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삼산초&여수 나진초의 '새학년 집중 준비기간'

새학년 새학기에는 설렘이 큰 만큼 두려움도 크다. 새로운 환경에서 배움의 여정을 시작하는 일은 가보지 않은 길 앞에 선 것처럼 낯설고 막막하기 때문이다. 선생님들도 그렇다. 학생들과 한 학년을 종주하기 위한 준비과정에 들이는 공력이 결코 만만치 않다.

그래서 본격적인 새학년 초재기가 시작되면, 선생님들은 계획하고 준비하는 기간에 돌입한다. ‘새학년 집중 준비기간’이다. 교직원들이 함께 모여 업무를 분담하고, 교육과정 얼개를 짠다. 특히 동학년 교사들, 새로 부임한 전입 교직원들이 소개되고, 교장, 교감을 비롯해 전 교직원이 함께 소통하는 시간은 구성원의 소속감과 유대감을 높이는 첫걸음이 되고 있다.

전남의 유·초·중·고·특․각종학교 1,318개교가 ‘2022학년도 새학년 집중 준비기간’을 운영했다. 2월 동안 학교별로 일정을 잡아 최소 3일에서 최대 9일 동안 준비기간을 가졌다. 준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전남교육청은 2월 첫 주에 교원인사를 단행했다.

‘새학년 집중 준비기간’에는 기본적으로 교직원 만남과 업무 분장, 교육계획 수립 등이 이뤄진다. 하지만 학교마다 교육 방향과 특색교육들을 바탕으로 준비도 다채롭게 진행되기도 한다. 올해는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교육을 위한 전남미래교육플랫폼 ‘전남메타스쿨’ 활용 연수가 더해졌다. 

새학년 집중 준비기간, 선생님들은 기꺼이 학생이 된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치밀하게 계획한다. 새학년을 맞이할 진짜 주인공, 학생들을 위해서다. 2월 셋째주, 순천삼산초와 여수 나진초의 선생님들을 만나보았다.

함께 모여 연수 받고 있는 여수 나진초 선생님들
함께 모여 연수 받고 있는 여수 나진초 선생님들

 

여수 나진초
“씨앗 뿌리는 시간, 함께해서 든든”

‘INTP형(아이디어형), ESTP(활동가형), ESFJ(친선도모형)…’
선생님들은 요즘 한창 주목받고 있는 ‘MBTI 지표’에 따라 자신의 성격유형을 분석해 동료 선생님들에게 공개했다. 여수 나진초 새학년 집중 준비기간 2일째인 지난 2월 16일 진행한 ‘나, 너, 우리를 소개해요’ 시간이었다. MBTI 분석은 전 교직원에게 서로 가진 장단점을 이해하고 한 발짝 다가서기에 유용한 매개체가 됐다. 

나진초는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새학년 집중 준비기간을 운영했다. 새로 부임한 교직원 3명을 포함해 교장, 교감, 보건교사까지 11명 모두 예외 없이 참여했다. 

MBTI를 통해 서로의 성향을 파악 중인 나진초 선생님들

새학년 집중 준비기간 1일 차는 ‘마음열기’라는 주제로 전입 교직원을 소개하고, 학교 비전과 올해의 목표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2일 차에는 교육과정 얼개를 짜는 ‘생각 모으기’, 마지막 날은 입학식 협의와 학급 환경정리 등을 하는 ‘새학년 맞이하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서로 마음을 열어야 생각이 모이고, 그 원동력으로 새학년을 알차게 준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일정표 면면에서 엿보였다.

올해 나진초로 부임한 고도현 교사는 “학교가 3월 2일 개학하는데, 그때 바로 출발하면 학교 적응도 어렵고 놓칠 수 있는 부분도 생겨 시행착오가 많았을 것”이라며 “운동 전 준비운동을 하는 것처럼 모든 구성원이 함께 소통하고 새학년을 준비하니까 새학교 새학생들에 맞춘 새로운 교육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고, 학교에 대한 소속감도 생겨 만족감이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 중점

오전에 MBTI 성격유형 분석으로 구성원들과 가까워졌다면, 오후부터는 본격적으로 교육방향에 따른 교육과정 세우기에 힘을 모을 차례였다. 

