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유린타운’으로 작품상‧개인상 싹쓸이
“예술 교육, 소외 학생 보듬고 자존감 높여”

“우리도 이제 일어나 맞서 싸웁시다. 혁명을 일으킵시다.”

“나비의 날갯짓만으로도 큰 폭풍을 만들 수 있어요. 우리가 다함께 힘을 합치면 더 이상의 희생은 나오지 않을 거예요. 우리도 일어설 수 있어요.”

단호한 목소리가 효산고등학교 진로실 문틈 사이로 삐져나왔다. 연극부 ‘미라클’ 학생들은 11월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무대에 올릴 연극은 ‘유린타운’이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도시에서 개인 화장실을 금지하고 공공화장실을 독점한 독재에 시민들이 대항하는 사회풍자 연극이다. 원래 유린타운은 꽤 유명한 뮤지컬이다.

“연극은 구성원 모두가 자기 역할이 있잖아요. 배우도 있고, 연출가도 있고, 시설담당자도 있고…. 한 명이라도 없으면 막을 못 올리는 거예요. 연극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효산고 미라클

효산고 학생들은 유린타운 시민들이 독재를 반대해 투쟁한다는 점에서 5‧18광주항쟁을 연상하고, 원작의 일부분을 각색했다. 때문에 미라클의 ‘유린타운’에는 1980년 광주의 모습이 담겼다. 대본 수정은 늘 그랬듯 연극부원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며 진행됐다.

미라클은 매년 1개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작품 선정도 부원이 함께 한다. 선택에 참여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몰입과 애정도 높다고. 올해 유린타운으로 지난 9월 개천예술학생연극제와 8월 전남청소년연극제에서 우수작품상을 받았고, 개인상들을 휩쓸었다. 미라클은 가슴을 뜨겁게 하는 대사와 창의적인 무대 연출 등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미라클은 결성된 지 30년이 넘는 유서 깊은 동아리다. “각자 성향이 다른 친구들이 한 무대에 올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에요. 나와 친구, 서로에게 기적이 되어주자는 의미가 담겼어요.” 1학년 주다은 학생의 말이다.

효산고는 예술을 통한 학교교육으로 입시 위주 교육과정에서 소외된 학생을 보듬고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 치유와 회복이라는 성과를 증명하고 있다.

“연극은 구성원 모두가 자기 역할이 있잖아요. 배우도 있고, 연출가도 있고, 무대나 조명처럼 시설담당자도 있고…. 한 명이라도 없으면 무대에 못 오르는 거예요. 연극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의 소중함을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미라클의 시작과 현재를 이끌고 있는 김금삼 지도교사의 바람이다.

그의 교육 목표는 학생들이 직접 완성하고 있다. “연극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말을 잘하게 되었어요.” “선후배, 친구 간 경계가 없어요. 관계가 엄청 좋아요.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동아리에 입부한 사람도 있어요.” “막 자신감이 솟구쳐요. 안 친한 사람이 없어요. 사람을 사귀는 방법을 여기에서 배운 거 같아요.” 동아리 자랑을 묻는 질문에 학생들은 너도나도 외쳤다. 특히 자칭 ‘효산고 인싸’ 주태현 학생의 목소리가 크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올해 동아리 입부자가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저 1학년 때는 부원들이 예닐곱 명 밖에 없어서 공연 작품 찾기도 힘들었죠. 지금은 후배들이 많아져서 기뻐요. 졸업하면 같은 무대에 못 오르는 게 아쉽네요.” 졸업을 앞둔 3학년 이도현 학생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미라클의 화목은 학교 담을 넘어 마을로 확장되고 있다. 학생들은 해년마다 받은 상금들을 모아 순천 지역 요양원과 복지시설 등을 찾아 기부하고, 위문공연을 펼친다. 올해는 성심요양원을 찾을 예정이다.

내달 11월 20일 동산여자중학교 강당에서 효산고 미라클 팀의 ‘유린타운’이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기적 같은 무대, 기대하시라.

글 조현아(홍보담당관)‧사진 김금삼(효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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