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으로 유학 와서 엄마들도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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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으로 유학 와서 엄마들도 행복해요
  • 전남교육소식
  • 승인 202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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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에서 빵집 차린 서울 학부모의 편지

전남으로 유학 와서 엄마들도 행복해요

낙안에서 빵집 차린 서울 학부모의 편지

낙안에서 빵집 ‘소풍’을 차린 서호·서아 어머니(우)와 민호 어머니(좌)
낙안에서 빵집 ‘소풍’을 차린 서호·서아 어머니(우)와 민호 어머니(좌)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으로 올해 3월 서울 영서초에서 순천 낙안초로 전학왔습니다. 

처음엔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우려도 있었지만, 금세 적응하는 모습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저도 아이들 못지않게 새로운 환경에서 신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다양하게 경험하고 즐거워하는 만큼 저도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 즐기고 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텃밭을 가꾸었습니다. 상추, 치커리, 양배추, 토마토, 쑥갓 등등. 초보 농부치곤 꽤나 괜찮은 수확을 얻었습니다. 마트에서나 구매했던 채소들을 직접 가꾸고 그 수확물들로 아이들의 밥상을 차려주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낙안에서 전통주를 빚는 선생님께 ‘단양주’라는 것을 배워 직접 담가보기도 했답니다.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20리터나 담갔습니다. 넉넉하게 만든 전통주를 주변 지인들과 나눌 수 있어서 더 즐거운 경험이었죠. 봄엔 싱싱한 쑥을 캐어 쑥떡도 해서 나누어 먹고, 옥수수 싹을 풀인 줄 알고 뽑아버려서 다시 심기도 했습니다. 근처 바닷가로 미역을 따러 가고, 녹차의 산지인 보성에서 우리 차에 대해서 배우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음악 밴드, 도자기 공예, 서양 매듭 등 다양한 학부모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전남에서 ‘신세계’를 맛보느라 6개월이 눈 깜빡할 새에 지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의 저녁 밥상머리 대화가 풍성해졌습니다. 서울에선 의무로 다녔던 학교를, 이젠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눈에 훤히 보였습니다. 매일 저녁 엄마에게 말하지 않고선 못 베기는지 하루 일과를 재잘댔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들이 자신들을 최우선으로 존중해주시고, 하고 싶은 것들을 응원해주신다고 좋아했습니다. 예전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다양한 체험 활동들도 할 수 있어 학교 가는 게 설렌다고 했습니다. 승마, 등산, 소프트웨어 축제, 물놀이, 자율 동아리, 낙안미래도전 프로젝트, 마을학교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활동들로 경험을 쌓아가는 아이들을 보니까 낙안으로 유학오길 참 잘했다 싶습니다. 또, 낙안이 지닌 풍요로운 자연환경에서 맘껏 뛰어 놀 수 있어서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6월에 낙안읍성 근처에다 ‘소풍’이라는 가게를 차렸습니다. 저도 이곳 낙안에서 가게를 낼지 몰랐습니다. 낙안초 선생님들과 이곳 학부모님들의 따뜻한 응원과 도움 덕분에 용기를 냈습니다. 아이들이 일상을 되찾고 행복해하니까 단순히 농산어촌을 체험하는 것으로 끝내기보다는 조금 더 낙안에서의 생활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경제활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섰습니다. 제가 가진 작은 재주를 여기서 활용할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마침 함께 유학 온 민호 어머니도 제과제빵을 해보셔서 의기투합 했습니다. 혼자라면 어려웠을 것 같은데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없이 든든합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부분 우리끼리 직접 공간을 꾸몄습니다. 원래는 오랫동안 비어있던 낡고 소박한 가게였습니다. 먼지를 뒤집어쓰며 대청소하고 벽지를 뜯고 페인트를 칠하고, 가벽도 만들고 인테리어 벽돌도 쌓았습니다. 아이들은 엄마들의 좌충우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재밌어하더라구요.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도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곁에서 직접 보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되지 않을까 싶어 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엄마 왜 이런 더러운 가게를 가지려고 해?” 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우리 가게가 제일 예쁘고 좋아. 엄마 빵 많이 팔아~”라고 격려를 해줍니다. 응원 덕분에 더 힘내서 빵을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가게를 차리고 나니 조금은 낙안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우리 빵집이 학교, 마을의 사랑방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_ 부끄러움이 많아서 이름은 비공개로 했습니다. 양해해주세요.

서호·서아 엄마(순천 낙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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