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프로젝트로 본 생태교육

특집

호남의 젖줄에서 불어온
초록빛 공생의 바람

영·산·강 프로젝트로 본 생태교육

 

전남교육청이 앞장서 영산강 살리기에 나섰다. 지역사회 모두가 영산강의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도록 ‘공생의 물길 영·산·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학생들의 실천활동을 배치했다. 자세한 내용을 소개한다.

 

나주 영산강의 봄 스케치

“설레고 신기해요. 그냥 흘러가는 물이고 평범한 강이라고 생각했는데 공부하고 배우다 보니 특별하게 느껴져요. 영산강이 살아있는 사람 같아요. 오늘은 개구리하고 물고기만 봤는데 영산강에 살고 있는 다른 여러 생물들도 알아보고 싶어요.”

지난 4월 28일 나주의 초·중등(노안남초·영산포여중·빛가람중) 학생 60여 명이 승촌보 일원에서 ‘영산강의 봄 스케치’ 활동을 했다. 학생들은 강길을 걸으며 영산강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곤충·물고기·식물 등 강 인근의 생명체들을 직접 살폈다. 여기서 만난 노안남초 6학년 김민서 학생의 소감이다.

활동은 ‘영산강 이야기’로 시작했다. 방승희 동화작가가 영산강을 용龍에 빗대어 흥미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담양 용소에서 발원한 영산강은 목포 앞바다에 이르러 용섬(고하도)을 만난다. 시작과 끝에 ‘용’이 있는 데다 굽이치는 영산강의 형상까지 용을 닮아 방 작가의 이야기*(자세한 내용은 그림책 <영산강 이야기> 참조)는 학생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영산포여중 2학년 강채연 학생은 “용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영산강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생겼다”며 “내가 살고 있는 영산포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노안남초 유새영 교사는 “자전거 하이킹과 새 관련 특색교육을 진행해 왔다. 자전거로 영산강을 달리고 새를 관찰하니까 영산강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가 빠르고 풍부해지는 것 같다”며 “초등학생들의 경우 생태감수성을 기르는 게 중요한데, 영산강을 살피면서 생태감수성뿐 아니라 고장에 대한 애정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활동을 돕기 위해 나온 나주교육지원청 김윤영 장학사는 “예쁜 사례만 보는 건 아니고 오염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곳도 탐사하고 있다. 이러면 안되겠구나, 라는 문제의식을 갖는 데서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는 것 같다”며 “학교에서 생태환경 교육을 시작하니까 학교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지역사회로 금세 번지는 걸 경험했다. 학교단위 개별활동을 총합해 지역사회 전체가 생태환경에 관심 갖도록 하는 것이 영산강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기의 영산강을 공생의 물길로

전라남도교육청은 올해 연중 사업으로 ‘공생의 물길 영·산·강 프로젝트’(이하 영산강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영산강의 생태환경을 탐구하고, 영산강 살리기에 필요한 실천을 학생중심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이다.

영산강은, 그 강과 함께 살아가는 ‘내 마을’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때문에 프로젝트는 영산강뿐 아니라, 그것에 연결된 산, 들, 갯벌, 바다까지를 포함한다. 영산강이 품고 있는 지역은 목포, 무안, 영암, 함평, 나주, 화순, 장성, 담양, 광주 등이다. 담양의 시원에서 목포 하구에 이르는 본류의 강줄기가 115.5㎞여서 통상 ‘영산강 300리’라고 부른다. 한강, 금강, 낙동강과 함께 우리나라 ‘4대 강’에 속한다. 유역면적은 3,371㎢로, 전라남도 육지면적의 27.5%를 차지하고 있다. 호남의 젖줄이라 일컫는 영산강은 전라남도의 ‘고대국가’라 할 수 있는 마한의 근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의미와 역할이 이처럼 넓고 깊지만, 영산강의 현재는 희망적이지 않다. 전국 4대 강 중 오염도가 가장 높다. 장성·담양에서는 비교적 맑게 흐르는 물이 광주광역시를 지나면서 4급수로 급격히 떨어져 하구언에 이른다. 언뜻 풍족하게 흐르는 물로 보이지만, 영산강은 공업용수로도 쓰기 어렵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맑은 물로 복원시킬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전남교육청이 영산강 프로젝트를 운영하게 된 배경이다.

