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주체가 스스로 창조하는 학교 공간혁신의 비결

공간혁신은 ‘감시학교, 통제학교’를 ‘미래학교’로 바꾸는 필수 과정이다. 재원과 집행력을 가진 교육부가 공간혁신이 완료된 학교를 기성품처럼 제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학교에서는 ‘미래’도 ‘혁신’도 가능하지 않다. 학교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공간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조건이지 주체가 아니다. 학교의 주체는 학생과 교사다. 학생과 교사가 스스로 교육의 목표와 수단, 방법을 마련하고 이에 맞는 학교공간을 창조해야 한다. 결과뿐 아니라 이러한 과정까지 포함되어야 혁신이 가능하다. 세 가지로 근거를 압축한다.

첫째는, 그동안 혁신, 행복, 마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혁신을 시도해왔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참여자들은 자주 허전함을 토로한다. 구체적 실체와 연결되지 않은 ‘프로그램 중심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공간혁신이 결합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손에 잡히는 실체가 있다. 그 실체와 교육의 주체들이 부단히 상호작용을 한다. 그렇게 찾아온 변화는 프로그램이 끝나도 강한 흔적을 남긴다. 새로운 공간의 경험은 미래로,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둘째는, 적잖은 돈이 들고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공간혁신은 ‘권력행위’, ‘책임행위’의 과정이다. 소비와 수용에서 결정과 집행으로 주체의 위치가 바뀐다. 단순 소비자에서 능동적 생산자로 바뀌면서 다름 아닌 ‘시민’이 탄생한다. 또한 공간혁신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다. 주체들의 전망과 의지를 이끌어 내는 종합 퍼포먼스다. 교과서 대신 창과 벽, 천장과 텅 빈 공간으로 눈을 돌리는 전혀 다른 행동을 요구받는다. 지금까지는 눈길을 주지 않았던 곳을 응시함으로써 상상력과 창조의 경험을 갖는다.

셋째는, 첫째와 둘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은 통상의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보다 힘이 더 많이 든다. 그래서 더 보람 있고 값지다. 무엇보다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보내는 학교공간의 창조자로서 ‘나’라는 존재를 무겁고 귀하게 확인하게 된다. 교육의 ‘시민적 주체’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시민적 주체가 튼튼하게 서면 ‘미래학교’는 어렵지 않다.

최근에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미래학교의 핵심 주제는 ‘학습과 기술의 결합’ 이다. 까닭에 근래의 공간혁신에는 ‘디지털 공간’이라는 새로운 기술적 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공간혁신의 철학이 분명하면 거기에 접목시킬 ‘기술’ (디지털이든 무엇이든)을 선택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방향이 애매하면 ‘기술’은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일 뿐이다.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공간혁신에서 ‘기술’은 본질은 아니다. 면허가 없고, 윤리적 기준이 허약하면 드론기술이 공동체를 파괴하는 재앙이 될 수 있는 이치와 같다. 시민적 주체의 튼튼한 확립을 거듭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글이 기술의 가능성을 세세하게 언급하지 않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마크 프렌스키(Marc Prensky)는 <미래교육을 설계한다>에서   “본질에는 일치(一致)를, 비본질에는 다양성(多樣性)을, 그리고 모든 것에는 넉넉한 사랑을…”이라고 제시했다. 학교교육에서 본질은 시민적 주체의 확립이다. 기술은 ‘방법’이고 ‘비본질’이다.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조화시키는 힘은 학생과 교사 간의 서로에 대한 존중과 믿음, 곧 ‘넉넉한 사랑’이다.

그러니까 ‘이해할 수 없으면 외워라’가 아니다. ‘사랑하라’이다. 자기 삶을 결정하는 주권자인 ‘시민의 탄생’을 바란다면, 그들이 지금 만들고자 하는 내일의 삶을 존중한다면, ‘감시와 통제’를 극복한 ‘미래학교’를 꿈꾼다면, 공간혁신보다 먼저 필요한 덕목은 ‘생각의 혁신’이다. 그 출발은 넉넉한 사랑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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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교육부 미래교육위원회 전문위원

광주 선운중학교 교사. 광주 광산구 교육정책관을 거쳐 지금은 교육부 정책보좌관으로 일한다. 선운중에서 근무할 때 ‘복합문화공간 2037’과 예술창작공간 ‘엉뚱’을 만들었고, 이를 모델로 광산구에서 공간혁신 사업 ‘엉뚱’을 추진했다. 현재, 전국에 학교 공간혁신의 필요성을 알리고, 학교 공간혁신 사업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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