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전남교육가족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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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사이좋은 한 지붕 두 학교

곡성 석곡중 방카쌤

곡성군 석곡면 석곡중에는 특별한 교실이 있다. ‘학교형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이다. ‘학교형 방과후아카데미’는 청소년 수련시설이 아닌, 학교 내에서 운영되는 방과후아카데미이다. 여성가족부에서 추진하고, 학교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한다. 공립학교 중 학교형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곳은 전국에서 석곡중학교가 유일하다. 가까이에 있는 곡성읍이나 옥과면과는 달리 석곡면에는 청소년 시설이 없다. 곡성군의 의지와 학교의 노력이 더해져 2020년 9월 방과후아카데미가 문을 열었고, 올해로 운영 만 3주년을 맞았다.

전국 유일 공립학교 방과후아카데미 운영

석곡중학교 전교생 33명이 방과후아카데미에 참여한다. 크게 체험·역량 강화, 상담, 보충학습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김연승·위동희·이성제 지도사 3명의 ‘방카쌤’이 모든 과정을 살뜰하게 챙긴다. “학교의 역할이 교육이라면, 방과후아카데미는 상담과 돌봄의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교내에서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해 운영할 때 장점이 많고, 효율이 높습니다.” 이성제 지도사의 설명이다.

‘방카쌤’들은 전문 청소년 상담사, 지도사이다. 가까이서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있다. 특히 도시 아이들만큼 다양한 수업을 받게 해주고 싶어 지역사회의 문을 두드린다. 올해 석곡중에서 운영되고 있는 방과후아카데미 프로그램은 3개 과정. 자기주도학습은 광주 봉선동 학원과, 축구는 전남체육협회와, 밴드동아리는 순천대 밴드동아리와 협업한다. 2학년 전수민 학생은 “광주에서 재밌는 선생님이 오셔서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알려주셔서 좋아요”라고 말한다. 학부모들도 “지역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해 온다.

학생들은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다. SNS에 올라오는 에버랜드 판다 ‘푸바오’도 실제로 보고 싶고, 대형 복합쇼핑몰이 진짜 재밌는지도 궁금하다. 올해 석곡중은 성취감을 더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안 하던 수학 공부 두 시간 하기, 영어 단어 20개 외우기 등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점수를 매긴다. 노력만큼 점수가 쌓이면 ‘방카쌤’은 소원을 들어준다. 올여름 소원으로 서울권 대학에 다녀온 학생들은 “연세대 캠퍼스가 너무 예쁘고, 학식이 싸고 맛있어서 놀랐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2021년에는 ‘영화제작소 돌실’을 운영했다. 광주 영화사 개미필름과 협업했다. 1년간 시나리오, 연출, 음향, 촬영까지 모두 배웠다. 전문 배우를 만나 연기 특강도 들었다. 학생들은 일 년을 고군분투해 20분 분량 독립영화 <낯선>을 완성했다. 코로나19 탓에 시청각실에서 자그마한 상영회로 자축했다. <낯선>은 2022년 평택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매년 신입생이 오면 환영 동영상으로 영화를 틀어준다. “어때? 우리가 만든 영화야!” 공들여 만든 영화는 오래 두고 자랑하고 싶은 멋진 결과물이 됐다.

2023년에는 자율동아리 활동이 활발했다. 학생들은 밴드, 볼링, 공예, 여행 등의 동아리를 꾸리고 대표도 뽑았다. 여행동아리 대표 1학년 양은진 학생은 “여행 한 번 가려면 준비할 게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다. 그래도 다녀오고 나면 너무 뿌듯하고 다 같이 노는 게 행복하다”며 웃었다. 밴드, 볼링 동아리는 주말에도 참여율이 90%를 달성할 만큼 열정이 활활 불탔다. 1년이 아직 안되었지만 밴드동아리 ‘밴드랜드’는 10월 열린 곡성군 하이틴페스티벌 무대에 초청돼 윤도현의 ‘나는 나비’, 러브홀릭의 ‘버터플라이’ 등을 멋지게 연주했다.

성공의 열쇠는 소통

석곡중은 2022년 방과후아카데미 사업 종합평가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건 꾸준히 소통하려는 노력 덕분이다. 같은 학교 안에서 운영 주체가 나뉘다 보니 자칫 오해가 생기기 쉽다. 실제 소통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아카데미도 있다. 석곡중은 곡성군, 학교, 아카데미, 주민이 자주 모여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나눈다. 방향을 공유하고 진행 상황을 논의하고, 개선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유연하게 반영한다. 학부모와 마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필요하면 팔을 걷어붙이고 돕는다. 3년간 서로의 필요성을 느끼며 신뢰가 쌓였고, 모두가 아이들 교육에 한마음이라 어려움은 없다.

석곡중 방과후아카데미는 10월부터 12월 초까지 곡성읍 곡성교육문화회관 갤러리 ‘봄뜰’에서 ‘돌실 활동 전시회’를 열었다. 그간의 활동을 차곡차곡 정리해 담고, 공예 동아리의 구슬땀이 담긴 멋진 레고 작품들도 곁들였다. 청춘이란 무얼까? 라는 질문에 한 아이가 “청춘은 삶이죠. 딱 한 번인 순간이고 되돌릴 수 없고 그립거든요!”라고 답한다. 그럼, 우리 2024년에는 뭘 하면서 순간순간을 후회 없이 채워볼까? 이야기를 나누는 석곡중 아이들과 방카쌤들의 웃음이 갤러리 이름 ‘봄뜰’처럼 환했다. 글 노현서 사진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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