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책 썼더니 생긴 뜻밖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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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책 썼더니 생긴 뜻밖의 인연
  • 장효경(문향고 사서교사)
  • 승인 2022.05.11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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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향고 독서토론동아리에 도착한 특별한 편지

문향고등학교 독서토론동아리 학생들이 ‘변신과 죽음’을 주제로 소설집 <Death or change>를 냈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김완의 <죽은 자의 집 청소> 등의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거쳐 낸 책이다. 학생들이 지난해 일년동안 활동했던 최종결과물이다. 

올해 3월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많은 부수를 찍어내지 못했지만, 희소해서 더 애틋했고 글 하나하나가 빛났다. 

따뜻한 어느 봄날, 도서관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학생들이 만든 책을 어떻게 살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였다. 누구인지 물었다. 세상에나, 김완 작가였다. 그는 자신의 책을 읽고, 학생들이 책을 썼다는 기사를 보고 연락했다고 했다. 학생들이 쓴 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학교 도서관 앞으로 택배 상자 하나가 도착했다. 그 안에는 김완 작가의 정성스러운 편지와 학생 한 명 한 명을 작가라 호명하며 친필로 사인한 책들이 들어 있었다. 말과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학생들은 ‘진짜 작가’로 인정받은 기분이라며 한껏 들떴다. 눈물을 글썽이던 학생도, 작가의 SNS에 직접 메시지를 보낸 학생도 있었다.

책을 읽고, 자기 목소리로, 제 손으로 한 편의 글을 완성한 학생들이 기특하고 대견하다. 올해 학생들은 어떤 멋진 글을 짓고, 어떤 즐거운 에피소드를 경험할까. 벌써부터 두근두근 하다.

김완 작가에게 온 편지 일부를 공개한다. 전문은 ‘전남교육통’에서 확인하시길. 

 

효경 선생님, 그리고 열 명의 학생이자 작가님들께

저는 청소부이자 작가로 살아가는 김완입니다. … 제가 일생 존경해온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도 자신이 사망한 지 98년이 지난 시점에 프라하로부터 아주 멀리 있는 대한민국 전라남도 장성에서 이런 - 책을 읽고 책을 낸 - 대사건이 벌어지리라곤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살아있는 제가 감히 대문호 프란츠 카프카의 몫까지 더불어서 감사 인사 올립니다.

“우리 책을 모티브로 글을 써주셔서 영광입니다.”

어제 오후에 <Death or Change> 책을 받아서 단숨에 읽고 말았습니다. 이야기 전개의 참신함과 주제에 다가가는 서술의 치열함에 압도되었습니다. 어떤 대목에선 웃음이, 또 어떤 문장에서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노라고 실토해야겠군요. 뉴스에서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이 걱정’이라는 기사를 접하곤 했는데, 웬걸, 현업 작가인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장성에 사는 젊은 작가들이 슬금슬금 우리 목을 조르는군” 하며 스스로 안위를 걱정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완성도 높은 훌륭한 작품입니다. 글을 완성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 모두 이제는 잘 알게 된 것처럼, 하나의 뚜렷한 주제를 정하고 완결성 있는 글을 쓰는 것은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 어려운 것을 여러분이 해냈습니다!

… 비록 ‘죽음’이라는 어두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제가 <죽은 자의 집 청소>에서 전하고 싶었던 것은 절망이나 우리 사회의 비정함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인간은 가장 슬프고 어두운 순간에도 사랑으로 다시 힘을 얻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솔이 님, 주미소 님, 김재식 님, 김태익 님, 서수현 님, 봉가영 님, 애플 님, 범민아 님, 응애아기한새 님, 김지우 님, 그리고 우리 장효경 선생님. 우리 모두 저마다 최선을 다해 피어나는 꽃입니다. 이 봄에 환하게 피어나는 여러분들과 책으로 인연을 맺고 인사를 나누게 된 것이 참 기쁩니다.

다정한 봄날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2022년 3월 마지막 날 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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