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마을공동체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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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마을공동체의 탄생
  • 전남교육소식
  • 승인 2020.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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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_ 애니메이션 영화 ‘나무를 심은 사람’

우선 질문해 보자. 자연은, 언제나, 무조건 좋은 것인가.

애니메이션 영화 ‘나무를 심은 사람’은 어느 노인이 황량한 고원지대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노인이 생을 마칠 무렵 고원지대는 풍요로운 숲이 되었다. 숲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평화로운 마을공동체가 생겨났다. 나무, 숲, 그것이 만들어낸 놀라운 이야기는 30분 동안 진행된다. 영화치고는 짧지만, 의미는 풍부하다. 생태환경에 대한 세밀한 지식과 명확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일부
'나무를 심은 사람'의 일부

영화에 따르면, 황량한 고원지대에 처음에는 라벤더만이 겨우 서식했다.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자 버드나무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라벤더가 좋아하는 땅은 너무 비옥하지 않으면서 물이 잘 빠지는 모래자갈 밭이다. 버드나무는 젖은 땅에서 잘 자란다.

숲이 물을 품어 땅을 변화시킨다는 점을 상징화시킨 내용이다. 숲을 이루기까지는 나무를 심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했다. 숲이 풍성해지자 자연의 복원력이 ‘스스로’ 작동했다.

동일한 물리적 속성을 지녔을지라도 관계 맺기의 방식에 따라 사물의 성질이 달라진다는 점도, 영화는 보여준다. 고원지대가 폐허였을 때 바람은 굶주린 짐승과도 같이 으르렁거렸다. 숲이 영역을 넓혀가자 바람은 순해졌을 뿐 아니라 나무와 식물들의 씨를 이곳저곳으로 실어 날랐다.

물을 품고, 바람을 순하게 만드는 숲은 다양한 유기체들에게 삶터를 제공한다. 숲은 생명 공동체이다. 사람들은 나무를 심는 노인의 수고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울창한 숲이 자연의 작품인 줄로만 짐작했다. 모두들 ‘자연의 위대함’을 칭송했다.

'나무를 심은 사람' 일부
'나무를 심은 사람' 일부

이 즈음 다시 질문해보자. 노인은 왜 땅을 ‘자연 그대로’ 두지 않고 나무를 심었을까. 나무를 심는 노인의 행위는 ‘인위’일까, ‘자연’일까. 영화는 답한다. 그대로 두면, 자연은 자연의 방식대로 자신의 영토를 회복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자연이 인간에게, 자연과 자연 상호 간에 이로울지는 알 수 없다.

영화는 간접화법을 동원해 여러 차례 노인의 ‘인위’를 강조한다. 품질이 좋은 도토리를 골라내는 일부터가 ‘인위적인 개입’이다. 노인은 땅의 특질과 바람의 방향을 고려해 구획을 긋고, 참나무·너도밤나무·자작나무를 심었다. 이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나자 버드나무와 갈대·작은 풀들과 꽃 따위들이 ‘저절로’ 되살아났다.

영화 ‘나무를 심은 사람’은 인간의 노력과 자연의 복원력이라는 두 개의 레이어를 포갠다. 그 포갬의 결과를 ‘평화로운 마을공동체’의 탄생으로 극화시킨다. 인간의 노력이 없었다면 특정 식물의 과점이 발생한다. 그런 숲은 균형 잡힌 건강한 생태계가 아니다. 숲의 ‘자연들’은 끝없는 생존경쟁으로 몸살을 앓는다. 그러한 숲에서 평화로운 마을공동체의 서식은 쉽지 않다.

'나무를 심은 사람' 일부

균형 잡힌 숲이 평화로운 공동체의 탄생을 돕는다. 평화로운 공동체는 자신이 사는 방식으로 숲을 관리한다. 영화는, 자연의 상태와 인간의 노력이 서로 간에 영향을 준다는 ‘사회생태주의’ 관점을 제시한다.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숲이 있는가 하면, 나무와 넝쿨식물이 서로 싸우는,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숲도 있다. 인간과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자연’은 숲이 되기도 하고 정글이 되기도 한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할 뿐,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영화 ‘나무를 심은 사람’이 그것을 말한다.

글 이정우

<영화소개>

나무를 심은 사람 ㅣ The Man Who Planted Trees , L' 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 1987

장르_ 애니메이션 상영시간_ 30분 감독_ 프레데릭 백
프로방스 지방의 어느 고원지대, 황량한 땅이 매일 나무를 심고 가꾸는 한 양치기의 외롭고 헌신적인 노력으로 숲이 다시 살아나고 맑은 강물이 흐르며 새들이 지저귀는 생명의 땅으로 되살아나는 이야기이다. 1988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앙시 페스티벌 그랑프리 수상작. 감독인 프레데릭 백은 세계 애니메이션 영화계의 큰 별로,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고 감동받아 직접 5년간 약 2만 장의 그림을 그려 완성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5학년 국어 교과서 수록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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