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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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 준비 하셨어요?

김인순 해남 두륜중 교사

 

벚꽃이 벙글어지기 시작한 3월 말, 동료는 생활기록부 정리와 각종 계획 수립, 보고 공문에 매달려 씨름을 하고 있다. 

30년간 수업을 해왔지만 나는 여전히 1시간 수업을 위해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준비한다. 가끔은 동료 선생님들과 차 한 잔의 여유를 미루며 억지로라도 시간을 확보한다. 교사는 수업이 본연의 업무다. 때문에 나는 절박한 심정으로 수업 준비에 몰입한다.

교과에 대해 내 전문성을 키우고, 학생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게 어떻게 수업을 설계할까 고민하다 보면 늘 시간이 부족하다. 어떤 질문을 할까? 어떻게 디자인할까? 학생들이 배움의 흥미를 찾고, 연결 짓고, 공유하면서 생각의 확산과 삶의 성장으로 가져가도록, 배움의 주체로서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하고, 책임지게 하도록,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최근 몇 년 사이 새내기 교사가 현장에 부쩍 늘어났다. 교단에도 생기가 돈다. 교단 초기의 경험은 교사로서 정체성과 교육철학을 세우는 소중한 시기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후배 선생님들이 각종 공문과 보고, 통신문에 눈코 뜰 새 없는 것이 안쓰럽고 미안하다.

“2주 동안 수업 준비를 제대로 못했어요.” “학교에서는 수업 준비 못하죠. 싸가지고 가서 집에서 해요.” 수업이 중요하지 않는 교사가 어디 있으랴마는 일단 산적한 일감을 기한 내 처리하는 게 급하다. 또 교사 정원이 줄면서 학교마다 순회교사, 기간제교사가 늘어나 업무 하중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선생님들은 정규 교육과정 외에도 특별교육과정도 편성해야 한다. 방과후활동과 기초미달학생반도 편성·운영해야 한다. 틈틈이 내외부에서 추진하는 각종 공모사업도 신청한다. 어떨 때는 정규수업보다 나머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시간이 훨씬 많은 것 같아 주객전도가 우려된다. 교사가 학생과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제도들의 정착이 필요하다.

예전에 유럽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공문은 한 달에 몇 건이나 오나요?’가 우리의 첫 질문이었다. 한 달에 2~3건 온다고 했다. 유럽 선생님들은 한국 학교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 학교의 교사들은 학교에서의 시간을 오롯이 학생과 수업에 대해 무한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그때의 부러움이 요즘 자주 떠오른다.

물론 유럽과 한국은 형편이 다르다. 유럽은 국가 교육과정보다 학교 교육과정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시달하는 공문이 때로는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교육적이지도 않은 경우가 있다. 복잡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서 추진해야 하는 일부 사업들은 학생과 교육은 사라지고 업무만 남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회 구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학부모회가 조례로 법제화 되어 학부모들의 참여를 제도화한 일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운영 매뉴얼은 온전히 환영할 수 없다.

학교는 학부모회장을 선출하는 것도 힘들다.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학부모들을 한날한시 한데 모으는 것 자체가 큰일이다. 그런데 학부모회 구성을 위해 밟아야 할 사전 절차가 수없이 많다. 거기다 지역 학교와의 연대모임도 추가로 생겨 날 잡으랴, 계획 수립하랴, 모이랴 그야말로 정신없다. 어떤 때는 교육적 활동이라기보다는 보고를 위한 잡무라 여겨지기도 한다. 학부모와 학교가 협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복잡한 절차에 대한 성찰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럽처럼 교사들이 학생과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문화가 이 땅에도 뿌리내리길 간절하게 바란다. 우리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서. 

 


 

새야, 박씨를 물어다주렴

박현옥 고흥 백양초 교사

 

며칠 전 체육 수업에서 일어난 일이다. 학생들과 준비 운동을 하고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천장에서 푸드득 하고 날개짓 소리가 울렸다. 위를 쳐다보니 작은 새 한마리가 강당을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어떡해~. 불쌍해. 나가지도 못하고 저러다 부딪혀서 죽으면 어쩌지?”라는 누군가의 걱정에 ‘새 구출 작전’이 시작됐다.

먼저 강당의 출입문을 활짝 열었다. 학생들은 탱탱볼, 플라잉디스크, 피구공 등 가벼우면서도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도구들을 챙겨 천장을 향해 던졌다. 그런데 이 녀석이 자꾸만 출입문 반대쪽으로 가는 거 아닌가! 우리는 소리도 질러보고 물건도 휘저어 봤지만 새는 자꾸만 이상한 궤도로 비행했다. 

이제 그만할까 싶을 때쯤 누군가의 던진 공에 놀란 새가 우연히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출입문을 발견했는지 휑하고 날아갔다. 순간 학생들과 나는 약속이나 한 듯 환호성을 질렀다.

새를 떠나보내고 나니 긴장이 풀렸다. 피로한 학생들은 바닥에 드러누웠다. 20분 정도 있는 힘껏 힘을 썼으니 지칠 만도 했다.

“우리는 구해 주려고 공을 던졌는데 새는 어쩌면 무섭지 않았을까?” 아이가 말을 꺼냈다. 순간 울컥했다. 새의 생명을 위해 투혼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 새의 마음까지 헤아려보는 학생들의 마음이 사랑스럽고 예뻤기에.

새야, 착한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의 박씨를 물어다주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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