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구석구석 아이들 손때 묻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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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구석구석 아이들 손때 묻혀야죠
  • 전남교육소식
  • 승인 2021.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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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마을학교 ‘꿈터’ 운영하는 김경희 대표

마을학교 꿈터(어른과 아이가 함께 꿈꾸는 놀이터의 약자)는 원래 지역아동센터가 있던 자리였어요. 고흥군 동일면(내나로도)은 어촌이라 부모님들이 늦게까지 일하시곤 해요. 아이들을 돌봐 줄 수 있는 곳이 꼭 필요했죠. 그런데 지역아동센터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게 됐어요. 그해 여덟 명이 한꺼번에 전학을 가버렸고, 학교가 통폐합이 될 위기에 처했어요. 그때 저처럼 귀촌해 사는 학부모가 계셨는데, 우리가 지역아동센터를 대신해서 아이들을 돌보자고 의기투합해 2017년 시작하게 됐어요.

육아와 문화공동체를 꿈꿨어요. 처음에는 마음만 있고 맨손이어서, 방과 후에 부모님들이 집에 오시기 전 두시간 가량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줄 계획이었어요. 주 꿈터는 마을 탐험하고 그림을 그려보는 활동을 한다.로 아이들과 산책하면서 주변에 어떤 나무와 풀이 있는지 알아보고, 나뭇잎이나 풀을 주워 와 장식을 하며 놀았죠. 어떤 날은 바닷가 모래사장을 스케치북 삼아 그림을 그리면서 놀았고요.

꿈터는 마을 탐험하고 그림을 그려보는 활동을 한다.
꿈터는 마을 탐험하고 그림을 그려보는 활동을 한다.

경험이 쌓여서 나중에는 ‘나로도를 붓으로 그리다’라는 주제를 정해 마을 탐험을 할 수 있게 됐어요.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며 눈으로 가슴으로 담아내는 활동이었어요.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2018년에는 아이들 손으로 마을지도까지 만들게 됐죠.

마을산책 이외에 특별한 놀이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단오놀이’를 추가했어요. 호응이 아주 좋았지요. 학교의 교육과정으로 함께 하면 좋겠다 싶어서 학교에 연계를 제안했어요. 백양초와 봉래초 등, 학교에서도 적극적으로 손 잡아줘서 지금까지 학생들과 단오놀이 활동을 하고 있어요.

초등학생 때 만났던 학생들이 지금은 중학생이 됐어요. 아이들이 커 가면서 프로그램도 더 다양해졌고, 참여하는 선생님들도 많아졌어요. 이곳이 우주·과학 도시 나로도잖아요. 아이들이 드론을 자유롭게 날릴 수 있었으면 해서 드론 수업을 하고 있어요. 다도 등 생활예절 수업도 병행하고 있어요. 마을 탐험도 소프트웨어를 입혔어요. 컴퓨터로 마을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있지요.

이곳 학생의 70%가 귀촌 가정의 아이들이에요. 이 학생들이 마을을 더 자세히 알게 되고 자신들의 손때가 마을 곳곳에 묻게 되면, 어른이 된 후에도 마을을 잘 지키지 않을까 해서 마을 활동들을 여러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어요.

김경희 | 고흥군 내나로도에서 마을학교 ‘꿈터’ 운영. 2017년 백양초 학부모들이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설립. 인근 학교에서 주 1시간 이상의 학교교육과정을 운영할 만큼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김경희 | 고흥군 내나로도에서 마을학교 ‘꿈터’ 운영. 2017년 백양초 학부모들이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설립. 인근 학교에서 주 1시간 이상의 학교교육과정을 운영할 만큼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첫 해부터 약 2년간은 제가 밖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아이들을 돌보는 경비로 거의 썼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웃으니까 행복했어요. 우리가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과 융합되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크게 혼이 나기도 했고요. 그런데 꾸준히 하다보니까 센터 앞에 오이, 호박, 무 등을 조용히 두고 가시는 주민들이 계셨어요. 누가 주신지는 모르지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물건보다 마음이 너무 따뜻했어요. 아, 이제 내가 뭘 하려는지 아시는구나, 내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힘이 났어요. 5년을 마을에서 부대끼며 일하고 있어요. 마을주민들께서 마음을 열어주셔서 지금은 어른들과 한지공예를 하고 있어요. 벌써 4년째가 되어서 주민들의 수준이 엄청 높아요. 고흥박물관에서 전시도 하고 판매까지 합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재밌게 하고 있어요. 이런 삶의 바탕에는 평생을 이곳저곳에서 공동체운동을 실천하셨던 친정어머니가 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닮아가보다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자라면서 보고 느끼는 환경이 교육에 큰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생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마을이 아이들을 품어야 할 이유지요.

정리 김지유 사진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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