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며 온 마을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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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며 온 마을이 행복해진다
  • 전남교육소식
  • 승인 2022.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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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특수학교 광양햇살학교 개교
지난 4월 1일 열린 광양햇살학교 개교식 ⓒ이장국

올해 3월 개교한 광양햇살학교는 전남 광양권 장애학생들이 다니는 공립특수학교다. 설립 전에 광양光陽의 뜻을 풀어 임시로 ‘햇살학교’라 불렀는데, 이름 공모에서도 선호도 1위를 차지해 정식 교명이 됐다. 개교 과정을 돌이켜보면 이보다 더 어울리는 명칭을 찾기도 어려울 것 같다. 

옥동마을 주민들로부터 시작돼 즐겁게 번지는 환영과 감사 플래카드

2018년 ‘특수학교’가 전국 이슈로 언론에 오르내린 일이 있었다. 서울 동부지역 공립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이 지역주민들의 반대와 저항에 부딪혔다. 급기야 학부모들은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기까지 했다. 어쩌다 세태가 이렇게 되었을까. 그 보도사진은 두고두고 사람들을 씁쓸하게 했다. 전남교육청이 광양 옥룡면 옥동마을 옛 옥룡중학교 터에 특수학교 설립계획을 세운 때가 그 무렵이었다. 

2019년 1월부터 도교육청은 세 차례의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서진학교 사태 직후여서 아무래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기우였다. 1차 설명회부터 금세 순풍을 타기 시작했다. 옥동마을 주민들은 유치원부터 전공과까지 모두 갖춘 특수학교 교육과정을 궁금해했다. 설명회 이후 주민들은 학교 설립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마을 입구에 내걸었다. “사람 사는 세상이 (서울 사례처럼) 그렇게 각박해선 안 된다”고 옥동마을 주민들은 말했다. 

반대도 아예 없진 않았다. 옥룡중학교 동창회는 문 닫은 모교 건물의 활용 방안을 놓고 10년간 나름의 대안을 마련해온 터라, 도교육청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별도의 설명회를 마련했고, 이 자리에서 접점을 찾은 동창회도 환영 현수막을 내걸었다. 마음을 연 경청과 대화가 최선의 해결책을 끌어냈다.

햇살마루(카페)는 학교와 지역민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커피를 만들어 제공하며 실전 경험을 쌓고 용돈도 번다.

광양햇살학교는 서진학교 사태 이후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세워진 전국 최초의 특수학교다. 학생, 학부모, 교육청, 주민 모두가 서로에게 햇살이 됐다. 

옥동마을은 백운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광양동천가에 자리한 농촌마을이다. 학교는 마을 초입에 조성됐다. 전교생 84명에 19학급(23학급 정원)으로 문을 열었다.

4월 1일 개교식은 여수 우도풍물굿보존회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각계의 축하, 학생 공연, 주민들의 소감 나눔 등으로 이어졌다. 이날 행사의 슬로건은 ‘함께 만드는 우리들의 축제’였다. 지문 트리 만들기, 햇살 종이비행기 날리기 등 학교의 주인공인 학생 모두가 참여하고 행사를 즐겼다. 예전의 잔칫날처럼 마을에는 오랜만에 흥이 넘쳤다. 

광양 옥동마을 초입에 들어선 광양햇살학교 ⓒ마동욱

 

학교 시설

장애학생을 위한 맞춤형 최신공간들

개교 한 달 반째인 4월 14일, 광양햇살학교를 찾았다. 눈길 닿는 곳마다 공간이 널찍했다. 분위기는 쾌적하고, 학생들은 편안해 보였다. 장애 유형별로 맞춤형 지도가 필요한 특수교육에서 시설과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일자형 건물 한 동이었던 옛 옥룡중 터는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 두 동(본관과 직업관)이 통로로 연결된 구조에 다양한 공간과 안전설비를 갖췄다. 양방향 안전바를 장착한 복도와 경사로는 기본이고, 건물 양쪽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교실마다 넓은 화장실을 갖춰 학생들의 이동 편의를 최대한 보장했다.

가상스포츠실 ⓒ광양햇살학교

곳곳에 쉼터를 꾸민 것도 큰 특징. 보통 자투리 공간이나 단순한 통로에 그칠 법한 곳마다 어김없이 소파와 벤치가 놓여있다. ‘빛우물쉼터’는 높은 천창에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로비공간이다. 그 아래에도 어김없이 소파가 있고, 헤드폰이 비치돼 있다. 학생들은 어디서든 쉬면서 음악을 듣고, 수업도 받을 수 있다. 한 학급 최대 정원이 6명, 교사와 보조교사까지 합치면 최대 8명의 아담한 규모라서, 그날그날 마음이 끌리는 쉼터 어디서든 수업을 하면 된다. 

가상체험 공간도 다양하다. 가상스포츠실, 실감형콘텐츠실, 미디어교육실 등은 모두 첨단 가상체험(VR) 기술을 적용했다. 학생들은 큰 화면 속에서 축구, 야구 등을 하고, 4D 시뮬레이션으로 바리스타, 제과제빵 체험을 한다. 실제라면 뜨거운 물과 불을 다루다 자칫 다칠 위험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안전하게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스포츠 역시 성취감을 빨리 맛볼 수 있다. 안전함과 생생함을 동시에 갖춘 이 가상체험 공간들은 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포스코휴먼스 나눔재단 사업 공모에 선정돼 꾸민 공간들이라, 비용도 대폭 아꼈다. 

