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중심마을학교 토브마을학교 김진 대표

마을로

“이제 무안이 제 고향이죠”

무안중심마을학교 토브마을학교 김진 대표

 

김진 / 수도권에서 살다 6년 전 무안 일로읍으로 귀농했다. 다양한 놀이와 체험을 통해 마을 아이들이 어울리는 것을 보며 마을학교의 힘을 느꼈다. 무안중심마을학교인 토브마을학교 대표로서 무안지역 마을학교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무안군 마을교육공동체 중간지원조직 설립이 지금 가장 큰 관심사다. 사진 조현아
김진 / 수도권에서 살다 6년 전 무안 일로읍으로 귀농했다. 다양한 놀이와 체험을 통해 마을 아이들이 어울리는 것을 보며 마을학교의 힘을 느꼈다. 무안중심마을학교인 토브마을학교 대표로서 무안지역 마을학교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무안군 마을교육공동체 중간지원조직 설립이 지금 가장 큰 관심사다. 사진 조현아

 

무안 일로읍에 정착한 지 6년이 되었어요. 그동안 마을 교육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뜬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 정착 단계에서 시행착오가 많아 힘들었어요. 이제는 무안지역 다른 마을학교들과 교류하며, 마을교육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30대까지 수도권에서 살았어요. 도시에 살 때는 항상 바빴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농촌에 대한 로망이 점점 커졌어요. 여유롭고 풍요로울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더군요. 당시 중학생이었던 큰아들이 학교에 좀처럼 정을 붙이지 못해 심적으로도 힘들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생각의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친구들과 친해지면 좋겠다 싶어서 아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 것이 계기였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주고 소통하다 보니 마을에 아이들 공간이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다음번 초대에는 지하수를 끌어다 물놀이 공간을 만들어줬어요. 정말 즐겁게 놀더라고요.

2018년 도교육청에서 열린 마을학교 설명회에 가서 더 확신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에게 놀 거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크게 공감했죠. 저는 당시 읍내에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바리스타 체험을 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경험을 토대로 이듬해 마을에 아이들 전용 공간을 만들었고 본격적으로 마을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마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바리스타 체험뿐 아니라 목공 체험 등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더라고요. 일로초만 해도 학생 수(현재 188명)가 많은 편이어서 인근 중학교까지 학생들의 프로그램 참여율이 높았습니다. 우리 월암리에는 학생이 있는 집이 다섯 가구 정도 되는데요. 다른 마을에 사는 아이들까지 토브마을학교로 모여들자 마을 전체에 활기가 돌았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말고, 지속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생겼어요. 단기 프로그램 대신 장기 프로젝트를 활성화한 이유에요. 3년 전 무안중 학생회와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이름하여 ‘무지개’ 프로젝트입니다. ‘무안 지역 개선’ 활동을 줄인 표현인데요, 학생들이 직접 지역 문제를 찾아내고 직접 해결해나가는 과정이에요.

예를 들면 통학 차량을 기다릴 수 있는 쉼터를 학생들이 직접 목공을 배워 만들었어요. 베이킹을 배워 만든 쿠키를 가까운 장애인 요양시설 등에 전달하고, 복지 사각지대 어르신들을 위한 김장도 함께 했죠. 통학로 화분을 무지개색으로 꾸며 마을을 아름답게 하고 통학 안전성도 높이고요.

마을 학생들과 농산어촌 유학생, 학부모와 함께 한 토브마을학교 김장체험 ⓒ오종찬
마을 학생들과 농산어촌 유학생, 학부모와 함께 한 토브마을학교 김장체험 ⓒ오종찬

‘토브’라는 단어가 히브리어로 ‘행복한’ ‘좋은’이라는 형용사예요. 마을학교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마을 주민께도 행복을 전하게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2020년 도교육청 지정 마을학교로 지정되었고, 무안중심마을학교가 되면서 다른 마을학교와 소통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무안지역에는 18개의 마을학교가 운영 중인데 작년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모이고 있어요. 누구보다 서로의 고충을 잘 알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끈끈해요.

무안군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조례 제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어요. 조례를 기반으로 무안지역에서는 민·관·학 협치를 통한 지역실정에 맞는 마을교육 지원을 위해 중간지원조직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데, 구성원들과 1년 이상 수정, 보완을 거치며 조율 중입니다. ‘민’의 힘으로 교육공동체의 참된 목적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마을학교는 저와 우리 가족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이들 행복을 위해 힘을 모으는 무안 사람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에요. 이제 무안은 제2의 고향과 다름없습니다. 자랑스러운 무안인이 되고 싶어요. 제가 잘 되고, 우리 마을이 잘 되어야 무안이 잘 되는 거니까요. 무안의 마을학교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정리 김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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