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점암중앙중 영화동아리 ‘알룽푸와’

고흥점암중앙중 영화동아리 '알룽푸와' 학생들(이중 일부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 최성욱

양호실에서 깨어난 유빈은 남자친구 시현을 알아보지 못한다. 자신의 이름만 기억하는 유빈은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다. 시현은 유빈의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결국 기억이 돌아온 유빈은 남자친구 시현이 절친인 태희를 좋아하게 된 것을 알게 된다. 

고흥점암중앙중학교 영화동아리 ‘알룽푸와’ 학생들이 만든 단편영화 <기억을 더듬다>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학교에서 벌어질 법한 친구들 간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10분 가량의 상영시간이 끝나고 이어지는 메이킹필름엔 왁자지껄한 NG장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알룽푸와 학생들은 지난 2021년 여름방학 동안 고흥교육지원청이 마련한 고흥청소년단편영화캠프에서 무더위와 싸우며 작품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2021. 김포국제청소년영화제 국내경쟁부문’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이후 학생들은 <기억을 더듬다>뿐 아니라 외모 지상주의를 다룬 <티끌>, 학교폭력을 다룬 <괴물>까지 지난해 세 편의 단편영화를 완성해냈다.

영화 촬영 중인 알룽푸와 학생들

동아리 이름인 ‘알룽푸와’는 고흥점암중앙중 영화동아리의 첫 작품의 제목에서 따왔다. SF단편영화로 작품 속 ‘알룽푸와’는 ‘태양은 언제나 당신의 꿈을 비춘다’는 의미로 쓰였다. 이름처럼 학생들은 2013년 동아리 창단 이후 영화인의 꿈을 착착 키워가고 있다. <알룽푸와>는 최초의 작품이지만 고흥대종상단편영화제와 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등 지역을 넘어 전국의 청소년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선배들의 기운을 이어받은 후배들은 거의 매년 청소년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맛보고 있다.

영화 <기억을 더듬다>에서 친구 사이의 삼각관계를 연기한 강유빈, 오태희, 박시현 학생은 연기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부족함 없이 맡은 연기를 소화해냈다는 평가다. 특히 기억을 잃은 여주인공 역을 맡은 강유빈 학생은 적극적인 연기로 극의 몰입감을 더했다. “아직은 내 연기를 화면으로 보는 것이 쑥스럽다”면서도 연기할 땐 활발하게 의견을 낸다고 말한다.

알룽푸와에서 2021년에 만든 영화들

촬영과 연출을 도맡은 이강후 학생은 “올해는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소재를 영화로 표현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보인다. 그동안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했지만, 올해는 학교를 벗어나 마을과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와 인물들을 다뤄보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지난해 부임해 알룽푸와의 지도교사를 맡은 곽신영 선생님은 “처음에는 그저 막막하기만 했어요. 영화 제작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어서요.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 영화에 출연하기도 하고, 편집도 배웠죠”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무더위를 이겨내며 영화를 세 편이나 만들어낸 학생들이 대견하다”며 올해는 좀 더 완성도 높은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동아리 활동 시간의 추가 확보를 약속했다.

알룽푸와 학생들은 “영화는 글보다 훨씬 전달력이 좋다”며 “학교폭력이나 로맨스 등 다소 진부한 소재를 탈피해 지역의 역사와 문제점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알룽푸와’, 그 이름처럼 꿈이 반짝반짝 빛나는 고흥점암중앙중의 영화 꿈나무들이 올해는 어떤 영화를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글·사진 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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