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후학 키우는 신안 도초고 김장홍 교장

교사로서 첫발을 내딛은 때가 1989년 9월이었으니 교육현장에서 보낸 세월만 30년이 넘었습니다. 부지런히 공부했고, 나름의 교육철학을 정립하려고 애썼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교사 생활의 황혼기를 고향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며 보내고 있는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도초고는 2014년에 신안의 거점고등학교가 되었습니다. 교직원 40명에 전체 학생수가 179명이니 섬 지역 학교로는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죠. 비금도를 비롯해  도초도 밖에서 온 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죠. 이런 인적 구성이 주는 다양성이 우리 학교의 매력이면서 한편으론 어려움입니다. 

도초고는 진학지도 우수학교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기반이 탄탄한 학교에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교육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교장공모에 도전해 올해 취임했습니다. 이곳이 고향이다 보니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고향 후배’들을 지도한다는 생각에 설렘도 컸습니다.

 

김장홍  신안 도초도 출생. 1989년 교사 생활을 시작해 30여 년 동안 교육에 헌신하고 있다. 2021년 도초고등학교에 공모제 교장으로 취임했다. 섬 학교의 취약점인 강사 수급과 문화예술공간 부족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교육공동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지역교육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장홍 신안 도초도 출생. 1989년 교사 생활을 시작해 30여 년 동안 교육에 헌신하고 있다. 2021년 도초고등학교에 공모제 교장으로 취임했다. 섬 학교의 취약점인 강사 수급과 문화예술공간 부족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교육공동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지역교육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초고를 ‘지역교육’의 상징으로 성장토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교육공동체 구축은 교사 생활 내내 이뤄보고 싶었던 꿈이면서 과제에요. 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 배우고 익힌 후 졸업 후에도 지역에 정착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 교육청과 지자체, 지역의 기관과 주민들이 협력해 학교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학교의 ‘자율적 교육과정 재구성 프로젝트’가 그 노력 중 하나예요. 섬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인적자원들과 교육활동을 함께 구성하는 건데, 도초도에 있는 섬마을 인생학교와 섬생태연구소,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등이 참여했죠.

여기에 커뮤니티맵핑마을지도 만들기이라는 방식으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주민들의 역량을 알아가며, 학생들에게 배움과 삶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도초도와 비금도를 잇는 도비길 다섯 구간을 따라가며 다섯 개의 주제를 담은 마을지도가 만들어졌어요. 반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저 스스로도 학생들의 감성을 이끌어내면서 ‘지역공동교육과정’을 개발한 좋은 사례였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소금을 비롯한 풍부한 역사적 유산까지 도초도에는 ‘지역교육’을 위한 인적·물적 토대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습니다. 물론 섬이 가진 환경적 제약도 있어요. 방과후강사 수급이나 문화예술·진로체험처 부족 등이 난제죠. 하지만 마을 전체가 지혜를 모은다면 세계적인 교육모델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리라 확신해요. 도초도는 결코 변방이 아닙니다.

어릴 적 제가 느낀 도초도는 외졌고 열악했습니다. 지금은 폐교된 서초등학교, 도초중학교를 다녔어요. 8㎞를 오가는 학교길이 비만 오면 물에 잠겨 방죽과 길이 구분 안 될 정도였죠.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개근상은 당연히 놓쳤죠(웃음). 공부를 썩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책은 가까이 했었어요. 당시에는 TV도 없어서 책읽기가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도서부장도 하고, 덕분에 마음껏 책을 읽으면서 자의식이 성장하는 걸 느꼈죠. 고등학교 시절 김소월과 윤동주의 시에 매료됐지만, 시인이 될 용기는 없어서 시인과 교사의 꿈을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사범대로 진학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책을 가까이했던 습관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제가 잘 아는 사람들과 눈 감아도 환한 고향에서 가르칠 수 있어 행복합니다. 고향을 멋진 학교이자 아름다운 삶터로 만들어 보답하려구요. 제게 주어진 시간을 이 일에 아낌없이 쏟다보면 아이들도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정리·사진 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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