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우리들 이야기

 

특별한 인연, 특별한 장학금

최미숙 보성 벌교초 교사

 

1월 5일은 보성 벌교초 졸업식 날이었다. 우리 학교는 졸업생이 만든 ‘종남장학회’에서 2억 원 가량의 종자돈으로 매년 졸업생에게 30~50만 원씩 장학금을 준다. 올해도 30명 이상이 그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데 졸업식 하루 전날, ‘선행 장학금’ 30만 원이 추가로 생겼다. 기부자는 우리 학교의 ‘쌍둥이 졸업생’을 지정했다. 그는 삼화목공소 왕봉민 사장님이었다.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지 벌교에는 일본식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학교 정문을 나와 태백산맥 문학거리를 따라 걸으면 보성여관, 정하섭의 본가인 술도가, 금융조합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그 길에 삼화목공소도 있다. 1941년에 세워진 목조 건물로 2대째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21년 2월 3일 불이 크게 나 윗 세대가 사용한 대부분 자료와 목공소 상당 부분이 탔단다. 가게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당시 벌교초 4학년 쌍둥이들이 저금통을 털어 만든 10만 원을 사장님께 가져다 드렸다고.

그로부터 2년 후, 왕 사장님은 학교 운동장을 운동삼아 걷다 우연히 졸업식 안내 플래카드를 발견했다. 곧 쌍둥이들을 떠올렸다. 오늘의 특별한 장학금은 그 돈이었다. 2년에 걸친 긴 사연은 졸업식에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에게 전해졌다.

식이 끝나고 교장 선생님, 동료 선생님과 함께 감사 인사를 드릴 겸 목공소를 찾았다. 5년째 근무하며 그 앞을 여러 번 지났지만 들어가기는 처음이었다.

목공소는 기와를 인 단층 목조주택이다. 나무로 된 미세기문을 열자 삐그덕 소리가 났다. 가게 앞에는 이곳에서 제작한 오래된 탈곡기와 풍구가 있었다. 손을 보긴 했지만 목공소의 구조와 틀은 건축 당시 그대로였다. 천장에는 상량식을 한 연도가 적혀 있었다. 까만 서까래를 올려다 보며 화재로 위험했던 순간을 상상했다.

11살의 어린이들이 저금통을 털어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고, 그것을 잊지 않고 장학금으로 되돌려준 사장님의 실천 이야기는 새해를 맞이한 우리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무엇보다 선행은 선행을 낳는다는 진리를, 학교를 떠나는 우리 아이들이 눈으로 보고 경험할 수 있어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보성군에서 삼화목공소를 지역문화재로 지정할 것인지 연구 중이라고 한다. 일이 잘 추진돼 목공소가 오래도록 남으면 좋겠다.


 

전국체육대회 소식은 우리가!

전유나 영암여고 학생

초등학교 때부터 내 꿈은 기자다. 말과 글로써 사회와 소통하고 싶다. 전남교육청이 청소년기자단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전남교육청 청소년기자단(이하 전청기)은 앞으로 전남에서 펼쳐질 전국체육대회 성공 개최를 위해 스포츠 행사를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한다.

지난 2월 12~14일, 전청기 새내기 연수에 참여했다. 연수에서 만난 다른 지역, 다른 학교 친구와 동생들, 선생님들과 만날 수 있었다. 장기자랑과 게임을 통해 어색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무척 즐거웠다. 또 쉽게 만날 수 없는 각 분야 전문가의 강연을 들을 수 있어서 뜻깊었다.

2박 3일간 새내기 연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전청기 발대식! 나는 용기를 내어 사회자에 도전했다. 많은 손님들이 오는 큰 행사를 직접 진행한다는 책임감에 잠깐 걱정도 되었지만, 주위 응원 덕분에 열심히 준비해서 정작 행사 당일에는 즐길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영상 등을 높은 퀄리티로 제작하는 친구들이 대단했다. 나도 편집 기술을 배워서 활용해보고 싶었다.

초등학생 때 나는 육상선수였다. 5년 동안 100m, 800m, 투포환 종목을 뛰었다. 때문에 이번 전국체전 취재는 꿈만 같은 일이다. 다양한 종목의 경기를 직접 보고 선수들을 만나며, 내 꿈에 한 발 더 다가가고 싶다. 또 SNS 활동도 열심히 해서 청소년들에게 전국체전과 더불어 우리 전남의 희망찬 미래를 알릴 것이다.

앞으로 전청기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 전청기 파이팅!


 

서울에서 친구가 전학왔어요

김한결 곡성 죽곡초 교사

A는 3년째 혼자였다. 선생님과 단둘뿐인 수업. 좋은 점도 있었지만 외로웠다. 2023년, 드디어 한 명뿐인 A의 반에 전학생이 왔다.

오랜만에 생긴 동갑내기 친구에 A는 쑥스러웠다. 전학생 B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아있었다.

B에게 전학온 이유를 물었다. “엄마한테 밖에서 뛰어놀고 싶다고 맨날 이야기했더니 시골로 같이 유학 갈래? 그러셨어요. 서울에서는 1년 동안 체험학습 딱 한 번 갔거든요. 시골은 체험학습도 많이 간다더라구요.”

그러자 A가 끼어들었다. “우리는 작년에 수학여행도 갔다왔어.” B가 놀라며 물었다. “5학년인데 수학여행을 갔어? 돈 많이 들었겠다.” A는 뽐내듯 답했다. “우리 돈 안 내고 갔는데?” B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죽곡초가 농산어촌유학생을 받은 건 A의 적극적인 주장이 있었다. 학교가 신청해야 유학생들의 자리가 생겼다. “혼자서 학급 일을 하는 것도, 체험학습 때마다 혼자서 동생들 돌보는 것도 약간 힘들었어요. 올해는 6학년이라 학생회장도 하고 싶었고요. 저도 의지할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A의 솔직하고 현실적인 고민에 ‘킥~’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실 A는 여학생을 기대했다고. A가 만난 같은 반 여학생은 1학년 때 딱 한 명, 그것도 한 달 만에 전학을 가버린 친구였다.

“시골 학교로 올 때 전혀 걱정 안했어요. 오히려 뛰어다닐 생각에 좋았달까. 제가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데 장난칠 친구가 한 명밖에 없는 건 조금 아쉽긴 해요. 보건 선생님이 없는 것도 신기하고.” 이번엔 A의 눈이 동그래졌다. “너네 학교에 보건 선생님도 있어?”

B가 전학오고 일주일이 지났다. 언제 떨어져 앉아있었나 싶을 정도로 딱 붙어 다니는 모습을 보니 두사람의 마지막 말이 기억났다.

“1학년부터 5학년까지 모두랑 친해지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내 하나뿐인 6학년 반 친구 A와 동네 친구 같은 그런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B랑 선생님이랑 같이 자전거 타고 벚꽃길을 달리고 싶어요. 친구랑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는 곳도 많이 갈래요. 선생님도 끼워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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