나진초에서 마을교육과정으로 운영 중인 ‘텃밭정원’에 대한 주제도 테이블 위에 올랐다. 나진초는 전 학년에 걸쳐 마을교육과정 수업을 20차시 운영하고 있어 비중이 크다. 때문에 외부 강사인 마을교사와의 원활한 협업 관계를 맺으며 사전 준비를 촘촘하게 한다.

(좌) 담쟁이마을학교 이은실 대표도 참석해 전문적인 의견을 보탰다. (우) 마을텃밭 교육과정을 짜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는 선생님
(좌) 담쟁이마을학교 이은실 대표도 참석해 전문적인 의견을 보탰다. (우) 마을텃밭 교육과정을 짜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는 선생님

교직원들은 먼저 각자 텃밭정원에 대해 아는 것과 경험한 것,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를 정리해 발표했다. 그동안 텃밭정원에서 키운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고, 텃밭 그늘에 해먹을 설치해 쉼터를 만든 경험들을 떠올렸다. “텃밭정원 덕에 케일이 이렇게 쑥쑥 잘 자라는 식물인 줄 알게 되었어요” 등,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교실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어서 교사들은 수확한 작물을 팔아 볼 수 있는 장터를 열자거나 지역사회 나눔 활동과 연계하자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교직원들은 의견을 다듬고 구체화해가면서 차츰 학년별 교육과정 얼개를 완성해 갔다.

특히 텃밭정원 마을교육과정을 맡고 있는 담쟁이마을학교 이은실 대표도 참석해 교직원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보탰다.

다음 과정은 전남미래교육플랫폼 ‘전남메타스쿨’ 연수였다. 전남메타스쿨은 전남교육청이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수업을 위해 올해 처음 도입한 교육플랫폼이다. 특히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인한 원격수업 전환 대비책이어서 연수를 듣는 내내 교사들의 눈이 반짝였다. 

교사들은 양방향 화상 서비스를 작동해보며 원격수업 기술들을 익혔다. 박귀인 혁신부장의 시연을 통해 출결관리, 과제관리, 게시판 이용, 시간표 공유 등 전남메타스쿨의 다양한 기능도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 참여 서비스를 보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교직원들의 동의를 얻었다. 교직원들은 배우는 과정에서도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서로 조율해 가며 민주적으로 임했다. 

올해 나진초의 새학년 준비 일정을 마련한 박귀인 혁신부장과 최성효 교사는 “준비기간 3일로 학년 교육계획을 확정하는 데까지는 무리가 있지만, 한해 농사를 위한 씨앗을 뿌리는 시간이었다”라며 “학교 구성원들이 주요 주제와 활동의 방향성을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학교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물꼬가 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교직원들이 직접 경험하고 실감한 민주적 분위기는 학생들에게도 전해진다. 나진초는 학생 자율동아리가 활성화됐다. 참여하는 학생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교직원들의 민주적인 협의 문화가 학교 전체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는 증거다. 

 

순천삼산초 
“선생님도 교육과정 예습이 필요” 

순천삼산초 앞에 모인 교직원들
순천삼산초 앞에 모인 교직원들

매서운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2월 17일, 순천삼산초 교직원 20여 명이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교문 앞에 모였다. 교직원들의 한 손에는 작은 쌍안경이 들려 있었다. 

새학년 집중 준비기간 이틀째를 맞아 학교에서 5분 남짓 거리의 동천을 탐방하기로 한 것이다. 동천은 순천삼산초 마을교육과정의 거점 장소이다. 순천삼산초는 새학년을 준비하는 과정의 필수 코스로 매년 동천 탐방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마을교육과정을 함께 꾸려온 우리마을교육연구소 마을교사 4명도 동행했다. 