전남교육청은 △이해·공감으로 생태감수성 함양 △탐구·실천으로 생태시민역량 강화 △나눔·협력으로 생태계 보전 등을 영산강 프로젝트의 목표로 설정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남교육청은 영산강 생태복원에 대한 관심과 바람을 지역사회 전체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마동욱·
마동욱

계획-실행-결과도출 학생이 이끌어

영산강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추진에 앞서 전남교육청은 영산강 전 구간을 도보로 탐사하는 대장정을 마쳤다. 영산강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사전답사 성격이다. 담양군 용소부터 목포 평화광장까지를 일곱 개 구간으로 나눠 매주 토요일 한 구간씩 걸었다. 지난 2월 4일 시작해 3월 25일 마쳤다. 전남교육청 소속 교직원과 가족, 학생 등 연인원 6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영산강을 걸으면서 강 주변 생태계를 살피고, 학생들의 탐구·실천 활동에 도움이 될 자료들을 수집했다. 또 매 구간 도보탐사 결과를 SNS 등을 통해 공유했다.

대장정의 열기를 4월로 이어 26일 전남교육청은 ‘영·산·강 프로젝트 공동실천 선포식’을 열었다. 선포식은 프로젝트의 출발을 알리고, 지역사회의 참여를 북돋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전남교육청, 목포·무안·영암교육지원청, 전남도의회, 지역 환경단체, 학생과 교직원 등 800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목포 평화광장에서 ‘공동실천 선언문’을 공표했다. 선언 후 참가자들은 평화광장에서 옥암수변공원까지 도보탐사를 진행했다.

영산강 프로젝트의 핵심은 학생들의 영산강 생태탐구·실천 활동이다. 초·중·고 학생들은 팀(동아리)을 구성해 학교 주변 마을과 지역의 생태환경을 탐사한다. 계획-실행-결과정리 전 과정을 학생이 주도한다. 지도교사는 멘토 및 운영 지원으로 역할을 최소화한다. 연중 활동이며, 결과는 영산강 디지털 생태탐사 지도에 탑재한다. 전남교육청은 우수팀을 선정해 시상할 계획이다. 현재 156팀(초 81, 중 31, 고 44)이 활동을 시작했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영산강 탐사 릴레이’도 운영한다. 도내 22개 시·군 교육지원청을 기준으로 학생, 교직원, 학부모, 마을학교, 환경 관련 기관·단체가 참여하여 영산강(본류·지류) 구간을 자율적으로 지정해 탐사하는 방식이다. 영산강 수계가 아닌 지역의 경우 ‘내 고장’의 생태환경 구간을 탐사하면 된다. 시기는 4월~9월까지. 지역공동체의 생태감수성을 높이고, 생태계 보전을 위한 실천문화의 확산을 꾀한다.

학생주도형 영산강 프로젝트와 영산강 탐사 릴레이를 접목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주 승촌보에서 진행된 ‘영산강의 봄 스케치’가 그 사례다. 학생중심 영산강 프로젝트에 나주연합학부모회와 지역의 환경단체 등이 함께 참여해 ‘탐사 릴레이’를 겸했고, 나주교육지원청이 활동을 도왔다.

 

탐사지도 제작… 다른 시·도까지 확장

전남교육청은 세 가지 방식으로 ‘학생중심 영산강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첫 번째는 영산강 디지털 생태탐사 지도를 운영한다. 학생주도형 영산강 프로젝트의 활동 내용을 전남교육청이 총합한다. 여러 군데서 벌어지는 활동 내용을 참가팀 모두가 공유하고, 관련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영산강 프로젝트 지원팀인 ‘전남 기후변화 환경교육 지원단’이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참여자들의 도움 요청 등에 응답한다.

두 번째는 오는 10월 말, 영산강 프로젝트의 다양한 활동과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연계해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성과 나눔에서는 교육지원청별 학생주도형 영산강 프로젝트 우수팀이 발표한다. 각 학교의 영산강 탐사 릴레이 활동 내용도 공유한다. 활동 결과를 담은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를 전시한다. 이곳에서 영산강 프로젝트 최우수팀을 선정한다.

마지막으로 영산강 프로젝트 교류활동이다. 학생주도형 영산강 프로젝트 최우수팀이 오는 11월 중에 타 지역을 방문한다. 경남교육청(낙동강)과 교류하여 경남의 습지생태계 관련 장소를 답사하고, 탐구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승촌보에서 진행된 ‘영·산·강의 봄 스케치’의 마무리는 용 형상의 영산강 그림 주변에 학생들의 ‘작품’을 배치하는 것이었다. 용을 응용한 영산강 그림이 많았다. 영산강에서 자라는 풀을 채집한 작품, 그림으로 그린 영산강, 글자를 변용해 꾸민 영산강 등 수많은 영산강들이 ‘영산강 용’ 주변을 에워쌌다. 맑은 강, 건강한 생태계의 복원을 바라는 학생들의 꿈이 용에게 힘을 주는 것 같았다.

이 같은 활동들이 전남 곳곳에서 움트는 중이다. 내년과 내후년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했다. 학교에서 지역사회로, 학생들에게서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꿈의 전파가 시작됐다. 마침내 영산강이 맑아져 용이 활기차게 꿈틀거리는 날이 올 것 같다.

글 김은태 사진 오종찬·조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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