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섬 이야기, 유튜브 바다 타고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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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섬 이야기, 유튜브 바다 타고 세계로
  • 전남교육소식
  • 승인 2022.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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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가거도 중학생들이 운영하는 가거도방송국
가거도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흑산중가거도분교장 학생들과 선생님
가거도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흑산중가거도분교장 학생들과 선생님

저는 동영상 플랫폼입니다. 남녀노소,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저의 인터넷공간에 동영상을 올려놓을 수 있죠. 제 공간에는 누구나 와서 영상을 감상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유튜브’라고 부른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전라남도 신안군 가거도 중학생(흑산중학교가거도분교장)들이 제 플랫폼을 들락거리며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세련되게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소박하고 예쁜 영상들이에요. 학생들은 이 공간을 ‘가거도방송국’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저는 학생들이 재잘거리며 영상을 만들고 올리는 과정을 계속 엿보았어요. 그 내용을 여기에 기록할게요.

작년에 처음 시작할 때 선생님과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도록 추억을 저장해 놓자”고 하더군요. 곧바로 방과후수업 연계 방식으로 영상작업을 시작했어요.

가거도방송국이 다루는 주제는 매우 자유롭고 다양해요. 중학교 선생님들이 수능을 다시 본다면, 섬마을 장수풍뎅이 장례식, 과학 선생님과 함께 하는 과학의 날, 김치볶음밥 만들기, 타코야끼 만들기, 민중이 보여준 자유의지 시리즈, 천연기념물 솔부엉이…. 추억뿐 아니라 취미, 자연학습, 역사공부 등등 전방위적으로 가거도방송국이 활용되고 있는 셈이죠.

3학년 3명, 2학년 3명, 1학년 1명. 전교생이 총 7명인데, 모두가 참여해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올려요. 딱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역할 분담도 있어요. 기획·편집은 3학년이, 촬영은 2학년이 주도하고 있죠. 1학년은 배우는 단계구요. 촬영 장비는 주로 ‘핸드폰’이에요. 학교에 드론이 있어서 항공촬영도 준비하고 있어요. 새의 눈으로 본 가거도의 멋진 풍광들이 벌써부터 기대되요.

유튜브 채널 '가거도방송국'
유튜브 채널 '가거도방송국'

상당수 영상들에 영어자막이 입혀져 있는 점이 놀라워요. 제 공간인 유튜브가 전세계에 노출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결과죠. 우선은 번역기를 활용해 초안을 잡고 학생들이 스스로 고쳐 영어자막을 만들어요. 영상 작업이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하는 시간도 되는 거네요.

“찍고 편집하는 과정이 무언가를 경험하는 시간이죠. 유튜브에 올리면서 외부와 소통하는 것이구요. 멀리 떨어진 섬마을 작은 학교지만, 크든 적든 영향력을 발휘해보고 싶은 점도 있죠.”

학생들과 함께 가거도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김홍주 선생님의 말이에요. 방송국의 역할이 ‘경험과 소통’이라고 강조하네요. 국토 서남단 방향으로 가장 멀리 있는 섬이지만 유튜브에는 거리가 없으니 ‘영향’을 주고받는데도 문턱이 없을 겁니다.

저도 선생님 말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선생님께 불만이 하나 있었어요. 유튜브 플랫폼 속 가거도방송국 영어 문패가 너무나 간단하고, 그냥 장난스러운 글씨처럼 붙어 있어요. 고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도 학생들도 도무지 관심이 없더라구요. 어느 날 학교를 방문한 외지인이 저와 꼭 같은 생각으로 선생님께 “(문패를) 좀 다듬어 보는게 어떻습니까?” 제안을 하더군요. 그때 선생님이 “아이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투박하더라도 그대로 두는 게 의미있다고 봅니다.” 아하~. 선생님 마음이 무언지 그때 알게 되었어요. ‘머시 중한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선생님과 학생들이 요새 하는 말을 들어보니 ‘중심’을 잡자는 이야기가 많아요. 자유로운 제작 방식이라지만 그래도 짜임새가 필요하다는 거죠. 일상 기록, 행사 기록, 가거도 소개, 주민 인터뷰 등등, 카테고리를 정해 영상 제작을 기획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어요. 선생님은 현장체험 학습과 영상 제작을 연계할 계획을 짜고 있더군요. 학습에 영상작업을 곁들이면 흥미가 더해질 뿐 아니라 그 내용도 깊고 넓어진다는 게 선생님의 생각이에요.

바깥 사람들에게는 가거도를 알리고, 졸업하고 나서는 언제나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이 되고, 공부에도 도움을 주고…. 가거도방송국의 역할이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저 또한 ‘이번에는 어떤 내용이 올라 올까’ 늘 기대하면서 대기 중이죠. 

글=이정우, 사진=신병문

가거도방송국

2021년 3월 25일 열었다. 지난해까지는 방과후 연계수업으로 운영했고, 올해부터는 자율동아리로 진행하고 있다. 기획-제작-업로드 전 과정에 김홍주 선생님과 전교생 7명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대략 15분 안팎의 동영상 29편을 선보였다. 궁금하신 분은 유튜브에서 ‘가거도방송국’을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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