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가 불러온 아이들의 웃음, 마을의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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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가 불러온 아이들의 웃음, 마을의 활기
  • 전남교육소식
  • 승인 2020.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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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_ 마을교육공동체로 그리는 전남교육의 미래
전남교육공동체를 이루는 다양한 주체들과 ‘마을교육공동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영광 묘량중앙초 채동욱·김하민 학생과 김승일 선생님, 이민희 영광묘량깨움마을학교 대표, 임경환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장, 전남교육청 혁신교육과 김유동 장학관과 고일석 장학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영광 묘량중앙초에서 진행된 대담은 2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지면의 제약 때문에 여기에 실린 분량은 전체 이야기의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핵심적인 골격만을 추려 실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대화 내용의 순서를 조정했고, 일부는 ‘의역’했음을 밝힌다. - 편집자 주
왼쪽부터 김승일 교사, 김유동 장학관, 채동욱 학생, 김하민 학생, 이민희 대표, 임경환 센터장, 고일석 장학사
왼쪽부터 김승일 교사, 김유동 장학관, 채동욱 학생, 김하민 학생, 이민희 대표, 임경환 센터장, 고일석 장학사

김유동_ 대담 장소가 묘량중앙초다.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으로 적지다. 묘량중앙초는 한때 학생 수가 14명까지 줄어 통폐합까지 검토되었던 학교다. 그런데 지금은 전교생이 80명이다. 비결이 궁금하다.

이민희_ 그래도 묘량중앙초는 여전히 작다. 작기 때문에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존중받고, 개성과 특성을 이해받고, 거기에 맞춰 교육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기에는 도시보다 안전하고, 자연환경도 좋다. 이런 점이 작은학교를 살리자는 운동 역량과 결합하여 지금의 묘량중앙초를 이끌었다고 본다.

김유동_ 마을과 함께 하는 교육과정에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김승일_ 마을학교의 시도들을 교육과정과 연계지을 필요가 있는데 쉽지 않다. 마을학교와 공교육이 각자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는 형태가 되면 좋겠다. 예를 들면, 천문학을 한다고 하면 저녁에 별을 봐야 한다. 이런 부분은 마을학교에서 하고, 정규 수업시간에는 선생님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민희_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한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소통의 총량이 많다. 갈등이 있더라도 소통의 총량이 많아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

김유동_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한 교육과정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인상에 남았나?

김하민_ 마을에서 창의요리를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학생들과 부모님이 함께 요리를 해서 마을 사람들과 나눠 먹었는데 특별한 기억이었다.

채동욱_ 우리 학교는 운동회를 ‘묘량가족한마당’이라고 표현한다. 마을 사람들과 다 같이 모여 웃고 떠드는 날이다. 잔치 같아서 좋다. 마을 공부도 하는데, 내가 사는 곳을 알아가는 느낌이 재미있다. 그러면서 뭐라 표현하기 힘든 소중한 감정이 생긴다. 그 감정이 좋다.

김유동_ 마을교육공동체가 탄탄하면 아이들도 행복해지는 것 같다. 마을에서 함께 배움으로써 얻어지는 장점은 무엇인가?

임경환_ 여태까지는 아이들의 성장을 학교가 온전히 맡아왔다.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 안 선생님들과 학교 밖 마을주민들, 혹은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의 성장을 고민하자는 노력이다. 지역사회가 교육의 의제, 아이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민희_ 아이들이 마을이라는 다른 배움의 공간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다양한 경험을 한다. 이런 것들을 성과지표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마을의 기억과 체험이 아이들 몸에 각인되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지 않을까, 라는 믿음이 있다. 그런 믿음으로 마을학교 활동을 한다. 그럼에도 아쉽고 성찰하는 점은 현재 마을 활동들을 대부분 어른들이 설계한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들이 마을의 주인, 활동의 주체로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최종 평가까지 참여한다면 더 크게 성장하고 느끼는 것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주 중요한 앞으로의 과제다.

김유동_ 도교육청에서도 마을학교에 여러 가지 정책적 접근을 하고 있다. 아쉬움이나, 고쳤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면.

이민희_ 작은 학교를 ‘지킨다’는 수동적인 관점이 아니라, 작은 학교가 새로운 교육의 거점,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책 접근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교육청만으로는 안 된다, 지자체 힘도 빌려야 한다. 교육청에서 지자체와 상생-협력하는 구조, 실질적인 방법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작은 학교, 마을학교의 자발적인 노력들이 일정 수준 올라가면 제도와 정책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마을과 학교를 넘어 지자체, 교육청을 비롯해 지역사회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

고일석_ 전남에는 225개 정도의 마을학교가 있다. 그 중 올해 도교육청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중심마을학교는 21개 정도이다. 그동안 마을학교는 있지만, 마을공동체는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지역의 아이들 중심으로 건강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데, 교육청이 마을활동을 사업대상으로 본 측면이 있다. 이런 비판들을 수용하면서 올해는 활동가들, 마을학교 대표들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직접 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

