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면서 하나인 여수․광양항

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바다

둘이면서 하나인 여수광양항

 

여수항이 있고 광양항이 있다. 둘이면서 하나인 항만이다.

여수항은 조선시대 때 전라좌수영이 설치된 군사항이었다. 일제시대인 1923년, 부산항에 이어 국내 2번째 수산항으로 개항했다.1) 이때를 기준으로 삼으면 올해가 여수항 개항 100년이 된다. 우리나라 근대화가 한창이던 1967년 1종항으로 지정되면서 여수항은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렸다. 1종항은 ‘이용범위가 전국적인 국가어항’을 의미한다. 1991년에 무역항으로 지정되었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에 따라 현재는 무역항의 기능을 광양항에 넘기고 크루즈 선박 등이 입항하는 관광항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수항은 해상 전략기지이자 여객과 화물 수송의 중심지에서 이제는 해양관광거점항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금의 광양항 자리는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제1의 김양식장이 있던 조용한 바닷가였다. 광양항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1기 준공에 맞춰 1986년 무역항으로 개항했다. 이후 광양제철소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컨테이너 부두가 들어서는 등 전략적인 산업인프라로 발돋음하면서 광양항은 종합항만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광양항은 42개 부두, 108개 선석을, 여수항은 2개 부두, 2개 선석을 갖추고 있다. 부두는 배를 대고 사람이 타고 내리거나 짐을 싣고 부리는 항만시설을 뜻한다. 선석은 항만의 기능에 조응하는 크기의 표준선박 한 척을 정박시킬 수 있는 일정 장소를 말한다. 통상 여수항과 광양항을 총합해 ‘여수광양항’은 44개 부두, 110개 선석으로 이루어졌으며, 항내 수면적은 여의도의 37배(107㎢)에 달하는 것으로 일컫는다. 물리적으로, 또한 기능적으로 여수항과 광양항은 분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동일 해역에 있으면서 여수와 광양 양 지역의 수급체계를 모두 흡수하기 때문에 ‘여수광양항’이라 부른다. 여수광양항은 해양수산부 산하 여수광양항만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천혜의 입지, 여수광양항

광양항은 항만으로서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천혜항’으로 평가받는다. 특별히 세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섬 ‘묘도’가 자연방파제 역할을 해 인공방파제가 필요하지 않는 항이다. 또한 광양시와 순천시, 여수시, 하동군, 남해군 등 5개의 행정구역이 광양항을 둥지처럼 감싸 안아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인공방파제 없이도 연중 정온수역(파도가 거의 없이 잔잔한 수역)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은 다른 항만과 차별되는 광양항만의 장점이다.

둘째, 최대 41m 깊이의 수심을 확보하여 30만 톤 이상 초대형선박의 입출항이 용이하고, 해저 지반이 단단하여 다른 항만에 비해 유지 준설의 주기가 길다는 이점이 있다.

셋째, 광양항 동편에는 광양제철 중심의 광양국가산단이, 남편에는 석유화학 중심의 여수국가산단이, 서편에는 율촌일반산단이 산업벨트로 연결되어 자족형 항만의 기반이 되어주고 있다. 참고로 광양제철소의 부지 면적은 포항제철소의 2배에 달하며, 단일 제철소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이 같은 장점을 가진 여수광양항은 우리나라 제1의 수출입 물동량을 소화하는 수출입 관문항이자,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대한민국 최고의 종합항만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여수광양항 수출입물동량 처리실적은 2억 700만 톤으로 국내 1위이다. 국내 물동량까지 포함한 총 물동량은 2억 7,200만 톤으로 국내 2위이다. 분야별 물동량으로는 제철이 1위이다. 포항의 두 배 가까운 양을 소화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울산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2위이다. 컨테이너는 부산, 인천에 이어 3위이다. 자동차는 평택에 이어 2위이다.

 

개항 40주년, 새로운 도약

광양항은 개항 40주년에 맞춰 다시 한 번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 계획을 추진 중인데, 크게 세 가지가 주목된다.

하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완전 자동화·스마트항만 구축이다. 지난해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며, 2026년까지 1단계를 완료할 예정이다. 크레인이나 선박을 원격으로 조종하고, 자동화 장비로 이송하며, 포장·통신·충전·조명 등의 작업을 스마트 기기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항만의 운영비를 절감하고 물류 처리능력과 생산성은 향상시켜 물류경쟁력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또 하나는 친환경에너지 생산·공급·활용 기반을 구축하여 탄소중립 항만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수소충전소 및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확충하여 50㎞에 달하는 ‘수소순환형 공유망’을 구축중이다. 또한 20만㎘ 규모의 LNG 저장탱크 4기의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향후 LNG를 기반으로 한 수소, 암모니아 터미널 구축을 통해 항만장비 동력원을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율촌산단에 융복합물류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오는 2030년까지 3단계(1단계 2027년, 2단계 2029년, 3단계 2030년)에 걸쳐 계속되는 이 조성사업은 산업과 물류 기능을 겸한 332만㎡의 부지를 만들어내는 국책사업이다.

광양항 일대의 바다는 임진왜란 마지막 해상전투인 노량해전이 벌어진 곳이다. 노량해전에서 조선 수군은 약 450척의 왜군 전선을 격파하여 7년간의 전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전투에서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였다. 광양만을 가로질러 여수시 묘도와 광양시 금호동 사이를 연결한 ‘이순신 대교’(2013년 2월 8일 준공)가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이다.

이순신 대교는 순수 국산기술로 건설된 현수교로서 총 길이는 2,260m이다.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는 이순신 장군의 탄신년도를 의미하는 1,545m로 국내 현수교 중 가장 길다. 주탑의 높이는 무려 270m로 서울의 63빌딩과 남산보다 높다. 해수면에서 대교 상판까지의 높이는 최대 85m, 주탑 사이 항로의 폭은 1,130m로 2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자유롭게 통항할 수 있다.

여수광양항 일대는 위대한 역사와 자연지리, 그리고 스케일 큰 항만물류가 웅장하게 결합되어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현장이다.

글 이정우 자문 김현덕(순천대 물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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