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고 뜨겁게 희망이 떠오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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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뜨겁게 희망이 떠오르는 곳 
  • 전남교육소식
  • 승인 2020.12.3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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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해제반도에서 맞이하는 새해 

 

세찬 바닷바람 버틴 용정리 곰솔 

무안 가는 길, 완만한 구릉들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무안반도, 해제반도, 망운반도를 모두 거느린 땅이 무안군이다. 세 반도는 마치 경주하듯 바다를 향해 달려간다. 그 가운데 해제반도는 바다를 가르는 땅이 2차선 도로 폭 정도로 좁은 곳도 있다. 농경지 양쪽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 정갈하게 자라고 있는 진녹색의 배춧잎들이 붉은 황토색 위라서 더 도드라진다.

도리포로 가기 전, 먼저 월두마을에 들른다. 해제반도 들머리 현경면 용정리에 있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어촌이다. 마을의 지형이 초승달을 닮았다 하여 월두(月頭), ‘달머리’라는 고운 이름을 가졌다. 마을 길 끝에 가면 바다가 보이고, 그 왼편 바닷가에 웅장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여기까지 달려온 것은 이 곰솔 때문이다. 전라남도기념물로도 지정된 기품있는 해송이다. 안타깝게도 곰솔을 만나러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다. 제대로 난 길이 없어 겨울 배추와 선인장, 마늘까지 각종 작물들이 자라고 있는 밭을 빙 돌아가야 한다. 

350년 이상 살아왔다는 곰솔 앞에 서면 ‘압도’적인 ‘웅장함’, 이 두 단어가 직관적으로 떠오른다. 두 팔을 벌려도 다 안기 어려울 만큼 둘레가 굵다. 높이는 14m가 넘을 정도이다. 뼛속까지 아린 바닷바람 앞에서 오랜 세월 끄떡없이 버티고 서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더욱 더 감동스럽다. 월두마을 주민들은 해마다 음력 2월 1일이 되면 이 나무 앞에서 풍년과 풍어를 바라는 당산제를 올린다. 바다의 세찬 바람을 이 나무처럼 견디고 싶었을 것이다. 인생의 풍랑 속에서 무시로 흔들릴지언정 곰솔처럼 끝끝내 버티고 싶었을 것이다.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곳, 도리포

무안군 해제면 도리포는 서해에서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일출은 도리포 포구에서, 일몰은 송림이 빽빽한 도리포 포구 반대편의 백사장에서 볼 수 있다. 600여 년 전 도리포는 중국과 한반도의 활발한 교역의 통로였다. 1995년 10월, 강진에서 만들어진 고려청자 639점이 도리포 해역에서 발굴·인양됐다. 구름, 봉황, 국화, 연꽃 등의 생동감 넘치는 문양들이 새겨진 고려청자는, 만약 침몰되지 않았더라면 대부분 실생활에 사용됐을 그 릇이라고 한다. 

도리포의 또 다른 명물은 바로 숭어다. 도리포 숭어는 무안의 대표 먹을거리이다. 조선 시대 왕실에 바치는 주요 진상품 중 하나였을 만큼 특별했다. 청정한 무안 갯벌에서 나고 자란 도리포 숭어는 육질이 쫄깃하고 찰지기로 유명하다. 겨울철 가장 맛이 좋은 숭어의 이름은 무려 100여 가지에 이른다. 특히 무안 도리포 지역에서는 숭어를 크기에 따라 부르곤 했다. 어른 손가락만 한 것을 ‘모치’라 불렀고, 이 ‘모치’가 점점 제 몸집을 불릴 때마다 이름도 달라지는데 ‘참동어’, ‘댕가리’, ‘중바리’, ‘무거리’, ‘눈부릅떼기’라는 이름이 따라왔다. 완전히 자란 성어가 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대접받을 자격을 갖췄다 해서, ‘숭어 崇漁’라 부르기 시작한다. 

도리포 포구에 당도한 때는 아침 7시, 사위는 이미 밝아져 있었다. 해는 보이지 않고 바다의 표면 위에는 빛의 그물이 드리워져 있다. 일찍부터 일을 시작한 어부들은 나무로 불을 지피며 겨울 아침 한기를 쫓는다. 일명 ‘대포’라고 불리는 큼지막한 카메라를 삼각대에 장착 하고 일출 출사를 나온 사람들도 눈에 띈다. 해찰하듯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갑자기 ‘와~’ 하 는 소리가 들린다. 조건반사처럼 바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저 수평선 끝에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축제처럼 퍼져나가는 새빨간 빛들, 그 존재감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해.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뭔가가 울컥 치민다. 길게 늘어져 있던 마음의 현이 팽팽해지는 느낌이다. 맹렬한 속도로 떠오르는 일출을 배경으로, 마치 연출한 것처럼 이제 막 떠오르는 아침 해를 가로지르며 어부들이 바다로 나간다. 조금 전 추위를 쫓던 그 어부들이다. 그들 또한 태양의 일부인 듯 싶었다.

땅이, 그리고 우리가 바다를 향해 달려온 이유는 저 맹렬함과 뜨거움을 보고자 함이었을까? 매일 셀 수도 없이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마주할 때마다 새롭고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장관이다. 허무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식어버린 열정을 다시 뜨겁게 데우고 싶어 일출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떠오르는 해를 두고 사람들은 ‘희망과 시작’을 이야기한다. 뜨겁고 맹렬해야 희망이고 시작일 것이다.

글 백종옥  사진 장진주·무안군

 

풍요의 뻘밭, 무안 갯벌

무안 해제면과 현경면 일대에 이르는 풍요의 뻘밭, 무안 갯벌은 2001년 한국의 갯벌 습지 보호 지역 1호로 지정됐다. 2008년 1월에는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그리고 2008년 6월, 신안 증도 갯벌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무안 갯벌은 갯벌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갯벌로 인정받는 근거이다. 무안 갯벌은 또한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부터 흰물떼새까지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오고, 흰발농게가 하얀 집 게발을 들어 춤을 추며, 보기 힘들다는 둥글레 조개가 갯벌 깊숙이 잠을 자는 곳이다. 세계 5대 갯벌에 속하는 서해안 갯벌 중에서도 태고의 원시성이 살아있는 곳이 무안 갯벌이기도 하다. 1992년 영산강 간척사업의 일환으로 무안 갯벌을 메우려고 했을 때,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반대를 외쳤다. 그 덕분에 무안 갯벌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도리포에서 차로 15분쯤 가면 ‘무안황토 갯벌랜드’에 닿는다. 2017년 문을 열었다. 약 3만 7천여 평(12만 1,914㎡)의 부지에 황토 찜질방, 카라반, 이글루 등의 숙박 시설은 물론 생태공원, 분재공원, 과학관 등이 조성돼 있다. 갯벌을 따라 놓인 나무다리를 걸으며 칠게와 흰발 농게, 말뚝망둥어 등 갯벌 생물을 직접 관찰할 수 있고, 무안생태갯벌과학관에서는 무안 갯벌의 탄생과 가치 등을 샅샅이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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