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리스트 꿈꾸는 김준희 군

김준희 18세. 장흥에서 기타를 시작했다. 14살 때부터 클래식 기타에 입문해 지난해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났다. 지난 5월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 클래식 기타 콩쿨대회’에서 우승했으며, 이외에도 ‘코스타리카 국제청소년 기타 콩쿨대회’ 등 유명 대회에서 수상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초등 4학년 과정부터 홈스쿨링을 해왔다.

 변화의 시작은 아빠 고향인 장흥으로 이사오면서 부터였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경기도 화성에서 살았어요. 도시의 평범한 학생이었죠. 부모님은 제가 자연과 함께 자유롭게 배워가며 성장하길 원하셨어요. 

제가 11살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은 귀농을 선택했죠. 장흥에 와서 정규교육과정 대신 홈스쿨링을 시작했고요. 도시에서 학교와 학원을 오갔던 반복된 생활에 대반전이 일어난 거죠. 홈스쿨링 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어요. 그 자리를 평소 해보고 싶은 것들을 시도하고 경험하는 것으로 채워 갔죠.

장흥에서 클래식 기타를 접하게 된 건 아주 우연이었어요. 처음엔 통기타를 먼저 배웠어요. 통기타는 코드를 잡고 줄을 튕기는 방식으로 연주하는 거라 어렵지 않았어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독학 했죠. 제 손가락과 기타 줄이 만들어내는 리듬이 재밌고 즐거웠어요.

어느 날 장흥 귀농인 장터에서 통기타로 버스킹을  했어요. 그런데 1991년 유서대필 조작사건 피해자인 강기훈 선생님이 2015년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요양 차 장흥에 머물고 계셨는데, 그날 저를 보셨나 봐요. 독학으로 배웠다는 말에 몹시 놀라시더군요. 클래식 기타를 배워보길 권하셨고요. 제게 서만재 전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님도 소개해 주셨죠.

김준희
김준희/18세

클래식 기타는 너무 어려웠어요. 오선의 음을 정확히 지켜야 하고, 연주 자세, 연주법도 까다로웠죠. 서 교수님께 기타를 배웠는데, 기초과정이라 더욱 엄격하셨나봐요. 솔직히 괜히 했나 잠깐 후회하기도 했어요^^. 

기초가 탄탄해지니까 어느 순간 실력이 쑥쑥 늘더라고요. 교수님은 제가 기초를 차근차근 성실하게 수행해나가며 인내하길 바라셨던 거 같아요. 서로 음악을 통해 신뢰를 쌓으면서 2017년부터 4년을 함께 했어요. 

교수님은 제가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가길 바라셨어요. 스페인은 클래식 기타의 본고장으로 불려요. 유명한 음악가들도 많죠.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페인 유학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바로 유학을 결정한 건 아니에요.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스페인 세비야에 체류하면서 교습을 받았죠. 여러 적응과정을 거쳐 2020년부터는 스페인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장흥에서 스페인까지 어렵게 오른 유학길이에요. 그동안 아무런 대가 없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장흥 지역민들이 계셔서 가능했던 거 같아요. 유학 오기 전 연주회 자리를 열어주시고, 후원금도 마련해 주셨어요. 최근 장흥에서 후원회 설립을 고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장흥 지역분들을 생각하면 연습을 게을리 할 수가 없어요. 

스페인에서 아직 정규 학교에 입학하진 않았어요. 언어도 배우고, 기타 실력도 키운 다음에 저에게 맞는 학교로 진학하려고요. 오전엔 기타 연습을 해요. 누가 시켜서라는 건 없어요. 모든 연습은 제가 주도하죠. 홈스쿨링을 하면서 생긴 습관 같아요. 

오후에는 스페인어 학원에 가요. 선생님들의 세심한 지도를 제대로 알아듣고 미세한 부분까지 다듬어가야 깊이있는 연주를 할 수 있으니까요. 일주일에 두 번 클래식 기타 레슨도 받고 있어요. 레슨 받는 시간을 제외하고 평소 6시간 정도 연습해요. 콩쿠르나 공연을 앞둔 시기에는 연습량을 더 늘리고요. 기타가 제 몸의 일부처럼 되었죠. 스페인어도, 클래식 기타 실력도 처음보다 꽤 늘었는데, 대회 수상으로 보상받는 거 같아요. 

재능과 노력은 날개 같아서 둘 중 하나만 부족해도 날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노력해도 재능이 없어서 이루지 못하는 일들이 있고, 재능은 있지만 노력하지 않아 결과가 보잘 것 없기도 하죠. 항상 가슴에 새기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제게 클래식 기타는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에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기타 연주가가 되어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제가 받은 사랑을 되돌려드리고 싶구요. 10년 후 어느 가을날, 저를 키워주신 장흥에서 세계를 대표하는 연주가의 클래식 기타 선율이 흐른다면 참 근사할 것 같아요.

 

정리 윤별  사진 한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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