“오늘 저희의 목적지는 순천 도심을 가로질러 순천만까지 흘러가는 동천입니다. 학교와 멀지 않은 거리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학교에 모여서 함께 출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걷는 길이 곧 배움의 길이 되기 때문입니다. 걸어가며 보이는 풍경 하나하나 교육을 위한 준비로 생각하고 바라봐 주세요.”

동천 탐방에 나선 순천삼산초 교직원들

동천마을교육과정 현장 강의를 맡은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김인철 소장이 동천 탐방의 서문을 열었다. 그는 동천마을교육과정을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 왔다. 연못 하나, 풀 한 포기도 아이들을 위한 생태교육 자원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교직원들의 고개가 바쁘게 움직였다.

선생님들이 처음 마주한 곳은 ‘소금쟁이 연못’이었다. 마을교사들은 “생태 관찰을 나온 아이들이 소금쟁이가 많다며 직접 이름 붙인 연못”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이어 “사실 개구리도 많이 살아요”라고 마을교사가 덧붙이자 곁에 있던 일행들이 일제히 쌍안경을 들었다. 순천삼산초 교직원들은 동천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마을교사들과 교감의 폭도 조금씩 넓혀갔다.

동천에는 철새들과 철새가 사는 흔적들이 가득하다
동천에는 철새들과 철새가 사는 흔적들이 가득하다

직접 보고 느끼며 체득하는 것이 많았다. 우연히 발견한 백로의 장식 깃에서 봄을 준비하는 새의 털갈이에 관해 배우고, 날아가는 새를 관찰하며 날갯짓을 탐구했다. 날개가 긴 새, 짧은 새를 흉내 내며 날개 길이에 따라 날갯짓이 달라지는 이유도 공부했다. 모두 순천삼산초의 마을교육과정 속에 녹여온 수업의 연장선이자 올해 또 새롭게 적용해 볼 아이디어의 원천들이다. 특히 사전 답사 과정은 전입 교원들에게 동천을 새롭게 발견하고, 순천삼산초의 교육과정을 이해하는 기회로 작용했다. 

“그동안 동천을 여러 번 지나다니면서도 과연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막막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생태 분야에 전문가이신 마을학교 선생님들께서 재미있고 실감나게 알려주시고,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배우니까 이해도가 높아지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동천 안에 이렇게나 많은 교육자료, 아이디어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올해 순천삼산초로 부임한 권혁철 교사가 말했다.

교직원들은 동천 구석구석을 누비며 마을의 생태계를 직접 보고 느끼고 체득했다.
현장 강의를 맡은 김인철 소장

 

학교와 마을 협력으로 전문성 극대화

순천삼산초는 2020년 3, 4학년을 대상으로 마을교육과정을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전 학년으로 확대, 12차시에서 최대 20차시까지 운영 중이다. 학교 안 교육은 학교교사가, 동천 현장교육은 마을교사가 맡아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수업을 분담하고 있다. 교사들은 교육과정 재구성 단계부터 협업 체제를 갖추고 교육주제와 일정까지 면밀하게 조율해 왔다. 

학년별 교육과정을 재구성 중인 선생님들

전담 TF팀을 꾸리고 교장, 교감, 각 부서 부장교사들의 참여를 통해 전 교직원들의 협조를 끌어낸 점도 눈에 띈다. 순천삼산초의 새학년 준비를 위한 공식 일정은 2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사전 준비팀을 꾸리고 동천 현장 강의를 예습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때문에 순천삼산초 새학년 준비 기간은 마을교육과정은 물론이고 학년군별 교육과정 협의 등도 촘촘하게 진행됐다.

동천 답사에 동행한 우리마을교육연구소 김현주 소장은 “순천삼산초의 마을교육은 일회성 체험교육이 아닌 맥락과 연속성을 갖는 실제 교육과정으로 연결된다. 때문에 학년 초에 마을교사와 학교교사가 함께 동천마을교육과정을 준비하는 시간이 중요한 시작점이다”면서 “학생들에게 보다 유익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학교와 마을의 협력 관계가 더 상시적이고 돈독해지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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