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대구초 ‘어린이 임야화재 드론감시단’과 E.X.I.T

함께 꿈꾸는 우리 ❶

드론도 배우고 산불도 예방해요

강진 대구초 어린이 임야화재 드론감시단과 E.X.I.T

 

강진 대구초의 종합재난안전교육 ‘E.X.I.T’는 재미로 가득하다. 지역의 기관과 기업이 더불어 참여하는 마을교육이기도 하다. 올해 3월부터 매월 강진소방서, 성운항공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 임야화재 드론감시단’(이하 드론감시단)도 그중 하나.

드론감시단 두 번째 교육이 열린 지난 4월 26일 오후, 강진소방서 직원들이 대구초 도서실에서 산불예방 수업을 진행했다. 이미란 팀장은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퀴즈식으로 교육했다. 재를 남기지 않는 특수종이를 눈앞에서 태워보는 시범은 흡사 마술 같았다. 습도가 낮을수록 불이 잘 일어남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이어서 김대옥·주현서 교사가 산불감시 시나리오를 나눠주고 실전 연습을 진행했다. 2인 1조로 학교 운동장에서 드론을 띄워 주변을 살핀다는 상황이다. “수동마을 북쪽에서 검은색 연기를 발견했습니다.… 여기는 대구초입니다. 화재 위험 상황을 발견해 신고합니다!”

드론감시단에는 3~4학년과 6학년 학생 14명이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산불예방 수업이 끝난 뒤 운동장으로 모였다. 강진 지역 드론업체인 성운항공 선상민 대표가 강사로 나섰다. 선 대표의 지도에 따라 3~4명씩 팀을 이뤄 연습을 진행했다. 아직 2회차 실습임에도 학생들은 드론을 만지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조작법에 능숙한 학생들도 여럿이다. 지난해부터 대구초가 자체적으로 진행해온 드론교육 덕분이다. 6학년 정종관 학생은 “드론으로 작은 고리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을 보여준다.

주기적인 연습에 전문가의 지도까지 더해져 학생들의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여기에 강진소방서는 학생 1인당 1대씩 총 14대의 훈련용 실내드론을 기증했다.

대구초는 5월부터 산불감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7개 팀이 매주 2회 학교 운동장에서 드론을 날린다. 학교에서 사방 3㎞ 권역까지 감시할 수 있다. 산불은 초기 진압이 특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대구초의 감시활동은 지역안전 유지에 도움이 된다.

학생들의 의욕도 남다르다. 드론을 올해 처음 접한 3학년 이연서 학생은 “처음엔 어려웠지만 산불예방을 위해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의욕이 넘쳐 도리어 집에서 불화(?)의 씨를 뿌리는 학생들도 있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마당에서 뭘 태울 때도 서둘러 말리느라 실랑이를 벌인다는 것.

 

소방서, 드론기업, 경찰서까지
“마을주민들이 모두 학교”

대구초는 기획 단계 때 다양한 교육효과를 겨냥했다. 주현서 교사는 “지역안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아이들에게도 실용적인 배움을 주는 교육”을 고민했다. 학생들은 개인과 가족 차원의 안전과 더불어, 지역에 관심을 갖고 ‘우리 모두’의 안전으로 시야를 넓혀나간다. 만14세 이후에는 드론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큰 자산은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얻는 ‘자신감’이다.

대구초는 지역 기관들과 손을 잡고 있다. 드론교육을 맡은 성운항공은 2017년 강진읍에 설립한 드론기업이다. 관련 장비를 제조하고, 지역농협들과 함께 농업방재도 하는 지역밀착형 기업이다. 대구초 교육의 경우처럼 지역봉사도 겸하고 있다.

강진소방서는 대구초와 협약을 맺고 2년째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구초 고학년을 대상으로 119청소년단을 운영했다. 119청소년단은 전국 소방서 차원의 조직인데, 대구초는 여기에 특별함을 더했다. 지난해 대구초 4학년은 75세 이상의 고령반이었다. 배움의 때를 놓친 어르신 7명이 정규학생으로 재학 중인 것. 대구초와 강진소방서는 이 학생들로 전국 유일의 ‘119청춘소년단’을 꾸렸다. 가우도 안전캠프 등을 다녀온 어르신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컸다고.

대구초와 강진소방서가 공동 개발한 ‘온오프라인 재난탈출 넘버원’은 협업의 백미다. 학생들이 방 탈출 미션을 수행하며 재난현장을 가상체험하고, 인명구조 능력을 익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말 대구초에서 시범운영을 마친 후, 강진군의 모든 초등 4~6학년을 대상으로 경연대회가 열렸다. 8개 학교에서 29팀 103명이 참여했다. 올해는 5월 5일 어린이날 강진공설운동장에서 진행됐다. 강진군은 에어바운스 등을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은 ‘소방과 교육이 만날 때’의 상승효과를 잘 보여준다.

 

개인과 공동체, 명분과 실리 등
여러 가치 통합하는 교육

대구초는 전교생 25명의 작은학교다. 농촌 작은학교의 체험교육이라면 자연체험을 떠올리기 쉽지만 미래형 개인맞춤형 교육도 특화하고 있다. 그 자원은 지역 속에서 찾는다. 대구면에 ‘마을학교’라는 이름을 붙인 단체는 없지만, 모두가 마을학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주현서 교사는 “다음에는 경찰서와 협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개인과 공동체, 명분과 실용, 놀이와 교육…. 종합재난안전교육 ‘E.X.I.T’에는 여러 가치가 충돌하지 않고 반짝인다.

드론 실습을 마친 학생들이 학교 자랑을 시작했다. “우린 체험학습이 정말 다양해요, 재미도 엄청나요.” “그림책도 만들고, 여름에는 수영장을 만들어 수영해요. 할로윈 때는 가족텐트도 치고요.” 4학년 김현성 학생이 “우리 학교 유튜브 채널 있어요. ‘대구초TV’ 얼른 구독하고 알림 설정하세요!”하고 말하자 모든 학생들이 “구독 필수! 알림 설정!” 하고 외치며 둠칫둠칫 춤을 춘다.

드론으로 학교를 내려다보면 더 예쁘다고 한목소리다. 대구초는 작은 언덕에 기댄 채 파란 강진만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강진군은 청바지 모양이에요. 재밌게 생겼어요.” 대구초 학생들은 날마다 마을을 살피고 있다.

글 이혜영 사진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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