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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전남교육가족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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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이 설 카네기홀, 먼저 오르다

나주 초·중학생 연합 카이로스 팀

미국 뉴욕의 링컨홀과 카네기홀에서 나주의 초·중학생이 바이올린 공연을 펼쳤다. 최무성(빛가람초6), 김가윤(나주금천중1), 문명경(나주금천중3), 장재명(빛가람중3) 학생이 주인공들. 팀 이름은 카이로스Kairos이다.

두 공연장은 ‘거장’들의 발자취가 뚜렷한 곳이다. 특히 카네기홀은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공연 이력이 화려하다. 1891년 5월 카네기홀이 문을 열면서 선보인 맨 처음 공연의 지휘자는 차이코프스키였다. 록밴드 최초로 그룹 시카고가 1971년에 무대에 올랐다. 2024년 2월 21일에는 한국의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바로 이곳에서 받아 나주의 초·중학생 바이올린 앙상블 팀 카이로스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제1악장’(4분 52초)을 연주한 것이다. 이처럼 멋진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네 학생의 공통점은 빛가람초등학교 ‘드림 오케스트라’ 출신이라는 점이다. 2014년에 개교한 빛가람초의 초대 소순희 교장 선생님의 열정으로 오케스트라단이 창단됐다. 문명경, 장재명 학생이 드림 오케스트라단에 1기 단원

으로 들어갔다. 시차를 두고 김가윤, 최무성 학생이 뒤를 이어 가입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이기원 방과후 선생님이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했다.

‘뉴욕 국제 음악 경연’ 현악 앙상블 입상

카이로스 팀 결성은 2021년. 나주음악협회에서 주최하는 ‘협주곡의 밤’, 나주예총이 마련한 청소년예술제 등 지역에서 열리는 여러 공연 무대에 초청을 받아 바이올린을 켰다. 같은 해에 전남·광주 지역 최대·최고의 경쟁 무대인 호남예술제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등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나주시교육진흥재단은 카이로스 팀 전원을 예능 장학생으로 선정했다. 최근에는 월출산 도갑사에서 열린 ‘겨울맞이 작은 음악회’에서 공연했다. 지역사회에서 카이로스는 ‘아이돌 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2023년 이른 봄, 이기원 선생님의 지인이 “여기 한 번 나가 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미국 뉴욕일보사가 주최하는 ‘뉴욕 국제 음악 경연대회’New York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1.9.~3.31. 참가 권유였다. 평상시 같으면 뉴욕까지 직접 날아가 경쟁무대에 올라야 해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머뭇거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잦아들기는 했어도, 미국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 시국의 매뉴얼이 적용되고 있었다. 공연 영상을 보내면 되는 조건이었다. 카이로스는 호남예술제 공연 영상을 뉴욕일보사에 보냈다. 4월 중순경 카이로스가 현악 앙상블 부문 3등을 수상했다는 증서가 우편으로 날아왔다. 링컨홀과 카네기홀에서 위너콘서트Winner Concert 형식으로 공연 기회를 갖는 것이 수상에 따른 특전이다. 공연은 각각 12월 16일, 19일에 진행됐다. 수상 팡파르가 울리는 주 공연 무대는 카네기홀이다.

나주금천중학교 최광표 교장은 “학교가 분위기와 여건을 만들고 여기에 민간 전문가가 결합해 아이들의 역량을 키웠다”면서 “공교육에서 아이들에게 동기와 기회를 부여한 것을 기초로 국제적인 성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뜻하는 바가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주교육지원청 변정빈 교육장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함께 노력해서 일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유-초-중-고 연계 교육활동이 나주교육지원청의 지향인데 여기에 조응하는 사례여서 더 넓게 확대시키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네 학생은 어떤 계기로 ‘바이올린’에 입문했고, 지금처럼 잘 연주하게 됐을까.

“유치원 때 엄마때문에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있어요. 어른이 돼서도 바이올린하고 재밌게 놀 거예요.”(최무성)

“원래 피아노를 좀 배웠어요. 그런데 초등 1학년 끝날 무렵에 학교에서 오케스트라를 만든다는 안내장을 받고 딱 끌리는 느낌이 있어서….”(문명경)

“방과후 신청서를 받았을 때 악기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그냥 들었어요, 퍼뜩. 엄마도 좋다고 하고요.”(김가윤)

“명경이랑 똑같이 초1 때 오케스트라 창단 안내문을 받았는데 별로 관심이 없다가 엄마가 권유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소리가 화려하고 좋더라구요.”(장재명)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치유, 취미, 쉼, 삶의 풍요, 스트레스 풀기 등을 위해 바이올린을 놓지 않겠다는 게 네 학생의 공통된 의견이다. 부모님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그러니까 ‘바이올리니스트’가 꿈인 학생은 없다. 음악, 미술, 스포츠 등의 활동을 꼭 직업과 연계시키곤 했던 예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카이로스Kairos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기회의 신’의 이름이다. 또한 고대 그리스어로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주관적인 시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나주의 초·중학생으로 구성된 바이올린 앙상블 팀 ‘카이로스’는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이 준 예외적인 기회를 잘 활용했다. 나주의 교육가족들은 카이로스가 붙잡은 기회를 더 많은 학교와 아이들에게 확산시키는 시간을 계획하고 있다. 작은 바이올린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가 긍정의 폭풍으로 커가는 교육의 ‘나비효과’를 기대해 본다.

글 김은태 사진 Frank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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