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의신또바기마을학교 허재연 활동가

 

허재연 진도 의신면청년회 사무국장이자 의신또바기마을학교 활동가. 가업인 방앗간 일을 잇기 위해 5년 전 서울에서 의신면으로 왔다. 2019년 마을학교 설립에 앞장섰고, 지금까지 실무를 담당해오고 있다. 드론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배워 마을학교 강사로 나서는 것이 바람이다.

지역 이름인 ‘의신’과 우리말 ‘또바기’를 합쳤습니다. 또바기는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라는 뜻이죠. 지역 자원을 활용해, 늘 처음처럼 아이들을 위하는 학교로 가꿔가자는 의미를 담아 마을학교 이름을 ‘의신또바기’로 지었습니다.   

학교를 마친 오후나 주말에 아이들이 휴대폰과 TV만 쳐다보고 있더군요. 섬마을이라 PC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놀 장소도 마땅찮았습니다. 진도에서 의신면이 가장 넓어요. 아이들은 의신면 학교와 진도읍 학교로 나눠 다니고 있죠.    

이런 사정 때문에 같은 면에 사는 아이들끼리도 서로 모르고 지내더군요. 함께 어울릴 공간이나 기회도 없었고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로 교류 없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개인주의는 도시만의 일이 아니었죠.  

2018년 제가 사무국장으로 있는 의신면청년회를 중심으로 이런 현실을 바꿔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아이들이 몸을 써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 주말에 함께 모여서 놀게 해보자, 이런 이야기들이 오갔죠.   

 

허재연 진도 의신면청년회 사무국장이자 의신또바기마을학교 활동가.
허재연 진도 의신면청년회 사무국장이자 의신또바기마을학교 활동가.

때마침 진도교육지원청에서 마을학교를 공모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마을학교가 변화를 가져올 대안으로 떠올랐죠. 청년회가 공모에 참여해 2019년에 마을학교를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청년회원들은 교육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무슨 내용으로 마을학교에서 교육을 할까 고민했습니다. 선진지 견학도 가서 배우기도 하고요. 청년회원과 학부모님들이 강사로 나서서 자기 직업을 알려주는 진로교육으로 방향을 잡았죠. 여기에 삼별초 항쟁지, 명량대첩 유적지, 운림산방 같은 진도의 지역 자원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평균 25~30명의 아이들과 함께 학부모님들이 일하는 곳을 다녔습니다. 발전소, 김 양식장, 버섯 농장 등에서 아이들은 부모님의 일을 체험했죠. 부모님들은 자기 일터에서 아이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을학교에서 학부모님들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청년회 활동도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와 어른이 마을학교에서 어울리며 공동체로 나아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뿌듯합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가 우리 마을학교의 장점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부터 아이들에게 더 다양한 체험 기회를 줄 수 없어서 아쉽네요.   

수업은 주로 의신백구센터 안에 있는 ‘의신백구작은도서관’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작은도서관은 올해 초 문을 열었어요. 작년까지 마을회관 창고, 의신초 ‘꿈의 숲’ 같은 곳에서 수업을 해오다 사정이 좋아진 겁니다. 백구센터는 원래 노인당이 있던 자리예요. 마을을 위해 어르신들께서 흔쾌히 공간을 내주셨죠. 어르신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의신면 소재지뿐만 아니라 초사리권, 접도권에서도 아이들이 오고 있어요. 접도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맞추려고 점심도 못 먹고 배를 타고 나옵니다. 밥을 굶은 아이들에게 간식만 주기 미안해 회원들이 주머니를 털어 대용식을 종종 마련해요. 마을학교를 위해 청년회 간부들은 매년 몇 백만 원씩 사비를 쓰고 있습니다.  

아이들 등하교 교통편이 마을학교의 가장 큰 고민거리입니다. 첫 해에는 청년회원 부인들이 차로 등하교를 시켜주었는데 지금은 등교는 학부모님이, 하교는 청년회원들이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안전 문제가 걸린 일이니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이 숙제입니다. 지역 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이런 문제들을 풀어가려 합니다. 

공모로 마을학교를 진행하다 보니 ‘결과’와 ‘성과’ 중심의 사고에 자주 빠지더군요. 결과를 생각하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결과 대신 아이들을 보자’는 말을 늘 유념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이’ 아이들이 가장 중심에 있는 ‘또바기’ 마을학교를 가꿔가겠습니다.

 

정리 노해경  사진 마동욱

 

의신또바기마을학교와 진도 의신면청년회 

늘 처음처럼 아이들을 위하는 학교를 가꿔가자는 의미로 마을학교 이름을 ‘또바기’로 지었다. 마을학교에 청년회가 참여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곳처럼 청년회가 주도하고 있는 곳은 전남의 230여 개 마을학교 중에서도 매우 드물다. 의신면청년회는 매년 의신초등학교에 장학금을 보내고, 한부모가정 아이들도 보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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