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 고흥 쑥섬
섬+섬
400년 원시림에서 만난 바다 위 비밀정원
고흥 쑥섬
#무덤·개·닭이 없는 숲섬
고흥군 봉래면 ‘쑥섬’은 꽃섬, 숲섬, 고양이섬이다. 쑥섬은 봉래면에 속하는 나로도 6개 섬 중 가장 작다. 쑥이 많이 나고 질이 좋아 쑥섬이다. 크기는 작지만 1980년대 초까지 400여 명이 살았을 정도로 흥성했다. 지금은 20여 명이 살고 있다.
섬 전체 면적의 반 이상이 난대원시림이다. 고기잡이를 하던 주민들이 정월이면 당숲에서 제를 올렸다. 당할머니를 모신 숲을 신성시해 400년 동안 외지인에게 개방하지 않았다. 숲이 잘 보존된 이유다.
쑥섬에는 무덤이 없다. 개와 닭도 없다. 사람이 죽으면 ‘부정 탈까’ 싶어 나로도로 모시고 나갔다. 개와 닭도 제를 모실 때 울음소리가 들리면 액이 낀다 하여 키우지 않았다.
#바다 위 비밀의 정원
숲 능선에 자리 잡은 2,000여 평의 ‘바다 위 비밀정원’이 요즘 쑥섬의 명물이다. 쑥섬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아 ‘비밀’ 정원이다. 수국, 벨가못, 부처꽃, 크로커스미아, 숙근버베나, 산파첸스, 풍접초, 플록스, 테디베어해바라기, 삼잎국화, 칸나, 백일홍 등 여름꽃이 한창 피어 있다.
김상현·고채훈 부부가 쑥섬지기로 20년을 애쓰고 있다. 탐방로를 만들어 관리하고 400여 종의 꽃을 심어 일 년 내내 꽃이 피고 지는 바다 위 공중정원을 가꿨다. 쑥섬을 ‘꽃섬’으로 만든 주인공들이다.
쑥섬엔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다. 섬에 쥐가 많아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어울렁더울렁 살아가고 있다.
글 임정희 사진 신병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