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해남 북일초 ‘스스파’

함께 꿈꾸는 우리 ❶

학교가 들썩, 마을이 들썩

해남 북일초 ‘스·스·파’

가을의 문턱, 9월 22일 저녁 해남 북일초등학교 체육관. 옹기종기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왁자지껄 떠들고 웃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북일초 학부모들이 마련한 축제 ‘스·스·파School Student Party의 약칭’ 현장이다.

학부모들이 기획부터 행사 진행까지 도맡았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마음껏 즐기는 파티를 열자”고 의기투합해 추진했다.(박스 기사 참조) 북일초 학생은 물론 병설유치원의 원아, 옆 학교인 두륜중학교 학생, 선생님, 학부모와 마을 어르신들까지 100여 명이 함께한 마을 잔치였다.

“근처에 친구들과 놀 곳이나 문화시설이 없어 아쉬웠어요. 어린 동생들, 초등생, 중학생, 어른들이 다 모여서 노래하고 공연도 하니까 더 재미있고 좋아요.” 3년 전 서울에서 가족과 이사와 북일초를 졸업하고, 올해 두륜중 1학년이 된 윤하윤 학생의 소감이다.

끼니를 해결할 먹거리도 제공됐다. 김치 주먹밥, 꼬마김밥, 감자 샐러드빵, 샌드위치, 소떡소떡 모두 인기가 많았다. 백 명분이 넘는 음식도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 장만했다. 쌀, 감자, 양파, 배추 등 재료는 북일면에서 나는 농산물을 썼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장기자랑이었다. 유치원생들의 ‘다섯 글자 멋진 말’, 학부모들의 축하 공연으로 시작된 장기자랑에는 북일초와 두륜중 학생들이 6개 팀을 이뤄 참가했다. 무대에 오른 학생들은 노래, 춤, 상황극 등으로 분위기를 돋우었고 객석에선 박수, 환호성, 휘파람으로 호응했다.

공연을 마친 두륜중 밴드 ‘노는 게 제일 좋아’ 멤버 백유찬 학생은 “마을 축제에서 공연한 것은 처음이에요. 친구들과 즐겁게 무대를 준비했고 신나게 공연을 잘 마친 것 같아요”라며 만족해 했다. 다른 멤버들도 “자주 하면 좋겠어요”라고 거들었다.

마지막 무대는 ‘한입좌’로 유명한 북일초 출신 유튜버 황태정 씨가 장식했다. 학생들은 황 씨와 ‘한입에 먹기’ 대결을 벌이고 ‘떼창’을 하며 즐겼다.

“도시에서 이사 온 학부모들이 축제를 연 것은 처음인데, 참 좋네요. 아이들, 주민이 어울리는 축제라서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농촌에서 더 즐겁게 살면서 꿈을 키우고, 학부모들도 지역과 융합하며 잘 정착하면 좋겠습니다.” 마을어르신 오병학 씨는 지역공동체 활성화라는 면에서 행사에 좋은 의미를 부여했다.

북일초 5학년 최하랑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엄마들이 준비한 맛있는 음식도 먹고 공연도 보고 신나요”라고 생글거리며 말했다. 3학년 정주환 학생도 “가끔은 저녁에 심심하기도 한데 친구들, 엄마, 아빠와 같이 행사하니까 재미있어요”라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북일초 최선의 교감은 “작은학교인 북일초는 농촌유학생이 많아요. 전교생 55명 중 이주 학생이 33명이나 되죠”라며 “학부모회가 책 읽어주기, 문화행사 등을 추진하면서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에 활기가 커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축제는 오는 12월에 한 차례 더 열린다.

글 강성관 사진 김건오

 

‘유학파’ 학부모들 유쾌한 작당모의

[인터뷰] 북일초 학부모 모임 '스스파'

북일초 학부모 5명이 모여 만든 청년공동체 ‘스·스·파’가 축제를 주관했다. 강철구, 김수애, 차진혜, 조수경 유진희 씨가 올해 결성한 모임이다. 축제 이름 ‘스·스·파’는 모임 이름에서 따왔다. 모임 구성원은 모두 전남교육청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으로 가족과 함께 북일면으로 이사온 학부모다.

“북일면은 한적한 농촌 지역이에요. 그래서 좋지만 아이들 놀거리, 문화공간이 없어 안타깝게 생각해요. 학교 앞에는 문방구도, 간식 사 먹을 가게도 없어요. 버스를 타고 매번 읍에 나가기도 어렵잖아요. 아이들이 가까운 곳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우리가 직접 축제를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어요.” 김수애 씨의 설명이다.

‘스·스·파’는 각자 경력과 전문성을 살려 역할을 분담했다. ‘아이디어 뱅크’ 차진혜 씨는 축제 기획과 세부 프로그램, 시나리오 작성 등을, 김수애 씨는 포스터·리플릿 제작 등 홍보를, 강철구 씨는 사진·영상 기록을 담당했다.

차진혜 씨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지역 주민들도 많이 오셔서 뿌듯해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라며 만족했다.

스·스·파의 활동에는 북일초 학부모회의 활발한 행보가 도움이 컸다. 김수애 씨는 북일초 학부모회 회장, 차진혜 씨는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학부모회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함께 하는 운동회와 캠핑인 ‘달빛운동회’를 매년 열어왔다. 올해 6월부터는 매주 한 번씩 동화책, 영어책, 신문 읽어주기도 시작했다. 또 10월부터 11월까지는 북일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지원을 받아 매주 학교 앞에서 ‘엄마의 간식’을 운영한다. 정성껏 만든 간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활동이다. 김수애 회장은 “이곳의 학부모님들이 마음을 모아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일을 벌일 수 있어요. 든든한 아군이죠”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마을의 적극 지원에 힘입어 스·스·파 회원들은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고 있다. “북일면이 좋아요. 여기에서 뿌리내리려고요. 빈집도 찾아보고 있고, 일자리나 이런저런 활동도 구상하고 있어요. 카페를 운영하며 한쪽은 주민과 교류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쓸까 이런 생각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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