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 마라토너 주승훈 씨

사람

“‌도전의 모든 과정이 내 삶의 자산”

극지 마라토너 주승훈

 

26세 목포 청년. 고향 목포에서 초·중·고를 졸업했다. MBTI(성격유형검사)는 ENFP. 모험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많고, 러닝과 독서를 좋아한다. 한계를 뛰어넘는 극한도전을 즐긴다. 도전가, 순례자, 작가, 러너, 극지 마라톤 자원봉사자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운영하며 소통, 교류한다. 2021년부터 레이싱 더 플래닛(Racing The Planet)이 개최한 3개의 극지 마라톤대회에 참가, 완주했다.

2021년 아프리카 나미비아 마라톤대회에서 남자 20대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조지아 코카서스, 칠레 아타카마 마라톤대회에 연달아 참가했다. 핀란드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목표 중 하나는 ‘극지 마라톤 그랜드슬램’. 마지막을 장식할 남극 레이스는 20대가 가기 전에 도전할 계획이다. 자신의 도전기와 일화를 담은 책 <다시 나아갈 수 있을까>, <나도 당신과 같습니다(공저)>를 펴냈다.

주승훈 씨 ⓒ마동욱

 

■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내년 5월이나 6월에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시 갈 계획이다. 아르바이트하면서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고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올해 6~7월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프랑스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걷고, 시작점으로 되돌아와 2주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에게 비자 발급, 코스 등을 설명하고 안내해야 하는데 의사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내년에는 1,200㎞가량 되는 산티아고 북쪽 루트나 2,000㎞의 이탈리아 순례길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루트에 도전할 계획이다. 넉넉잡아 3개월 정도의 비자가 나와야 하는데, 비자 발급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 마라톤 대회(2021년)

■ ‘첫 도전’의 연속이다. 극한의 도전에 나선 계기는.

2020년 해병대를 전역했는데, 마지막 휴가 때 ‘색약 판정’을 받았다. 내 오랜 바람 중 하나가 경찰이 되는 것이어서 대학도 경찰행정학과에 입학했다. 근데 신체적 조건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 색약 판정자는 경찰을 할 수 없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처참하게 무너졌다.

어느 날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 영상을 보는데, 큰 울림을 준 한마디가 있었다. “삶을 관조와 관찰로 대체하지 말라.” 스스로 부딪치고 체득한 깨달음에 충실하라는 메시지였다. 이때 극지 마라톤대회를 알게 됐고,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게 시작이었다. 당시에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시기라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그 시기에 극지 마라톤 도전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했다. 1주일에 4~5일 달리기와 맨몸운동을 했고, 하프마라톤과 풀코스마라톤도 완주했다. 첫 도전은 제주도 자전거 종주였다. 혼자 이뤄낸 첫 결실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감이 생겼고 이때부터 ‘도전’이 내 삶의 중심에 자리잡은 것 같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 한가운데 차려진 베이스캠프(2021년)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 한가운데 차려진 베이스캠프(2021년)

 

■ 극한의 환경, 한계를 어떻게 이겨냈나.

포기하지 말게 해달라 간절하게 기도하고, 완주했을 때 모습과 기분을 상상하며 참는다. 도전을 응원하는 이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힘을 내기도 한다. 한참을 걷고 뛰다 보면 가끔 ‘걷는 기계’가 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여기서 뭘 하는 거지? 포기할까? 포기할 수는 없어! 온갖 생각과 감정이 뒤섞인다. 사막 가운데서 정신을 잃을 뻔한 순간도 많았고 중간중간 주저앉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북돋기도 하고, 허벅지를 때리며 ‘너 이것밖에 안 돼?’ 채찍질도 하며 고비를 넘겼다. 고통이 크다. 그런데 그만큼 한계를 뛰어넘었을 때 느끼는 희열, 성취감도 크다. 가슴이 웅장해지고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긴다. 그래서 극한도전을 즐기게 되는 것 같다. 도전의 모든 과정이 내 삶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 마라톤 대회 완주 후 참가자들과 기념사진(2021년)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 마라톤 대회 완주 후 참가자들과 기념사진(2021년)

