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홍도

섬+섬

 

유람선이 빚는 홍도만의 시간

홍도의 일상은 유람선에 맞추어 흐른다. 유람선이 관광객을 태우고 홍도항을 출발하면 항구 일대가 고요해진다. 식당들도 대부분 문을 닫고 휴식을 취한다. 2시간 후, 홍도를 한 바퀴 돌고온 유람선이 항구에 닿으면, 섬은 다시 분주해진다. 유람선은 하루 두 번 출항한다. 하루 두 번 들고나는 밀물과 썰물처럼, 유람선은 홍도만의 풍속을 만드는 기준이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빠른 쾌속선을 타고 흑산도까지 2시간, 다시 30분을 더 가면 홍도에 닿는다. 갯벌바다를 벗어나 만나는 짙푸른 망망대해의 작은 섬이다. 홍도는 뱃길이 훨씬 불편했던 옛 시절부터 대한민국 섬관광 1번지였다. 수려한 경관과 생태가치 때문에 1965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아득한 고생대 때 생성된 규암층은 멋들어진 바위 비경을 빚어냈다. 이름난 것만 꼽아도 30개 이상이다. 이 해안 비경을 유람선 위에서 가까이 마주할 수 있다.

 

원추리로 밝히는 홍도의 새로운 시간

2018년, 홍도는 ‘원추리의 섬’이 됐다. 신안군이 섬 정원화 사업을 펼치면서 홍도 전역에 원추리를 심기 시작한 것. 정확히는 원추리를 ‘확대 복원’했다. 홍도의 원추리는 예부터 섬 전역에 자생한 고유종이다. 꽃이 육지 원추리보다 크고 진하다. 홍도 원추리는 관상용에 그치지 않았다. 배고픈 보릿고개 시절 홍도 사람들은 원추리 싹과 잎을 나물로 무쳐 먹고, 뿌리에서 전분을 채취해 음식을 만들었다. 원추리 줄기로 공예품을 만들고 지붕도 엮었다. 홍도 원추리는 섬사람들의 생활과 생명력의 상징이다.

1990년대부터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홍도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홍도는 여전히 대한민국 섬관광의 대명사다. 원추리는 관광섬 홍도의 새로운 시간을 만들고 있다. 원추리가 만개하는 계절은 여름. 그날의 꽃축제를 위해 홍도 사람들은 가을과 겨울, 땀을 흘린다. 비탈을 개간해 돌을 고르고, 묵묵히 원추리를 심어나간다.

 

글 이혜영 사진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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