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전남교육가족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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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상 타고 감사인사 받은 이유

담양 송강고 발명동아리 GTF

 

‘상상하라, 다르게 상상하라!’는 교훈을 내걸고 2021년 문을 연 공립대안학교 담양 송강고. 교내 발명동아리 ‘GTF’는 이 교훈을 200% 실천하고 있다. 전기전자통신과목 담당인 류태욱 교사를 중심으로 개교 이듬해에 꾸려진 동아리. 동아리 인원은 딱히 정해서 말하기 어렵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그때그때 자유롭게 결합하기 때문. 지금까지 8명이 참여했고, 요즘 ‘열성’ 동아리원은 국지성(2학년), 강하은, 김윤진(이상 1학년) 학생이다.

다르게 상상하기를 즐기는 이 학생들이 줄줄이 ‘사고를 치고’ 있다. 지난 2023년 9월 국지성 학생은 제44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상금 800만 원)을 탔다. ‘차량 급발진 확인장치’라는 발명품으로 전국 참가자 9,896명 중 무려 1등을 한 것. 강하은·김윤진 학생은 ‘2023. 학생 SW융합 해커톤대회’에서 금상을 탔다. 류태욱 교사는 “처음이니까 꼴등을 해도 무방하겠다 싶어 그냥 ‘너희, 해볼래?’ 했더니 1등을 해버렸다”고 말한다. 이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문화재 관리 시스템’은 상용화 가능성이 돋보였다. 두 학생은 요즘 FLL(레고로봇대회) 참가를 준비하고 있다.

강하은 학생은 “일상에서 늘 새로운 생각을 하고, 익숙한 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IT, 프로그래밍 쪽으로 진로를 잡았다”고 말했다. 김윤진 학생은 “중학교 때는 기계나 컴퓨터에 울렁증이 있었다. 고등학교 와서 도전의식이 생겼다. 발명에 집중하면 창의성이 생기고 협동심도 기르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생활 속에서 끝없이 개선점을 찾는다. 동아리 이름인 GTF는 ‘미래로 가는 문Gateway to the Future’을 뜻한다. 류태욱 교사는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야 미래가 열린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송강고의 체험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된다고 꼽았다. 7박8일 제주탐험, 스키장 체험, 2박3일 자전거 라이딩 등 다양한 외부활동이 모두 상상력 가동에 자극을 준다고.

상상력이야 한껏 발휘한다 치더라도, 어떻게 ‘구체적인’ 발명에 스스럼없이 착수할 수 있을까. 류태욱 교사는 “관련 배경지식을 모두 알고 시작할 필요는 없다. 100% 알고 시작하면 오히려 실패하기 쉽다”고 말했다. 적당한 지식에 호기심을 더하면 된다는 말로 들린다. 김윤진 학생은 “우리 아이디어가 엉성해도 선생님은 늘 편하게 배려해주신다. ‘해봐라’가 아니라 ‘너희 해볼래? 우리 해볼까?’ 하신다. 강압이 아니라 권유다”고 보탰다.

공감에서 출발한 차량 급발진 확인장치

국지성 학생이 발명한 ‘차량 급발진 확인장치’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에서 태어났다. 그는 2022년 12월 한 뉴스를 접했다. 강릉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할머니가 사고를 내, 동승한 손자 이모(12세) 군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할머니는 차량이 급발진을 했다고 호소했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길이 막막했다. 손자를 잃은 슬픔에 억울함까지 덮친 것. 그 뉴스를 본 국지성 학생은 ‘운전자가 페달을 밟는 궤적을 기록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곧바로 ‘차량 급발진 확인장치’ 발명에 착수했다. 이듬해 여름방학까지 총 9개월이 걸렸다. 이전 첫 발명 때는 류태욱 교사의 지도를 많이 받았다면, 이 발명은 국지성 학생이 주도하는 ‘홀로서기’ 과정이었다.

원리는 운전자가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밟을 때 그 동작과 압력의 정도를 차량 유리에 반사시키고, 이를 블랙박스에 녹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급발진 추정 사고가 일어났을 때 운전자가 페달을 실제로 어떻게 조작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국지성 학생은 거리측정 센서 제작 문제 등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끈질기게 해법을 찾아냈다. 전문가들의 도움도 구했다. 동신대 전경권 교수에게 장치의 실현가능성을 검토 받았고, 전남도립대 문경준 교수에게 추가 아이디어를 청취했다. 송강고에서 목공수업을 담당하는 강성 교사는 급발진 확인장치의 용접을 해주었다.

‘차량 급발진 확인장치’는 현재 발명 특허를 출원해놓은 상태다. 상용화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한다. 류태욱 교사는 “대회 때는 기존 부품을 사서 조립해 만들었지만, 만약 기업에서 발명장치에 맞는 부품을 저렴하게 생산해준다면 충분히 상용화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국지성 학생은 예상치 못한 보람도 맛보았다. 대통령상을 수상한 뉴스가 보도된 후, 강릉 급발진사고의 희생자인 이군의 아버지가 국지성 학생의 집을 찾아와 감사인사를 전한 것.

국지성 학생은 그림을 잘 그리고, 3D나 애니메이션 영상 제작 실력도 수준급이다. 진로도 영상 제작 쪽으로 잡았다. ‘차량 급발진 확인장치’ 발명품 제출 때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첨부해 설명을 대신했다. 요즘 그의 머릿속을 맴도는 발명 아이디어는 뭘까. “색약이 있는 사람들도 쉽게 색깔 구분을 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팔레트”라고 한다. 그는 “색약이 있는 사람은 녹색과 빨간색 구분을 잘못하고, 그러면 그림을 그릴 때 어려움을 겪는다. 나도 색약이다”고 말했다.

송강고 GTF는 그간 차량 급발진 확인장치, 문화재 관리 시스템 프로그램, 온라인 건강체크&출석부, 단체이동 도우미 앱 등을 개발했다. 2024년, 송강고 GTF가 어떤 발명품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그동안 재직 학교마다 발명동아리를 운영해온 류태욱 교사의 회고를 들어보자. “발명과정에서 학생들은 탐구심과 끈기를 발휘해요. 그러다 보면 문제 해결력이 길러져, 나중에 어떤 분야로 진출하든 다들 잘 헤쳐 나가더라고요.” 어쩌면 자기만의 ‘문제 해결력’이 최고 발명품일 수 있겠다. 글 이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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