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양수도는 전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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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양수도는 전남이다
  • 전남교육소식
  • 승인 2021.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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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섬(上)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다. 인도네시아(15,000여 개), 필리핀(7,100개), 일본(6,800개) 다음 순이다.

우리나라 섬은 몇 개일까. 정부부처에 따라 제각각이다. 통계청은 3,170개(2005년), 행정안전부는 3,339개(2011년), 해양수산부는 3,358개(2015년), 국토교통부는 3,677개(2015년)로 집계하고 있다. 최대 507개나 차이가 난다. 섬이 많은데 섬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은 부족한 현실이다. (이주빈,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섬 많은 나라, 전문기관은 0개’, 오마이뉴스, 2016.09.07. 기사 참고)

행정구역별 섬의 개수로는 전남이 1,676개로 전국의 60%에 이른다. 두 번째로 많은 경남 445개의 4배 가까운 숫자다. 크기로 보더라도 전남의 섬들이 압도적이다. 큰 섬 순위 30개 중 17개가 전남에 분포해 있다. 그중 진도는 거제도, 제주도에 이어 세 번째, 완도는 일곱 번째 크기이다. 해안선 보유율 또한 전남이 전체(남한)의 45%로 가장 길다. 두 번째가 16%를 차지하고 있는 경남이다. (국립해양조사원, ‘우리나라 해안선 길이는 얼마나 될까’, 2021.06.21. 보도자료 참고)

건조한 통계 숫자를 다소 상세히 나열한 까닭은 섬에 대한, 또는 해양에 대한 전남의 위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이 ‘섬의 나라’라면, 그 중심이 전남이라는 뜻이다.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이라면, 그 수도가 전남이라는 뜻이다. 여태껏 전남은 농도農道로 불리어 왔다. 전남은 동시에 해도海道이기도 하다. 고려 전기까지 전남의 행정명칭이 해양도海洋道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자세한 내용 <함께 꿈꾸는 미래> 244호 ‘전남도는 해양도였다’, 2021. 4월 발행 참고, 바로가기 ▶ http://www.newsjn.kr/news/articleView.html?idxno=443)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다. 섬이 많은데 섬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은 부족하다. 사진은 신안군 자은도.(ⓒ신안군)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다. 섬이 많은데 섬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은 부족하다. 사진은 신안군 자은도.(ⓒ신안군)

 

‘섬의 날’ 탄생의 역사적 의미

2019년, 대한민국 정부는 8월 8일을 ‘섬의 날’로 정했다. 뜻깊은 제정이었으나, 달리 생각하면 2019년 이전까지 ‘섬의 날’이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국토에 대한 우리네 인식이 해양보다는 내륙에 머물러 있었다는 반증이다.

‘섬의 날’이 정해졌다는 것은 섬과 해양을 국가정책의 핵심의제로 다룬다는 의미이다. 앞으로는 전남의 섬과 해양이 이전과는 다르게 대접받는 길이 열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는 대한민국의 달라진 교역환경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냉전시기 우리의 선택은 일본과 미국으로 연결되는 태평양선밖에 없었다. 중국은 ‘중공’으로 막혔고, 동남아시아는 구매력이 부족했다. 태평양에 가까운 부산(항)이 크게 성장한 배경이다. 1980년대 후반 중국이 열렸을 때 거점항은 황해에 인접한 인천, 평택 등 경기권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은 동남아 국가와의 교역이 주 목적이다. 현재로서는 시작 단계이다. 규모가 커질 경우 전남의 섬과 해안선이 거점이어야 하고, 거점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한 필요조건 중의 하나는 인식의 대전환이다. 내륙 중심의 사고로는 ‘동남아 교역 확대’라는 새로운 기회를 챙기기 어렵다. 섬과 해양에 대한 관점을 최대한 급진적으로 바꿔야 한다. 예컨대 지도를 볼 때 우리는 남에서 북으로, 전남에서 서울로 시선을 습관적으로 시선을 이동시킨다. 지도를 180도 뒤집으면 전남이 해양으로 나아가는 최첨단이다. 목포나 담양에서 시작해 필리핀, 베트남, 호주, 인도네시아로 시선을 이동시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구글어스에서 남반구와 북반구를 거꾸로 뒤집어본 지구 모습. 지도를 180도 뒤집으면 전남은 해양으로 나아가는 최첨단이다.
구글어스에서 남반구와 북반구를 거꾸로 뒤집어본 지구 모습. 지도를 180도 뒤집으면 전남은 해양으로 나아가는 최첨단이다.

 

교역의 중심, 해양 사람들

유별난 행동이 아니다. 이미 역사 속에는 섬과 해양의 위인들이 많았고, 대다수가 전남 사람들이었다.

가장 유명한 이는 장보고(?~846)일 것이다. 해안선을 타고 강 안쪽을 넘나드는 연안교역의 시대에 장보고는 완도를 거점 삼아 당나라까지 뻗어 나가는 원양교역에 성공했다. 당시 당나라는 세계 최대의 제국이었다.

