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자유, 화장할 권리, 전자기기 사용 허가 등 학교규칙 개정 논의 활발

학생‧학부모‧교사 모여

학교 생활규정 토론

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학교규칙 자율적 수립 가능

“공공 또는 민간 사회복지기관, 법원, 행정당국, 또는 입법기관 등에 의하여 실시되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최상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UN 아동권리협약 제3조에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의 이익 주체가 ‘아동’이라 명시한다. 전라남도교육청은 학생이 교육 주체로 활동하고 이익 주체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학생자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과 28일 열린 ‘민주적 생활규정 교육공동체 대토론회’도 그 연장선이었다. 전남교육청은 ‘우리가 지킬 생활규정 우리가 만들자’를 주제로 학생, 교직원, 학부모와 함께 학교 생활규정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두발‧복장 제한, 전자기기 사용금지 등에 대한 토론이 활발했다.

토론회 패널도 교육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가 맡았다. 순천매산고 남진호 학생은 상벌점제 폐지를, 순천공업고 김보성 학생과 목포홍일고 김철진 학생은 전자기기 허용을 주장했다. 또 광남고 정다정 학생은 완전한 두발 자유를, 장흥관산고 최민기 학생은 편한 교복 착용을 요구했다.

순천금당중 모영률 교사와 마리아회고 신희수 교사는 학생 주장과 학부모 요구를 듣고 협의해나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들려주었다.

여수여고 김일주 학부모는 교육의 목적인 민주시민 양성을 교육3주체로서 학부모와 교사가 제대로 담당하고 있는지 자기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이야기했다. 덕인중 정성우 학부모는 ‘학생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교육문화의 확산을 바랐다.

앞으로 전남 지역 학교마다 생활규칙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지난 9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학교규칙 제‧개정 절차를 거쳐 생활지도의 방식을 규칙으로 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개정 전 동 시행령 제9조 제1항에서 ‘두발‧복장 제한’을 교원의 교육‧연구 방해 및 학내 질서문란 금지 의무의 예시로 쓰고 있어, 대부분의 학교 생활규정에 반영되었다. 이 때문에 학생과 학교 사이에서 큰 갈등을 빚어와 교육부는 올해 개정을 통해 예시 규정들이 모두 삭제하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도교육청은 토론회에서 나온 교육공동체의 의견들을 학생자치활동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단위학교에도 제공해 학생생활규정 제·개정 시 참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민주적 생활규정 교육공동체 대토론회 말, 말, 말

순천공업고 김보성 학생

우리 학교는 전자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한다. 단점도 있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학업에 활용될 수 있으며, 학생과 교사 간 불필요한 갈등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컸다.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하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면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약속을 어기는 일이 빈번하지 않았다. 전자기기 자율화에 대한 선생님과 학부모님들 걱정이 많으실 것이다. 우리 학교도 시행하기 전엔 그랬다. 학교마다 직접 시행하셔서 피드백을 받아보면 좋겠다. 우리의 목소리가 전달되길 바란다.

 

목포홍일고 김철진 학생

전자기기는 청소년들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문화이자 학습적인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도구다. 전자기기를 획일적으로 규제를 하는 것보다 학생들과 협의를 통해 대안을 이끌어내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광남고 정다정 학생

많은 학교들이 ‘학생다움’을 위해 파마와 염색, 심지어는 길이까지 제한한다. 우리는 학생이기 전에 인간이다. 개인은 신체의 자유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학생다움 보다 인간다움을 추구하면 좋겠다. 지금의 학생 용모 제한은 일제강점기의 잔재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일제의 억압과 통제를 90년 전 학생들은 “학생의 힘으로”를 외치며 거리에 나왔다. 학생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유를 이야기했다. 자유는 청소년의, 인간의 당연한 권리다.

 

장애인권연대 최완욱 대표

학교 생활규정을 교육3주체가 합의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생활 규정을 지키는 것은 학생이다. 합의는 당사자들이 동등할 때 의미가 있다. 학생‧학부모‧교사의 의견들이 과연 민주적으로 모아지고 있나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럼에도 오늘 같은 자리가 학교 안에서 일상적인 소통의 방식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하나의 태양을 가리면 뭇별들이 보인다. 천만 개의 별이 천만 개의 꿈을 꾸는 사회가 우리 모두가 꿈꾸는 미래다. 금지와 제한보다 권리를 두텁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논의가 지속되길.

 

여수여고 김일주 학부모

학교 민주주의는 교문 앞에서 멈춘다. 교육기본법 2조는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을 교육이념으로 삼고 있다. 갑론을박의 경험들이 민주시민 교육이다. 토론 자체가 중요하다. 학교마다 설문지를 돌리고 있다. 획일적인 설문보다 멀티보팅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덕인중학교 정성우 학부모

학생에게 학생다움을 강조한다. 학생이란 말의 뜻은 배우는 사람이다. 직업, 성별, 나이, 종교, 국가에 차별을 두지 않고 배우는 사람이다. ‘학생다움’이라는 용어로 행동의 제약을 강요하는 건 모순이다. 학생이 민주적 시민의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모습 그대로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덕인중학교 정덕현 학생

우리집은 꽤 자유로운 분위기다. 게임을 밤늦게 까지 해도, 머리를 마음대로 해도 아빠가 질책하지 않으신다. 그렇게 해도 나는 어긋나지 않았다. 아빠가 규제하지 않는 것이 나를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어, 스스로 행동에 책임감이 생겼다.

자유를 맛 본 사람이 책임을 질 수 있다. 선생님과 부모님이 학생에게 책임 질 기회를 많이 주지 않는다. 생활지도에 따르지 않거나 학교규칙을 어기는 학생들도 선생님이 일을 맡겼을 때 제대로 이행하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우리가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자유와 신뢰를 주셨으면 좋겠다.

 

신안 사는 세 아이 아빠

직업군인이었다. 20년 동안 열심히 군생활 하며 표창도 많이 받았다. 제대하면 머리 길러서 파마도 하고 염색도 해야지 다짐했다. 그렇게 한다고 나의 본질이 바뀌는 거 아니다. 나는 학교에서 허락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염색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싶다.

화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화장 허용했다고 딸들이 생각보다 눈살을 찌푸릴 만큼 세게 하지 않았다. 학교도 학부모도 조금씩 듣고 이해해주면, 아이들도 그만큼 맞춰주는 거 같다.

 

마리아회고 신희수 교사

새로운 생활규정들은 학교 구성원 간 의견수렴의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서로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자.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규정은 반드시 지킨다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규칙이든 학생의 인권이나 행복 위에 군림할 수 없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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