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읽고 쓰고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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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읽고 쓰고 말해요”
  • 전남교육소식
  • 승인 2021.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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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삼호서초 한국어학급
영암 삼호서초 한국어학급 ‘행복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10명의 외국인 학생들
영암 삼호서초 한국어학급 ‘행복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10명의 외국인 학생들

 

외국인 학생 언어 교육 위한 특별학급 운영

‘무슨 음식을 좋아해요?’ ‘저는 (   )을/를 좋아해요.’ 일상적인 대화 한 단락이 칠판에 적혀 있다. 칠판 앞에 선 선생님은 음식 사진을 한 장씩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학생들은 단어를 떠올려 문장을 완성해낸다. ‘저는 김치를 좋아해요.’   ‘저는 김밥을 좋아해요.’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따라하면서 문장을 반복해 익힌다. 영암 삼호서초등학교 ‘한국어학급’의 수업 방식 중 하나다. 

이 학급의 학생들은 모두 한국으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외국인이다. 러시아, 이집트, 우즈베키스탄, 예멘 등 국적도 다양하다. 때문에 삼호서초 한국어학급에서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대화를 배우고 연습한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를 쉽게 익히고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교육과정이다.

전남교육청은 입국초기 외국인 학생이 많이 소속된 9개 학교에 다문화교육 특별학급인 ‘한국어학급’을 설치했다. 외국인 학생들의 학교생활 적응과 한국어의 습득을 돕기 위해서다. 삼호서초는 지난 3월부터 한국어학급 1개반을 운영하고 있다. 

고향인 우즈베키스탄을 세계지도에서 가리키고 있는 학생들
고향인 우즈베키스탄을 세계지도에서 가리키고 있는 학생들

“김밥을 좋아한다”는 2학년 리열 학생은 한국말이 제법 능숙하다. 리열은 1년 전 입국했다. 부모님이 모두 우즈베키스탄 사람이고, 한국에 정착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대화가 서툴렀지만 1학기 동안 한국어교실에 참여하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원적학급(학생이 원래 소속된 학급)에서 친구들과 대화도 잘하고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멘 출신의 1학년 라가드는 선생님들에게 ‘최고예요’ ‘사랑해요’ 라며 자주 마음을 표현하는 애교 많은 학생이다. 라가드 역시 부모님이 모두 외국인이라 집에서 한국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도, 자신의 생각을 꽤 매끄럽게 한국말로 표현했다.

현재 삼호서초 한국어학급에는 외국인 학생들이 10명 있다. 처음 이 학급이 생겼을 때 학생은 다섯 명이었지만 몇 달 만에 급증했다. 인근 공단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취업이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삼호서초는 지금 같은 증가세라면 내년에는 한국어학급이 한 반 더 늘어날 것 으로 내다봤다.

한국어학급 담당 조영주 선생님은 “엄마 아빠가 모두 외국인인 가정의 자녀들은 한국말을 가정에서 익히기 힘든 환경이잖아요. 때문에 한국어학급에서는 필수적인 의사소통에 집중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연령 등에 맞춰 배정된 원적학급에서 지역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다. 그러다 국어시간 등 일부 교과 시간에 한국어학급으로 이동해 한국어교육을 받고 있다. 수업은 학생 수준별로 그룹을 나눠 진행된다. 보통 학생들은 주 10시간 한국어수업을 받는다. 교육은 담당교사와 외부강사가 협력해 진행한다.

삼호서초 한국어학급 수업현장. 학생들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대화를 배우고 연습한다.
삼호서초 한국어학급 수업현장. 학생들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대화를 배우고 연습한다.

조영주 교사는 교직생활 중 처음으로 한국어학급을 맡았다. 의사소통이 어렵고 국적도 제각각인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쳐 본 경험이 없어 처음에는 난감했다고. 그는 “한국어교육 관련 연수를 찾아 듣고, 꾸준히 교수법을 개발·연구해가며 조금씩 길을 찾아가고 있어요. 외부 전문강사와 함께 교육할 수 있어서 매우 든든해요. 지금 한국어교실에서 아이들을 함께 가르치고 있는 노유미 강사님은 오랫동안 한국어교육에 종사하신 베테랑이시거든요.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교육적인 시너지를 얻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를 즐기면서 배울 수 있도록 퍼즐이나 게임 등 다양한 신체활동을 수업 속에 녹여내고 있다.

삼호서초는 외국인 학생들이 학교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정서적 환경 조성에도 힘쓴다. 한국어학급 선생님들은 생일을 맞은 학생이 있으면 파티를 열어 축하해주고, 파티 음식을 원적학급 학생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넉넉하게 준비하고 있다. 다른 학생들과 친밀감을 쌓아 학교생활에 보다 잘 적응하도록 돕고 있다.

 

다문화 학생들의 교육과 생활 모두 챙겨 

전남의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10,701명(2020년 4월 기준)으로 전체 학생의 5.18% 가량이다. 삼호서초는 이 비율이 전남 지역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전교생 340명 중 50명으로 14.7%에 달한다. 이에 삼호서초는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 적응과 교육력 증진을 위해 전남교육청의 다양한 다문화교육 정책들을 활용하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이 차별 받지 않고 사회 안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전남 다문화교육 진흥 계획’을 수립하고, 세 가지 영역에서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 

먼저 학교 구성원의 다문화 감수성을 끌어올린다. 다문화 이해교육 의무화, 다문화교육 정책학교 운영(59교), 교원 연수, 다문화 학부모 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맞춤형 교육 지원을 확대했다. 유아 언어발달 지원 대상을 중도입국생 중심에서 다문화가정 전체 유치원생으로 확대, 전수 진단검사를 시행해 수준별 지원에 나섰다. 또 한국어학급, 찾아가는 한국어교육, 학습지원 방문강사, 다국어 통·번역 교육자료 제공 등의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셋째, 지역사회 협력체계를 강화했다. 전남도청, 시·군청, 시·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전남다문화교육지원센터 등 유관기관들과 광역·지역별 네트워크 협의회를 운영하고, 보다 촘촘하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영암교육지원청이 지역 아동센터와 학교, 영암군청과 협의회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영주 교사는 “다문화·외국인 학생들이 우리 지역사회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면서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정책들이 더 촘촘하게 생겨나고, 그 정책들이 교육현장에 많이 홍보되어 사각지대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어학급 수업 시간

글 김우리  사진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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