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들의 '핫플' 애견유치원

<주석>

댕댕=특정 음절(멍멍)을 비슷한 모양(댕댕)으로 바꿔쓰는 요샛말
핫플=핫플레이스의 약자. 인기장소의 뜻

한때는 특별했다. 지금은 더 이상 유별난 ‘식구’가 아니다. 반려견, 반려묘 등이 일상의 평범한 동반자, 이웃이 된 지 오래다. 반려동물을 위한 식재료 가게와 병원은 당연, 교육시설, 카페, 유치원 등 관련 업종이 가파른 추세로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부터 초보적인 돌봄까지 일자리의 영역도 넓혀가고 있다. 전남만 하더라도 반려견들의 교육, 또는 휴식 등을 제공하는 시설이 20여 곳에 달한다.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문화와 산업을 넘어 사람들의 삶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새로운 세계’임이 분명하다.

김용현 대표와 훈련 중인 반려견들
김용현 대표와 훈련 중인 반려견들

애견카페와 애견유치원을 병행하고 있는 독앤트리(순천 신대지구)를 찾아 ‘새로운 세계’를 엿보았다.  독앤트리는 매일 50여 마리의 반려견들이 생활한다. 내부 공간은 일반 카페와 비슷하다. 다만 강아지들을 위한 안전장치 등이 섬세하게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반려견들이 나무 그늘 아래서 쉬다 가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처럼 크고 작은 개들이 450평의 잔디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있다.

 

체력은 기르고, 스트레스는 풀고

김용현 대표는 순천에서 나고 자라 올해 32살을 맞은 청년이다. 김 대표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진행하는 일은 어질리티 교육(체력훈련)과 아포마테라피(마사지, 스파 등) 프로그램이다. 독앤트리에서는 김 대표를 포함해 세 명의 직원들이 일한다. 모두 각 분야의 전문가 자격 과정을 이수했다.

업무는 새벽 6시부터 시작한다. 강아지들을 데리러 가는 것이 하루의 첫 일이다. 이곳 고객들의 상당수가 맞벌이 직장인이다. 이들을 위해 직접 강아지들을 데려오고 바래다주고 있다. 유치원 통학버스가 생각난다. 

반려견 뿐만 아니라 견주를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반려견 뿐만 아니라 견주를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약 50마리의 반려견이 등원하면 ‘수업시간’이다. 견들은 일대일 트레이닝을 받는다. 특정 습관과 기술을 익혀야 하거나 심리상태 지원이 필요한 경우 등 견들의 요구에 맞춰 개별 교육이 진행된다.

견들의 건강 유지를 위해 사료와 간식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 직접 엄선해 마련한 소·돼지고기를 그날그날 작게 잘라 조미료 없이 조리해 준다. 식성이 까다롭거나 가리는 음식이 많은 개들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소형·중형견과 대형견을 분리하는 애견유치원도 많다. 독앤트리는 야외 운동장에서 모든 견들이 함께 뛰놀고 생활한다. 견종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성격이 제각각이더라도 인간처럼 교감하고 우정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이 많은 사람이 더 어린 사람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마음이 있듯이, 견들도 어린 견들을 성견들이 지켜주고 보살펴준다.

견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후에도 일은 남아 있다. 당일 교육한 내용과 집에서 할 수 있는 교육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만들어 견주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비로소 유치원의 하루 업무가 끝이 난다.

장애물 넘기 훈련중인 반려견
장애물 넘기 훈련중인 반려견

 

견주들과의 소통 힘써

독앤트리에서는 반려견들의 교육만큼 견주들과의 소통에 심혈을 기울인다. 김용현 대표는 해를 거듭할수록 반려견의 교육보다 견주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걸 체감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유치원에서는 잘 하는데, 왜 집에 오면 다시 예전처럼 행동해요?”라는 물음이란다. 김 대표는 ‘견주’에서 답을 찾았다. 반려견의 행동 교정에는 견주의 변화도 필요하다. 때문에 독앤트리는 반려견의 등록에 앞서 견주와 충분히 대화하고 설득한다. 

반려견들을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하며 견주들도 성장한다.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반려견과 ‘진짜’ 가족이 되어 간다. 독앤트리 직원들이 꼽는 가장 보람된 시간이다.

독앤트리 외관. 넓은 운동장에서 반려견 훈련이 이루어진다.
독앤트리 외관. 넓은 운동장에서 반려견 훈련이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가끔 슬픈 결말도 마주하곤 한다고. “손!, 엎드려!, 기다려!를 가르치는 건 아주 쉬운 훈련이에요. 하지만 내향적인 강아지가 외향적으로 변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 잖아요. 외향성을 입히는 교육은 할 수는 있지만, 오히려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어요.” 김 대표의 말이다. 대부분의 견주들은 ‘내 아이’가 애교가 많고 사교성이 높고 아무데서나 잘 뛰어놀기를 바랐다. 교육을 통해서도 원하는 만큼의 변화를 보이지 않은 반려견들을 포기·방치하고 결국 파양하는 견주들도 있다. 독앤트리는 파양견들을 보살피는 일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애견카페나 애견유치원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당부 말을 남겼다. “안전의식과 책임감이 있어야 해요. 애정만으로는 계속 하기 어려워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드는 일이에요. 하지만 분명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꼬리 흔들며 반갑게 뛰어 들어올 ‘아이들’이, 또 교육으로 변화된 ‘아이들’의 성장이 고된 몸을 잊게 만들거든요.”

글 백수지  사진 윤성진

 

Tip. 반려동물 관련 학과: 광양하이텍고 반려동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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