■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 인상적인 참가자와 그 이유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곳이다. 낮에는 햇볕이 강해서 살갗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고, 밤엔 급격하게 온도가 떨어져 힘들었다. 낮과 밤이 극과 극이다. 밤에는 물을 받아 놓은 물통이 얼 정도로 추웠다. 덜덜 떨면서 매일 밤을 보냈다. 몸이 만신창이인데다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주승훈 씨의 발(2022년)
주승훈 씨의 발(2022년)

2021년 아프리카 나미비아와 2022년 조지아 코카서스 사막 마라톤대회에서는 걸어서 완주했는데, 아타카마에서는 달렸다. 입술이 갈라지고 어깨와 허리에는 멍이 들었다. 성한 데가 없었다. 매일 아침과 밤에 진통제를 달고 지냈다. 아타카마에서 개인 기록을 경신했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도전이었지만, 후유증은 가장 길었다. 귀국 후 2주 정도 계속 코피를 흘렸다.(하하) 내 인생의 롤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대회에서 만난 브라질 출신 블라디미르 극지 마라토너이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나는 ‘색약 판정’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좌절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아예 시력을 잃었음에도 계속 도전하는 그를 보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

아타카마 대회 완주 기념 메달(2022년)
아타카마 대회 완주 기념 메달(2022년)

 

■ 평소에 하는 일은?

내일의 도전을 준비하는 일상, 이렇게 표현하면 될 것 같다. 러닝, 맨몸운동은 늘 하고 있다. 그리고 주 3회 이상, 기본적으로 5㎞ 이상 달린다. 대회를 앞두고는 목포 평화광장, 김대중평화기념관, 삼학도, 목포대교, 하당 등 30㎞ 코스를 매일 뛴다. 순례길이나 극지 마라톤대회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카페, 식당, 택배회사, 건설현장 등에서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지금은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한다. 그밖에도 시간을 정해두고 책읽기와 글쓰기를 꼭 한다. 언어 공부 등 자기 계발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 100일 동안 독서습관 만들기, 필사하기, 매일 글쓰기 등을 했다. 그때쯤이 대학을 자퇴했던 시기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려 독서, 글쓰기, 운동에 집중했고 제주도 자전거 종주도 계획했다. 종주를 마치고 이듬해 6월 ‘월간 괜찮아마을’을 통해 <다시 나아갈 수 있을까>를 펴냈다. 2020년 전역 후부터 2021년 아프리카 나미비아 마라톤대회 참가 전까지의 도전과 에피소드를 담은 책이다. 도전하는 삶이 가져다 준 변화, 성장기이다. 도전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진솔하게 썼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주승훈 씨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주승훈 씨

 

■ 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가끔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 나서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이건 나에게도 해주는 말이다. ‘늦었다는 말’에 주눅들지 말기, 긍정적인 마인드 갖기다.

사회가 만든 기준과 과정, 다른 사람의 시선은 신경쓰지 말고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집중해 도전하면 좋겠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작은 것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냥 저질러 보면 좋겠다. 도전하고 성취해내는 경험을 통해 사람은 성장하는 것 같다. 실패할 때도 있고 좌절할 때도 있다. 무엇을 하든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겨내길 바란다. 여행도 자주 다니고, 기회가 되면 해외에서 할 수 있는 도전도 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나누는 기쁨도 경험하길 바란다. 정리 강성관

핀란드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핀란드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조지아 코카서스 마라톤대회에서 동료들을 도와가며 완주해 ‘스포츠맨십’ 상을 받았다
조지아 코카서스 마라톤대회에서 동료들을 도와가며 완주해 ‘스포츠맨십’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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