학교 곳곳에 조성된 휴식공간. 음악도 듣고 수업도 할 수 있다.

조남준 교장은 “가상체험은 학생들에게 매우 유용하고 중요하다. 기존 학교들은 한정된 건물의 내부를 계속 나눠서 쓰는 형편이라 다양한 시설을 갖추기 어렵지만, 광양햇살학교는 신규학교로서 공간설계 때부터 첨단기술과 편의시설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건물 밖으로 나가면 푸른 산줄기와 들판이 학교를 둘러싸고, 강은 느긋하게 흘러간다. 마을에는 어르신들이 계시고 마을 앞 도로는 도심처럼 차량 통행이 많지 않다. 학교 안팎이 안전하고 평화롭다.

(위) 바리스타 교육실에서 수업 중인 학생들 (아래)고등 및 전공과 학생들을 위한 취업준비실

 

학교살이

배움과 삶, 학교와 마을의 융합

오후 시간, 학생들은 방과후 프로그램에 한창이었다. 교실마다 학생들은 1~3명 가량. 교사가 섬세한 맞춤형 지도를 하기에 딱 좋았다. 초등학생은 방과후 프로그램 대신 보육과 치료를 받는다. 방과후 프로그램들은 학부모 수요 조사를 거쳐 선정했다. 학부모들은 생태, 예술 관련 분야를 선호했다. 오후 4시가 되면 일괄 하교를 한다. 통학버스 3대가 광양 시내 쪽으로 출발한다. 자가용으로 통학시키는 가정들도 있다.

전교생은 84명. 초등 6학급(22명), 중등 4학급(20명), 고등 6학급(24명), 전공과 3학급(18명)이다. 교육과정은 원스톱one stop 체제로, 학생이 원하면 전공과(고교 졸업 후 직업준비 과정)까지 이곳에서 마칠 수 있다. 또 학습-놀이-치료를 병행하며 장애 유형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받고 있다. 가령 지적장애 학생들은 단기 기억력을 강화하고 의사소통, 자기표현 능력 개발을 위해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고등과정과 전공과는 진로탐색과 직업교육을 특화했다. 학생이 졸업 후 바로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직업관의 각종 가상체험실들이 그 연습무대다. 직업관 1층 ‘햇살마루’는 학교 구성원, 지역주민 모두가 이용하는 카페다. 직접 커피와 차를 만들고 서빙을 하는 이들은 바로 학생들. 학교 내 일자리로 용돈도 벌고 취업 대비 실전경험도 쌓고 있다.

신규 선생님부터 베테랑 선생님까지 다채롭게 조화를 이룬 광양햇살학교 선생님들. 왼쪽부
터 백미진, 이수빈, 김건혜, 박상진, 김예지, 박지애 선생님

광양햇살학교 교사는 모두 75명이다. 수업교사가 38명, 특수교육 실무사, 치료사, 보육강사, 통학버스 운전사 등 지원교사가 37명이다. 수업 담당 교사 중 신규발령 교사가 16명으로 비중이 높다. 학교는 신규교사와 경력교사를 일대일 멘티-멘토로 맺어줘, 활력과 연륜이 잘 조화되도록 하고 있다.

교사를 포함해 광양햇살학교 ‘어른들’은 75명보다 훨씬 많다. 옥동마을 주민 17명이 하루 4시간씩 교육활동 지원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개교 직후라 아직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되지 않아 대신 주민들을 위촉했는데 분위기가 좋다고.

한 학부모는 “아이가 집에 오면 마을어르신을 ‘엄마선생님’이라 부르며 이야기한다. 자식처럼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남준 교장은 “20대 남자 사회복무요원과 마을어르신은 지원영역이 각각 다르다. 가령 사회복무요원이 학생의 휠체어를 밀어준다면, 어르신들은 손자손녀를 살펴주시듯 한다. 향후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되더라도 지역주민 활동과 병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민도 부수입을 얻는 셈이니 자원봉사는 학교와 마을에 상생의 계기가 되고 있다. 학교 측은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과의 공동체살이를 꿈꾼다. 학교 안에 주민들이 이용하고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는 사랑방(햇살나눔실)을 꾸리고 있다. 

남다른 상생의 역사를 쓰며 문을 연 광양햇살학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덧붙여보자. ‘한 아이를 키우면서 온 마을이 행복해진다.’ 

● 전남 특수학교 현황과 광양햇살학교
그간 전남에는 8개의 특수학교(공립 3, 사립 5)가 있었다. 공립은 순천선혜학교(1983년 개교), 여수여명학교(1990년), 나주이화학교(2013년)이고, 사립(목포인성학교, 강진 덕수학교, 함평영화학교, 영암 은광학교, 영암 소림학교)은 주로 서부에 분포하고 있다. 장애학생들은 특수학교에 다니거나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 다니고 있다. 전남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 4천여 명 중 42%가 순천과 광양 지역에 살고 있다. 40년 역사의 순천선혜학교는 그간 과밀학급 문제를 겪어왔다. 원거리 통학도 문제였다. 광양 학생 중에는 순천선혜학교까지 왕복 58㎞의 통학거리를 감수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광양권에서 특수학교 설립 요구가 컸다. 광양햇살학교의 개교로 순천과 광양 두 지역 모두 숨통이 트였다. 순천선혜학교에 다니던 광양권 학생들 대다수가 광양햇살학교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글 이혜영 사진 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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