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⑨ 보성 장도

섬+섬

겨울이 오면
꼬막섬에 뻘배가 뜨네

 

보성 장도

 

# 여자만 갯벌의 선물, 꼬막

여자만汝自灣의 갯벌은 찬바람이 불면 문을 연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를 항아리처럼 둘러싸고 있는 여자만의 중앙에 ‘장도’가 있다. 섬의 모양이 노루의 다리처럼 가늘고 길게 뻗어 ‘장도獐島’다.

장도는 11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뻘밭이 열린다. 겨울은 참꼬막의 계절, 장도는 꼬막으로 해가 뜨고 지는 ‘꼬막섬’이다. 참꼬막은 바닷물이 빠지면 바닥이 드러나는 얕은 갯벌에 산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껍데기가 두껍고 골이 깊다. 여자만의 깨끗한 참뻘을 먹고 살아 맛이 간간하고 배릿하며 쫄깃하다.

갯벌이 열리면 장도 사람들은 ‘뻘배’를 타고 뻘을 자유자재로 드나든다. 뻘배는 참꼬막 채취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국가 중요어업유산 2호’로 지정됐다. 꼬막 채취는 온 마을사람들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진다. 공동작업에 빠지면 벌금 10만 원을 내고, 일당 7만 원도 받지 못한다.

꼬막밭은 장도 사람들에게는 목숨줄과 같다. 외지 사람들에게는 절대 지분을 주지 않는다. 오직 부모가 살아있을 때 고향으로 돌아온 장남만 공짜 지분 승계가 가능하다. 차남들은 마을총회의 승인을 받고, 1,500만 원의 마을기금을 내야 지분 가입이 가능할 만큼 엄격하다.

꼬막을 캐고 부두로들어오는 아낙들ⓒ보성군
꼬막을 캐고 부두로들어오는 아낙들ⓒ보성군
장도 부수마을ⓒ신병문
장도 부수마을ⓒ신병문
어느 집 담벼락에 그려진 장도 여인들의 노동ⓒ신병문
어느 집 담벼락에 그려진 장도 여인들의 노동ⓒ신병문

 

# ‌해안절경에 취하고, 다도해 풍경에 취하고

장도는 해발고도가 낮아 바다의 절경을 구경하며 편안하게 걷기 좋은 섬이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찾아가고 싶은 33섬’ 중 ‘걷기 좋은 섬’에 이름을 올렸다. 마을에서 해안을 따라 바짝 붙어 있는 ‘장도 둘레길’은 땀 흘리지 않고 산책하듯 걸으며, 마음을 힐링하기에 좋은 곳이다. 특히 부수마을 북쪽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해발 76m의 북두름산 정상에 서면 질펀한 장도 주변 갯벌과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장도는 섬 자체도 아름답지만 섬 주위를 감싸고 있는 다도해 풍경이 신비롭다. 저 멀리 고흥 팔영산이 아스라이 펼쳐지고, 여수의 섬들이 점점이 눈에 박힌다. 고흥 두방산과 순천 제석산은 맑은 날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날이 흐리면 사라진다. 장도 가는 배를 타는 곳은 상진항(보성군 벌교읍 장암리)이다.

휴교 중인 벌교초등학교 장도분교장ⓒ신병문
휴교 중인 벌교초등학교 장도분교장ⓒ신병문
장도 바다 정화활동을 하러 나선 주민들ⓒ신병문
장도 바다 정화활동을 하러 나선 주민들ⓒ신병문
빨랫줄에 걸려있는 곰치들ⓒ신병문
빨랫줄에 걸려있는 곰치들ⓒ신병문
장도는 면적 2.203㎢, 해안선 길이 15.9㎞의 아담한 섬이다. 장도는 해도, 지주도 등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과 함께 군도를 이룬다.
장도는 면적 2.203㎢, 해안선 길이 15.9㎞의 아담한 섬이다. 장도는 해도, 지주도 등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과 함께 군도를 이룬다.ⓒ신병문

 

한경숙 사진 신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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