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문척성시 마을학교 조현덕 대표

구례에서 태어났다. 농사와 제재소, 기숙사 사감으로 일하고 있다. 아이 셋을 더 잘 키워보고 싶어 작은 학교인 문척초로 보냈다. 학교 운영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문척성시 마을학교 대표를 맡고 있다. 학부모의 연대가 학교와 가정, 마을의 연대로 나아가면서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꿈을 꾸고 있다.

조현덕 대표
조현덕 대표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추억을 선물할 수 없을까, 생각했던 것이 시작이었죠. 중1, 초5, 초3 세 아이의 아빠예요. 구례읍에 살고 있지만 작은 학교인 문척초를 선택한 건 아이들이 친구들과 좀 더 많이 뛰어놀고, 추억을 쌓으며 학교생활을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작은 학교다 보니 아이들이 방과후에도 모여서 놀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상 그렇지 않더라구요. 학교가 읍이랑 가깝다보니 하교와 동시에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져버려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추억거리를 선물해주고 싶었던 학부모들이 모여 학교 운동장에서 영화상영회를 열어보자고 뜻을 모았죠. 2019년 10월이었어요. 졸업한 선배들과 마을 청년회가 보내준 후원금으로 대형스크린을 대여했어요. 학부모들은 포스터 제작 등 실무를, 자율방범대는 교통 정리를 맡았습니다.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뜻을 모은 겁니다. 그날 400명이 넘게 몰려들었어요. 학교 운동장에서 돗자리를 깔고 영화를 보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돈도 조직도 없었던 학부모들이 오로지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이뤄낸 기적이었어요. 아이들도 좋아했지만 준비한 학부모들이나 도움을 주신 분들도 큰 보람을 느꼈죠. 그 행사 이후로 학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앞으로도 아이들이 함께 모여 놀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때마침 교육청의 마을학교 공모사업을 알게 되었죠. 대부분 적극적으로 학교 일에 참여했던 터라 마을학교 논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경제야놀자 플리마켓
경제야놀자 플리마켓

문척성시 마을학교는 올해로 3년째에요. 학교랑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죠. 대표적인 것이 ‘경제야, 놀자!’라는 경제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문척성시저축은행’을 설립하고 마을화폐 ‘척’을 발행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통장 개설부터 경제 활동까지 직접 해요. ‘척’은 마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프로그램 보조자로 활동하면 받을 수 있어요. 통장을 개설하면 5천척을 주고, 학교에서도 2주에 한 번 학생들에게 기본생활금을 ‘척’으로 제공합니다. 이렇게 번 ‘척’은 분기별로 열리는 나눔장터에서 쓸 수 있습니다. 실제 용돈과는 다르게 마을학교가 제작한 화폐와 통장을 직접 관리하면서 아이들은 경제적 개념을 이해하고, 은행원 체험을 하는 등 사회를 즐겁게 배워가고 있어요. 학교와 학부모, 마을학교가 만든 공동교육과정이기 때문에 학교 안과 밖에서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탄생한 거죠.

문척성시저축은행 통장과 화폐 ‘척’

마을학교의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지역을 배우고 마을과의 접점을 넓혀갈 수 있도록 확장하고 있어요. 섬진강과 지리산 일대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들을 전문가와 함께 배워가는 ‘섬지물길따라’가 그것이죠. 올해는 구례 곳곳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주워담는 ‘쓰담걷기’ 활동도 할 예정이에요. 학교에서는 봉사활동시간을 인정해주고, 마을학교에서는 사진을 촬영해 아이들에게 앨범을 선물할 계획입니다. 

학부모님들이 워낙 친밀한데다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어서 마을학교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마을학교 서류작업이나 행정처리는 좀 간편해졌으면 좋겠어요. 저희들이 그런 부분에서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사실 마을학교가 없다 하더라도 이미 학교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충분히 도와주고 있습니다. 학부모회도 잘 운영되고 있구요. 그럼에도 마을학교를 운영하는 건 결국은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간절함이 아닐까요? 

글·사진=최성욱



인터뷰를 마친 조현덕 대표는 학교 뒤편 블루베리 정원으로 향했다. 평일 오후임에도 네 명의 학부모들이 모여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조 대표가 제안해 학교가 조성한 블루베리 정원이다. 40여 개의 대형 화분은 아이들의 생태체험 활동지다. 문척초 35명의 학생들은 묘목 심기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블루베리의 생장 전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생업에 바쁜 학부모들이 마을학교 운영에 시간을 쓰고, 열정을 바치게 하는 원동력은 조 대표의 말대로 ‘아이들’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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