확히 진단해주어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어요. 우리 지역에서 이렇게 상세하게 입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죠. 많이 알려져서 더 많은 수험생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순천센터에 있는 안예빈 대입지원관은 ‘입시 전쟁’이라 불리는 시기에 수험생과 학부모가 겪는 어려움에 십분 공감했다.

“전에 입학사정관으로 일했기 때문에 대학에서 발표하는 모집요강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숨겨진 문맥을 파악하기가 쉽습니다. 또 계속 바뀌는 입시전형에 대해서도 정보가 많은 편이고요. 입시 준비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큰 학생과 학부모님께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센터가 적극적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객관적으로 분석한 데이터를 가지고 궁금한 점들을 같이 해소해 나갈 때 보람을 느낍니다.”

교육 받고 있는 5개 권역 상담 선생님들
교육 받고 있는 5개 권역 상담 선생님들

센터로 찾아오기 힘든 도서·읍면 지역은 상담가와 대입지원관이 직접 찾아가는 상담을 진행한다. ‘찾아가는 진로상담’과 ‘꿈대로 이동 진학상담’, ‘다문화·학교밖 청소년 진로진학상담’ 등 상담의 사각지대를 놓치지 않기 위한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학교가 상담을 요청하면, 학교별 맞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성화고의 경우 취업에 필요한 면접과 서류 전형 대비 ‘꿈대로 취업 역량 강화 캠프’를 지원했다. 1년에 4차례 5개 권역 센터에서 동시에 학부모 진로진학 아카데미를 운영해 학부모도 함께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순천진로진학상담센터 김상모 센터장은 “진로진학상담센터는 학생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가진 조건과 가능성을 극대화할 방법을 고민하는 곳”이라며 “부모님과 진로 갈등을 겪고 있거나 성적 때문에 진로 선택에 자신감이 떨어진 학생들이 상담을 통해 희망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스스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는다면 그것만큼 보람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김우리 사진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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