나주 동강 출신 금남 최부(1454~1504)는 제주에서 풍랑을 만나 명나라 해안선까지 밀려갔다. 이후 북경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표해록>이라는 귀중한 기록으로 남겼다.

신안군 우이도에서 거주했던 홍어장수 문순득(1777~1847)도 풍랑을 만나 오키나와까지 떠밀려 갔다가 필리핀-마카오-광동-남경-북경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왔다. 

문순득은 유배온 정약전을 만났고, 정약전은 문순득의 경험을 <표해시말>이라는 책으로 남겼다. 강진에 유배중이던 정약용은 제자를 우이도로 보내 문순득의 경험을 수집해 <운곡선설雲谷船說>을 썼다. 외국의 선박과 항해에 관한 상세한 기록이다. 

이들의 경험과 기록은 나라 바깥 사정에 어두웠던 시절, 세상의 변화를 알려주는 혁신적인 콘텐츠였다. 정약용은 필리핀이 사용하고 있는 화폐의 유용성을 문순득에게 듣고 화폐개혁안을 제안했다. <표해록>은 중국과 일본에 전해져 15세기 한·중·일 삼국 유학 연구에 귀중한 단서를 제공했다. <표해시말>은 “부록되어 있는 112개의 유구어(오키나와)와 여송어(필리핀)는 귀중한 언어학연구자료로 평가된다.”네이버, ‘국어국문학자료사전’

모두 섬과 해양이 있어서 가능한 ‘교류’이다. 섬이, 섬의 거처인 해양이 문명사에서 담당한 역할은 실로 중대한 것이었다.

신안군 가거도는 대한민국 ‘끝섬’이지만 중국 대륙과 가장 가까운 섬이기도 하다.(ⓒ신안군)
신안군 가거도는 대한민국 ‘끝섬’이지만 중국 대륙과 가장 가까운 섬이기도 하다.(ⓒ신안군)

 

전남과 지중해의 닮은 점

일반적으로 지중해는 북아프리카와 유럽 사이의 바다를 뜻한다. 지중해地中海는 또한 ‘개념’이기도 하다. 땅과 땅 사이의 바다, 그 크기가 적당해 교류가 가능한 물길이 지중해이다. 중국대륙과 한반도 서남해안 사이의   ‘황해’가 지중해이고, 한반도 남해안과 일본 남서해안 사이의 ‘대한해협(현해탄)’도 지중해이다.

바다는 땅을 가른다. 가름으로써 각각의 땅은 고유한 문화(정치, 풍속, 언어, 음식 등)를 기른다. 바다는 또한 땅과 땅 사이를 잇는다. 해로를 이용한 뱃길을 통해 고유한 문화들의 접촉이 발생한다. 성격이 다른 문화들이 만나 융복합의 과정을 거친다. 각각의 독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성장하는 문명진화의 선순환에 기여하는 게 지중해의 역할이다. 

신라의 최치원이 황해를 건너 당나라에서 공부해 과거시험에 합격했다. 신라로 돌아와서는,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후대에 큰 영향을 끼친 개혁사상을 정립했다. 백제의 왕인(영암)은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에 천자문을 전해주었고, 조선의 강항(영광) 또한 임진왜란 때 포로로 잡혀가 일본 유학의 ‘시조’가 되었다. 모두 지중해가 만들어낸 접촉과 융복합의 결과이다.

 

장보고는 완도를 거점 삼아 당나라까지 뻗어나가는 원양교역에 성공했다.(ⓒ완도군)
장보고는 완도를 거점 삼아 당나라까지 뻗어나가는 원양교역에 성공했다.(ⓒ완도군)

특히 장보고는 황해와 대한해협 양쪽의 지중해를 넘나든 한·중·일 ‘삼각무역’을 개척한 사례이다. 항해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 시절, 지중해의 섬은 교류의 징검다리 구실을 했다. 중동의 문명이 크레타섬을 거쳐 유럽으로 나아갔듯이, 장보고의 무역선은 신안과 대마도 인근의 촘촘한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중국-한국-일본을 연결했다.

이렇듯 전남은 우리나라 섬과 해양의 압도적 거점일 뿐 아니라 나라 안팎을 이어주는 지중해의 위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위상은 ‘해양도’에서 ‘전라도’로 바뀌면서 한 번 꺾였고, 임진왜란 이후 지금까지 500여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퇴화했다. 국정 운영의 중심이 내륙으로 굳어진 것이다. 섬과 해양은 독자적인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육지가 아니어서 불편한 곳’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늦게나마 ‘섬의 날’이 제정된 것은 인식과 정책의 대전환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무한대 기호 ‘∞’을 세우면 ‘8’ 자가 된다. 섬이 가진 무한의 가능성을 강조하기 위해 8월 8일을 ‘섬의 날’로 제정했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우리, 곧 전남의 몫이다.  … 다음호에 계속

 

글 이정우  사진 신안군·완도군·Google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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