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대응을 위한 전남생물다양성교육 직무연수’ 참여후기

연수 참가자들 단체사진
연수 참가자들 단체사진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전남생물다양성교육 직무연수’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다. 여행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코로나 시국에 열린 귀한 대면연수였다. 전남교육청 그린스마트미래학교추진단과 해남군이 공동 주최한 연수였다.

우린 미황사 달마고도 길을 걸었다. 천천히 걸으며 숲을 만끽했다. 느리게 걸으니 자세히 보였다. 초록빛 나무들은 동색이 아니었다. 종류에 따라 빛깔이 미세하게 달랐다. 걷다 멈춰서 나무 한 그루를 유심히 보았다. 일행은 삼십 분 이상을 그 나무 앞에 머물렀다. 이끼와 넝쿨로 뒤덮인 평범한 나무였다. 달마고도 길에서는 흔히 만날 수 있음직했다. 하지만 연수를 인도한 선생님의 이야기로 새로운 눈이 뜨였다. 선생님은 그 나무에 살고 있는 여러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함께 찾아보며 감탄했다.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무심코 무시했을, 수많은 생명들에게 미안해졌다. 

새로운 인연들과 관계도 맺었다. 하나는 연수를 준비한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전국교사모임’의 선생님들이었다. 이 모임에서는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오래 전부터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올바른 정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1인 시위를 하는 등 환경운동에 열심이었다.

 

미황사 입구 나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연수 참가자들
미황사 입구 나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연수 참가자들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한 ‘남도자연생태연구소’도 인상적이었다. 연구소는 지난 2017년부터 전남의 어민들에게 친환경 어업을 전파하고 있었다. 연구소 박사님과 직원들은 버려진 어망 등 폐어구가 바다 폐기물 총량의 46%에 달하고 밀집 양식으로 인한 수질 오염도 심각하다는 현실을 알렸다. 생태계와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어업 방식도 소개해 주었다.

나도 기후 위기 등 생태계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 올해 초부터 환경에 관한 좋은 강연을 찾아다녔고, 관련 책을 읽고 있다. 몇 달 전엔 채식을 선언하고, 약속을 지키고 있다. 학교 수업에도 접목하고 있다.

우리 학교 청람중은 세계기후행동의 날을 맞이해 9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기후행동주간’을 운영했다. 일주일 동안 생태계와 환경을 주제로 교과융합 수업이 진행되었고,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으로 캠페인을 열었다. 국어교사로서 나는 수업시간에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감독 황윤)>를 상영하고, ‘내가 스톨에 갇힌 돼지가 되어 인간에게 편지쓰기 활동’을 했다. 또 같은 감독의 작품인 <사랑할까, 먹을까>를 읽고 반별·학년별 토론대회를 열었다. 

내가 지도교사를 맡고 있는 ‘1.5C’ 동아리 회원들은 배터리 케이지 체험을 열었다. 날개를 펼 수도 없는 좁은 닭장 안에서 밀집사육되고 있는 닭처럼 직접 배터리 케이지에 들어가 뜬장에 서서 버티는 체험이다. 뜬장은 닭장 바닥에 놓은 철조망을 말한다. 닭장 속에서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삼겹살과 치킨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식탁 위에 올라온 동물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길 바란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생태 시계는 우리가 돌릴 수 있다. 다만 미룰 여유는 없다. 더 늦지 않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걸은 남도의 땅 해남은 풍요로웠고, 밤을 새며 이야기했던 칠흑의 밤바다는 별빛을 머금고 반짝였다. 아름다운 지구는 우리에게 주어진 당연한 것이 아니다. 우리만의 것도 아니다.

무엇을 실천할 것인가. 나는 일단 학생들과 천천히 걸어보기로 다짐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무수한 생명들의 속삭임을 듣고, 파괴된 자연의 고통을 보는 데서 출발해보는 것이다. 해남의 연수가 내게 깨달음의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천천히 걷기가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을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박은희(강진 청람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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