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병 후예, ‘일제 헌병’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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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병 후예, ‘일제 헌병’ 된 사연
  • 전남교육소식
  • 승인 2021.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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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월야달맞이마을학교 심창남 대표

요즘 일제강점기 일본 헌병으로 분장을 하고 학교를 찾아가고 있어요. 일제에 맞선 우리 지역 의병 활동 역사를 알리기 위한 역할극의 일환이지요. 함평 월야달맞이마을학교는 올해 함평의 초, 중학교를 돌며 ‘찾아가는 항일 의병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마을학교 선생님들이 일본 헌병과 의병 등 역할을 나눠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연극을 해요. 우리 역사를 조금이라도 더 생생하게 학생들에게 들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죠. 

본업은 목사예요. 주말에 예배가 있으니까 평일에 틈틈이 마을학교 대표로서 활동하고 있어요. 어쩌다보니 이중생활(?)을 하고 있네요.(웃음) 아내도 마을학교 총무로 의병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이끌고 있어요.

심창남  월야중3, 호남원예고2 학생의 아버지이자 남일 심수택 의병장의 증손자. 함평 월야달맞이마을학교(함평 월야면 소재)를 운영하고 있다. 마을학교 선생님들과 관내 초·중학교를 돌며 학생들이 호남 의병들의 항일 투쟁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 중.

오늘 처음으로 의병 복장으로 바꿔 입어봤어요.(표지 촬영을 위해 부탁했다.) 보통 제 역할이 일제 헌병이었거든요. 제 증조할아버지께서 함평 월야 출신의 심수택 의병장이세요. 구한말 일제의 국권 침탈에 맞서 싸우신 호남지역 대표 의병이시죠. 증조부를 떠올리며 직접 의병 의복을 갖춰 입으니 어느 때보다 가슴이 뜨거워지더군요. 어렸을 때부터 증조할아버지에 대해 자주 들어왔는데, 아이들을 만나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활동을 하면서 존경심이 더 커졌죠. 

의병체험 후에 학생들이 감사 인사를 건네기도 해요. 내가 살고 있는 고장, 함평에서 나라를 위해 맞서 싸운 의병들이 많이 나왔다는 사실에 자부심도 느끼는 것 같아요. 특히 저를 의병의 후손이라고 소개할 때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더 관심을 보이고요.(웃음) 

‘찾아가는 항일 의병체험 프로그램’은 함평교육지원청과 월야달맞이마을학교가 함께 연계해 공동교육과정으로 꾸린 체험교육활동이에요. 지난 4월부터 오는 10월까지 18개 학교를 돌며 학생들을 만날 예정이에요. 역사 OX퀴즈, 나무판화 태극기 찍기, 전통의상 체험, 의병 포토존 체험 등을 하면서 의병에 대해 알아 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어요.

사실 저를 포함해 월야면 주민들도 호남의병 역사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마을에 전해오는 이야기, 마을에 위치한 심수택 의병장 기념관, 매년 열리는 의병 기념행사 등 마을 곳곳에 ‘의병’이라는 키워드가 녹아들어 있어요. 의병 교육을 특화할 수 있는 환경을 이미 마을이 가지고 있었던 거죠. 

월야달맞이마을학교에서는 함평 지역 초·중학교를 찾아가 의병 체험을 연다.

월야달맞이마을학교를 2년 전에 세웠어요. 초기에는 월야의 학생들과 의병 무용극, 백일장 같은 행사를 열었죠.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되면서 의병 체험이 보다 체계적인 형식을 갖추게 되었어요. 함평 전 지역으로 확장되기도 했고요. 

제가 어렸을 때는 의병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교육 자료와 환경이 부족했어요. 그게 아쉬웠어요. 아이들에게 이 땅을 지키신 의병들을 알리는데 일조할 수 있어 감개무량합니다. 올해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시 우리 마을 월야로 돌아가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오래 전 의병들이 지킨 이 땅 위에, 오늘의 우리가 마을에 뿌리내리며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게 후손들의 사명 아닐까요?

정리 김우리  사진 김현

심창남 대표의 증조할아버지, 남일 심수택 의병장(1871~1910)
구한말 호남지역 대표적 의병장으로 능주, 남원, 보성, 영광 등지에서 일제와 맞서 싸우며 호남의병의 기세를 떨쳤다. 본명은 수택이고 남일(南一)이 호이다. 함평군 월야면 예덕리에는 심수택 의병장의 항일의병 정신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사당)이 세워져 있다. 한편 심수택 의병장을 비롯하여 죽봉 김태원, 그리고 청봉 김율 형제 등이 대표적인 함평 출신 호남의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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