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장기해외유학연수 체험기

우리들 이야기

‘자유의 나라’ 미국의 반전 있는 교육

교원 장기해외유학연수 체험기

 

조형아 곡성 오산초 교감

 

교원 장기해외유학연수 1기 석사과정(2002~2004년) 대상자로 선정되어 2년간 유학 생활을 하게 됐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학부모 자원봉사자를 하며 미국의 다양한 교육 현장을 체험했다. 이 글은 내가 살았던 미국 알라바마주에서 보고 겪은 경험이다.

 

출입관리가 철저한 미국 학교

 

8월 5일부터 새 학년도가 시작되었다. 미국은 개학 1~2일 전에 아이의 새 교실을 방문하는 날이 있다. 학부모 편의를 위해 주로 저녁에 교실을 연다. 그날 학부모들은 담임의 학급 경영관을 듣고 질문을 하고 학습 준비물 목록을 받는다.

내 아이가 다녔던 학교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등·하교를 책임진다. 스쿨버스는 저소득층 자녀들과 먼 거리의 현장학습에 쓰인다. 등·하교 시 학교 진입로에서는 경찰들이 매일 교통지도를 한다.

학교 출입문은 여러 곳에 있지만, 등·하교 시에는 딱 3곳만 열린다. 그나마 아침 8시 이후와 오후 3시가 지나면 출입문은 딱 한 곳이 되고, 나머지 외부 출입문은 모두 잠긴다. 열쇠를 가진 교직원들만 문을 열 수 있다. 학교 안에서는 언제든 밖으로 나올 수 있지만, 밖에서는 열쇠 없이 학교로 들어가지 못한다.

아이들은 교사 뒤를 따라 질서 있게 한 줄로 서서 출입문으로 들어간다. 8시까지 등교를 해야 하는데, 만일 1분이라도 늦으면 유일한 통로인 중앙현관 출입문으로 가야 한다. 지각한 아이들은 지각 표를 받고 교실로 간다.

학부모가 교실을 방문할 때도 중앙현관의 행정실을 통해서 방문자 통행증을 가슴에 붙이고, 기록부에 서명하고서야 가능하다. 방문하는 반, 선생님 이름, 방문 시간(몇 시 몇 분부터 몇 분까지), 방문 목적을 기입한다. 떠날 때도 나가는 시각을 적는다. 부모들은 학기 초에 학교에서 아이를 찾아 데려갈 수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낸다. 아무나 아이들을 데려갈 수 없다. 보호자나 보호자가 허용한 사람만이 아이를 데려갈 수 있다. 미국의 학교는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제한 또는 관리하며 학생들의 안전을 지킨다.

 

 

절대 뛰지 않는다

 

가끔은 하교시간 30분 전에 도착해 운동장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구경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반별로 그늘에 앉아서 부모의 차를 기다린다. 자기 차가 승차 구역에 도착하면 걸어 가서 차를 탄다.

절대 뛰는 법이 없다. 뛸 기미를 보이는 아이가 있으면 선생님은 아이와 눈을 마주보며 단호히 ‘No’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차를 기다리며 잡담을 하면, 선생님은 주의를 준다. 이때, 교사가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면 아이들은 모두 한 손을 들어서 주의 집중 표시를 한다. 조용히 하라는 말이 필요 없다. 교사가 말을 하면 ‘나는 열심히 듣겠습니다. 애들아 조용히 하자’라는 의미로 학생들은 손을 든다. 한 아이가 손을 들면,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손을 든다. 다 조용해지면 아이들은 손을 내린다. 강당에서 행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교장선생님께서 훈화를 시작하면, 아이들이 모두 한 손을 들어 주의를 집중한다.

 

몸에 밴 질서 의식

 

학기 초에 학교에서 나눠주는 책자(student hand-book)가 있다. 학교의 교육 이념, 입학 안내, 일 년 교육 행사 일정, 학교의 교칙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학부모와 학생은 이 책자를 읽고 책에 나온 내용을 잘 지키겠다는 약속의 서명을 해서 학교에 제출한다. 증인(이웃주민)의 서명까지 필요하다.

책자의 내용은 이렇다. 보호자는 아이를 정시에 학교에 등·하교를 시키며, 절대로 7시 10분 전(너무 일찍)에 등교시키거나, 오후 3:30분 이후(너무 늦게)에 데려가지 않는다. 아이가 아파서 약을 먹어야 할 경우, 학교에서는 의사의 정확한 처방전이 있는 약이나 원래 들어있는 용기(original container)의 것만 먹인다. 그 이외에는 부모가 직접 와서 먹인다.(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집에서 가져온 약을 먹기를 원했으나, 담임교사는 처방전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하였다.)

학생들은 학교 물건을 아껴 써야 하고, 학교에 장난감이나 전자 제품을 일절 가져올 수 없다. 다른 이들을 존중해야 하며, 체육 시간에 샌들을 신을 수 없다.(샌들을 신고 온 아이는 안전을 이유로 체육을 못 하게 한다.)

학교의 규칙을 어기거나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학생은 교장실로 불려간다. 아이들에게 하는 교사의 가장 큰 ‘협박’은 ‘교장실에 보내겠다’이다. 아들 학급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어느 날, 교장실에 자주 불려가는 아이가 보이지 않아서 결석했냐고 선생님께 물었더니, 일주일간 ISSIn School Support에 가서 생활한다고 했다. 일주일 정도 학급으로부터 문제의 아이를 분리시키는, 일종의 벌이다. 학교에 오면 집에 갈 때까지 지내야 한다. 아이들이 동물원으로 현장학습을 가는 날도 그 아이는 ISC에 그대로 남아 있게 한다. 우리나라 정서로는 잘못했어도 현장학습은 함께 하도록 했을 것 같은데, 미국은 정말이지 인정사정없다. 아이도 자기가 받는 벌의 무게를 아는지, 들떠있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ISC로 간다.

 

예절을 잘 지키면 대통령이 상 주는 나라

 

학교의 규칙을 잘 지키고 친구들 간에도 예의를 지켜서 모범이 되는 아이는 ‘굿 시티즌십 어워드(Good Citizenship Award)’라는 상을 준다. 1년에 한 번 주는 상으로 미국 대통령 이름으로 준다. 학급의 아이들이 투표를 통해 반에서 가장 예의가 바른 여학생과 남학생 한 명씩을 뽑는다. 선정된 아이들은 전교생 앞에서 교장 선생님과 악수와 포옹을 하며 상을 받는다.

미국의 많은 학부모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녀들이 방과 후에 하는 스포츠 활동을 통해서 얻는 사회성과 협동심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미국의 교육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생활을 매우 중요히 여기며, 아동들에게 기초 기본 질서 의식을 강조하고 실천하게끔 한다.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자라는 학생들은 질서 의식과 매너 있는 행동이 몸에 배었다는 사실이다.

가정과 학교, 사회 모두가 합심하여 우리나라 학생들이 자주적이고 책임감 높은 시민으로 자라도록 지원하고, 학생들도 스스로 실천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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