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아뜨랑마을학교 교사 김효진 씨

마을로

“안전 위해 모였다가 판이 커졌어요”
 

영암 아뜨랑마을학교 교사 김효진

 

김효진 / 덕진초 학부모회장으로 세 자녀가 있다. 큰 아이는 영암초, 둘째는 덕진초, 막내는 유치원에 다닌다. 낮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마을학교 운영에 사용하지만, 편집디자이너라는 생업도 병행하고 있다. 몸이 두 개라도 버거운 일을 자청한 셈인데, 아이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기쁨에 모든 날들이 새롭다고.

 

덕진초는 작지만 큰 학교입니다. 전교생 수가 적을 때는 3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50명을 넘어섰어요. 원주민 자녀들이 60%, 인근 영암초와 대도시에서 전학 온 학생들이 40%입니다. 아뜨랑마을학교뿐 아니라, 아이들과 교직원, 학부모들의 끈끈한 유대감이 만들어낸 성과예요.

학교는 공동체의 중심이자 마을의 구심점이 됐고, 모든 주민은 덕진초의 울타리 안에서 하나의 가족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특히 1년에 두 번 ‘덕진가족힐링캠프’를 진행하는데요, 이날은 이장님을 포함해 동네 주민들이 다 모이고요. 졸업생들까지 찾아와 공연도 하고, 음식도 나눠 먹으며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시간을 갖습니다.

마을학교의 출발은 아이들의 안전이었습니다. 덕진초 앞에는 큰 사거리가 있어서 학생들이 언제나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자전거 타고 등하교하는 아이들도 많고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엄마들이 머리를 맞대기 시작한 것이 판이 커졌어요. 

아뜨랑마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덕진초 학생들

덕진초 학부모회가 마을학교의 모든 행사들을 주관합니다. 학부모회에서는 지금껏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했어요. 방과 후에는 여러 가지 놀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말에는 모든 아이들이 학교운동장에 모여 점심도 함께 해먹었어요. 그런 성과들이 복합적으로 응축돼 2019년 아뜨랑마을학교가 탄생한 것이죠.

학부모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돌봄입니다. 아이들에게 휴대폰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를 알려 주고 싶었어요.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마을여행도 떠났어요. 음식을 함께 만들며 요리사 체험도 하고, 월출산에 찾아가 습식식물을 알아보며 생태의 중요성도 깨우쳐 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학부모들이 직접 학생들과 교과연계 학습을 기획, 진행한 것인데요. 부모가 교단에서 아이들의 선생님이 됐는데,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들 생각의 눈높이를 키워주기 위해 진행한 ‘스토리텔링 무한상상 생각출력’ 프로그램은 효과가 특히 높았습니다. 예를 들면, 가야금산조의 창시자 김창조 선생의 삶을 찾아 떠나는 역사문화탐방, 마을이 품고 있는 여러 인물들의 캐릭터를 아이들이 연구해 배우로 참여하는 극놀이 활동 같은 것들이 있는데, 지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아이들이 스스로 상상하고, 그 생각을 표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아뜨랑마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덕진초 학생들

아이들이 지역에 정착해 살아가며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직업들을 미리 체험하는 활동도 진행했는데요. 특히 작물들이 어떤 방법으로 재배되고 유통되는지 보여주는 스마트농업체험 프로그램을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어요. 무화과 농가, 축산 농가, 토마토 농가 등 우리 고장의 농부들이 아이들의 선생님이 됐지요.

마을학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과 협력이 중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남을 위한 ‘배려’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오해와 불만이 따르고, 자칫 상처받는 일이 생기기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학교, 학부모, 마을을 아울러 ‘우리 교육공동체’라는 생각을 모두가 품어야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에 따라 실천하고 있어요. 

정리 정상철 사진 마동욱

 

15개 마을학교, 영암마을교육공동체의 힘
온 동네가 나서니 학생이 돌아오네?

인구가 줄면서 학교가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생각을 모으면 어디에서나 해법은 있는 법. 영암은 일찍부터 지역주민들이 공동체를 만들고 폐교 위기에 놓였던 학교들을 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학교와 마을, 교육지원청과 지자체 등 말 그대로 온 동네가 나서 작은학교 구출에 나섰다. 그 결과 덕진초, 학산초 등은 인근 학교나 대도시 학생들의 전학이 이어져 학생수가 늘어가고 있다. 공동체 중심에는 마을학교가 큰 역할을 한다. 덕진초는 ‘아뜨랑마을학교’와 학산초는 ‘학산가온누리 마을학교’와 함께 위기를 넘겼다.

영암의 마을학교들은 학교와의 협업을 통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학교·마을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마을 어른들이 나서 학생들의 문화, 예술, 역사 분야의 성장을 지원한다. 주말에는 마을교사와 함께 역사탐방, 마을탐방, 마을벽화 꾸미기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영암 지역 마을학교의 성과의 원인을 영암교육지원청 박서연 학교혁신팀장은 연대로 꼽았다. “전남 군지역에 설립된 마을학교가 평균 10개 내외인데 영암에는 15곳이 있어요. 이들 모두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구요. 우리 지역의 힘은 연계성에 있는데요. 마을학교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고 성과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어요.”

영암교육지원청은 마을학교간 협력을 돈독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한다. ‘마을교육 네크워크협의회’를 구성해 마을학교 대표들이 수시로 모여 운영 방향을 고민하고, 의견을 나눈다. 또 마을학교 가이드북인 <영암 마을 이야기>를 제작·보급해 마을학교들이 정보를 교환하며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밖에도 마을활동가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영암마을교육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의 열정에 영암군의회도 호응했다. 2020년,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회의 협력체계 구축과 지원의 내용을 담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풍성한 마을교육 생태계를 기반으로 영암교육지원청은 교육부 주관 ‘미래교육지구’에 공모, 전남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영암교육지원청은 지자체와 지속가능한 교육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협력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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