김유동_ 결국 마을교육공동체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학교-마을-교육청-지자체가 어떻게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고 효과적인가, 이런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임경환_ 조직, 재원, 권한을 가진 지자체가 마을교육공동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순천의 경우 시장의 공약이었다. 그래서 마을교육공동체를 전담하는 중간지원조직이 생겼다. 지자체의 이런 노력 덕분에 학교를 넘어서서 순천 지역 전체의 마을교육공동체를 고민하는 계기점이 마련됐다. 순천의 경우 실무협의회가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지역교육력회복실천공동체라고 하는 공론장이다. 그 장을 통해서 누구든 와서 지역의 교육문제, 혁신교육지구 사업,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어떻게 하면 잘 할 것인가, 의견을 모은다. 사업 담당자들이 밑에서 올라오는 민의를 바탕으로 각 지자체나 교육지원청, 민간인들이 함께 논의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라는 공동의 가치에 동의한다면, 나머지는 협의를 통해 풀 수 있다는 서로 간의 믿음이 중요하다.

고일석_ 각 주체들 간의 신뢰 문제는 정말로 중요하다. 정책 추진 단위, 마을학교 활동가들, 공교육의 선생님들이 같이 모여 치열한 토론을 통해 마을학교에 대한 고민들을 공유해야 한다. 그러면 믿음도 생길 것이다. 신뢰가 형성되면 잘 안 풀리는 문제도 이해하면서 기다려 주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신뢰에 기초한 이 여유가 마을교육공동체의 성장을 크게 도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유동_ 순천의 경우 지자체가 나서서 중간지원조직을 꾸렸는데, 해남 등에서도 이런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도움말을 준다면?
 

임경환_ 교육청이든 지자체든 중간지원조직을 만든다면, 거기서 일할 민간인을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사업수행의 관점이 아니라 교육의 파트너로 봐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중간지원조직을 기관의 밑에 두는 직영 형태가 아니라 제3지대에 두어야 한다. 관과 마을을 연결하는 조직이 관의 아래 있으면 제대로 일할 수 없다. 제3지대의 다른 말이 ‘중간’이기도 하다. 중간에 둬야 시너지 효과가 크다.

이민희_ 마을과 함께 해서 교육을 바꿔보고자 하는 모든 시도와 노력은 다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 다만, 마을의 현황이나 주체의 준비 정도는 여러 여건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마을교육공동체를 하나의 기준으로 일치시키려 해서는 곤란하다. 유형별로 묶어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기관 공모사업이 요구하는 조건은 기준을 두고 있고 제한적이다. 묘량중앙초도 현재까지 오는 데 10년이 걸렸다. 초기 상황을 생각하면 공모조건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여전히 기관과 마을교육공동체가 만나는 주요한 방식은 공모사업이다. 이 공모사업을 이원화하는 게 어떨까. 다소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공모사업과 아주 폭넓게 활동을 인정하는 공모사업으로 이원화하면 다양한 유형의 활동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김유동_ 우리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협력적인 생태계 구축이 마을교육공동체의 중심 고민일 것이다. 영광 묘량뿐 아니라 순천, 곡성 등에서 애를 쓰는 사례를 보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짧게 다짐이나 역할을 말한다면.

김승일_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개인의 철학을 떠나서 저는 좋아서 프로젝트 수업들을 하는 편이다. 교육과정 안으로 끌고 들어와 마을교육 관련 수업을 한다. 하지만 상당수 선생님들께 마을교육은 교과과정 밖에 있는 추가적인 일이다. 요청할 수는 있지만 의무화할 수는 없다. 이 난제를 풀어야 할 것 같다.

이민희_ 묘량 마을교육공동체를 꾸리면서 지역사회와 선생님 등 많은 분들과 토론이 있었다. 작은학교 살리기를 넘어 새로운 교육적 모델 수립이 목표였다. 10년이 걸렸고, 실패의 경험까지 노하우가 되고 자산이 되었다. 그런데 솔직히 힘이 많이 든다. 지치지 않고 즐기면서 길게 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과제다.

임경환_ 일차적으로는 순천의 아이들이 잘 자라기에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이차적으로는 전남지역 전체에 보편적으로 접근하는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싶다. 전남마을공동체의 문화와 풍토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고일석_ 전남교육청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가 2015년이었다. 햇수로 6년이 지나는 동안 처음 5개에서 지금은 225개로 어마어마한 양적 성장이 이뤄졌다. 이제는 마을학교들이 원래 취지에 맞게 안착하고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김유동_ 교육정책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마을교육 활동을 하신 분들을 소비자,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조심스럽게 동지라 부르고 싶다. 서로 힘이 되고 신뢰를 만들어 가면 우리 전남이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동네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면서 건강 잘 지키고 동지로서 함께 갔으면 한다.

정리 이정우 사진 박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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