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참여 프로젝트 수업하는 완도중 최재원 선생님

샘과 함께

“완도가 달리 보인대요”


지역 참여 프로젝트 수업하는 완도중 최재원 선생님
 
 
최재원
태어난 곳은 경기도 이천. 부모님은 충청도가 고향이다. 강원도에서 대학을 다니고 영남에서 대학교류 수업을 받고, 전북 지역에서도 1학기 동안 공부했다. 현재 전남에서 근무하고 있다. 제주도 빼고는 전국 각지에서 살아봤다. 여러 지역살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의 다양성을 민주적 방식으로 가르치는 사회 선생님이다. 전임지인 신안흑산중가거도분교장에서는 학생들과 유튜브 채널 ‘가거도방송국’을 개설해 주목받았다. 

 

“코로나로 젊은 사람들도 우울증을 겪었는데,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드리기 위해서 군청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가 궁금합니다.” 우리 학생이 완도군청 공무원과 간담회에서 이렇게 질문하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완도군의 인구 감소 해법을 찾아보자는 수업의 하나로 열린 간담회였어요. 인구 감소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대부분 출산과 보육, 여성 등의 단어로 접근하잖아요. 그런데 이 학생은 어르신 복지 문제로 접근하더군요. 그 방식이 참신했어요. 더군다나 어르신을 배려하는 마음까지도 담긴 질문이어서 놀랄 수밖에요. 군청 공무원도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코로나로 마을회관이나 노인정 같은 곳이 문을 닫았잖아요. 완도군청은 어르신 가정마다 ‘콩나물 기르기 키트’를 나눠줬다고 하더군요. 어르신들이 콩나물을 기르며 외로움을 달래고, 다 자란 것은 반찬으로 만들어 드셨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은 사업이었다네요. 군청 공무원의 설명에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회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이지만,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배우는 살아있는 수업 시간이었지요.

마을을 탐방 중인 완도중 학생들

올해 3월에 완도중학교로 왔습니다. 3학년 4학급 90명 학생과 사회과 프로젝트로 ‘체인지메이커change maker’ 수업을 하고 있어요. 지금 중3 학생들은 코로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세대들이잖아요. 이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는 야외수업을 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죠. 체인지메이커 수업은 지역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연구하고 해결방안까지 마련해보는 교육이에요. ‘내 손으로 우리 마을의 변화를’이라는 슬로건과 함께였죠. 

그동안 섬과 도심, 분교와 본교,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두루 근무했는데요. 여러 환경 속에서 사는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제시할 수 있는 단어가 ‘지역’이더군요. 모두에게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이 있으니까요. 

프로젝트는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 1단계는 주제 선정입니다. 실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주제를 교과서 안에서 추립니다. 규모가 너무 크거나 작은 것들을 뽑는데요. 올해 주제는 인구, 도시재개발, 경제, 지역화 전략입니다. 한 학급에서 한 주제씩 맡아서 학습합니다.

2단계는 실행입니다. 아이들이 기사, 책, 동네 어른 인터뷰 등으로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모아요. 나아가 관련 주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까지 찾는 거예요. 3단계는 접수입니다. 아이들이 주제에 대해 내린 결론을 가지고 유관기관을 찾아가 제안하는 것이에요. 수업에서 마련한 의견을 ‘접수’라는 절차로 제출하는 것도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중요한 과정이니까요. 완도중에서는 현재 2단계까지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연말에는 교육 내용을 책자로 만들어 완도군수님께 전달할 예정입니다. 

아이들이 자기 마을과 지역에 대해 알아가는 게 큰 보람입니다. 사회 교과서에는 서울 사례 중심이에요. 그런데 이제 아이들은 교과서와 완도를 연결해서 보고 있어요. 

마을을 탐방 중인 완도중 학생들

“(15년) 평생 살면서 이 건물이 여기 있는 줄 몰랐어요.” “고령화 문제 말로만 들었는데 우리 동네에 10대가 저밖에 없어요.”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했던 말들이 기억에 남네요. 경제 문제를 다룰 때는 완도군청에 근무하는 학부모님이 지난 10년간의 완도 수산물 유통 자료를 수업에 제공해주셨죠. 그밖에 지역사회에서도 프로젝트 수업을 반기고 적극 지원해주고 있어요.

신안군 자은중에서 근무할 때 학교 계단에 가로등을 설치한 것이 체인지메이커 수업의 계기가 됐어요. 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에 가려면, 운동장에서 학교 바깥의 도로로 이어지는 계단을 거쳐야 했는데 거기는 어두웠어요. 당시 소아마비를 앓아 걸음이 불편한 학생이 한 명 있었는데, 그 학생에게 그곳은 특히 위험했죠. 

그 친구를 위해서 어두운 계단을 밝힐 작은 가로등을 설치하자고 제안했죠. 수업 시간에 이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학생들과 PPT를 만들어 자은면장님을 면담했죠. 면장님께서 거기에 가로등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주시더군요. 주변이 농경지인데 밤에 가로등을 켜놓으면 농작물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가로등이 없는 이유를 이해했죠. 이후에 주민들의 동의를 얻고, 자은면에서도 방법을 찾아 가로등을 설치했습니다. 아이들이 문제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하고 서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해법을 찾는 경험을 했어요. 저는 물론이고 아이들도 희열을 느꼈죠.

마을을 탐방 중인 완도중 학생들

자은중 사례처럼, 배워서 실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좋은 게 너무 많습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이야기들이죠. 학교 안에서 이런 것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 스스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육이라 생각해요. 

전남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들도 많이 봤어요. ‘낙후됐다, 시골이다, 지방이다’ 같은 말이 따라 붙죠. 그런데 전남은 산, 강, 바다, 평야, 섬 등을 거느려서 다채로운 매력이 많습니다. 정작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은 그 장점을 자칫 놓치곤 해요.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를 하면서 완도가 달라보인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자부심을 갖길 바라요. 아이들이 지역에서 긍정적인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나중에 이 아이들이 지역을 이끌어 갈 테니까요. 

정리 노해경 사진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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