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도 먹었던 한 끼 , 떠날 때까지 엄마처럼 챙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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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도 먹었던 한 끼 , 떠날 때까지 엄마처럼 챙길래요 
  • 전남교육소식
  • 승인 2020.12.3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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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만연초 송남숙 조리사 

송남숙 만 60세. 학교 급식실 근무 경력 19년. 오는 8월 정년. 조리사 역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 공로를 인정받아 전남교육감 표창, 화순군수 표창 등 수상.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급식이 비상이지만, 학생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

화순만연초 송남숙 조리사

학교 급식실로 출퇴근 한 지도 어느덧 19년. 아직 실감이 안 나지만, 내년이면 정년을 맞는다. 그동안 매일 아침 일찍부터 부산히 움직여야만 맛나고 따순 밥을 시간 맞춰 아이들에게 해먹일 수 있었다. 남들이 ‘FM’이라고 할 정도로 철두철미 정석을 지켜온 이유다. 

매일 이렇게 눈코 뜰 새가 없다 보니 정년을 실감하기 어렵다. 돌이켜보면, 나를 조리사의 길로 이끈 사람은 내 아들이다. 아들이 초등학생 때, 일기장에 날마다 ‘엄마가 해주는 밥은 맛있다’고 적어 학교에 소문이 날 정도였다. 마침 학교에서 조리사를 뽑는다며 제안을 해왔다. 사회활동을 하면서 따놓은 조리사 자격증이 있었다. 그렇게 농촌의 작은 학교에서 처음으로 조리사 일을 시작했다. 

그때는 급식 예산이 충분치 않아 항상 식재료 부족을 걱정해야 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찬을 해주고 싶어 발로 뛰었다. 교정에 열린 매실을 따다가 효소 고추장을 담갔고, 텃밭에서 채소를 길러 부족분을 채웠다. 고추며 상추며 웬만한 텃밭채소는 직접 재배했다. 몇 년이 지나고 졸업식 때 어느 졸업생 이 답사에서 “학교 점심은 앞으로도 꼭 생각 날 것”이라며 전한 감사 인사가 어찌나 기쁘던지……. 이후로 좀 더 아이들의 입맛을 살피게 되었다. 

화순만연초 송남숙 조리사

650명분의 밥을 짓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화순만연초로 발령을 받고 알게 된 자매와의 일화가 떠오른다. 퇴근길에 우연히 두 학생의 말을 엿듣게 되었다. “급식이 맛없다”는 것이었다. 놀란 마음을 숨기고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내가 누구인 줄 몰랐던 두 아이에게 조심스레 조리사임을 고백하고, 어떤 부분이 맛이 없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아이들이 이런저런 건의사항을 제시했다. 그 말을 귀담아 듣고 조리에 반영되도록 노력했 다. 이후 그 자매와는 허물없이 이야기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나중에 “급식이 맛있다”고 말해줘서 흐뭇했다. 맛과 건강이 제일이지만, 실제로 급식을 먹는 아이들이 급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급식실이 비상이라 ‘안전한 급식’이 가장 일순위다. 개학이 연기 되면서 4월 중순이 되어서야 급식소 문을 열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매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급식실을 쓸고 닦으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그때는 코로나 확산세에 겁을 먹기도 했고, 개학 연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막막했다. 우여곡절 끝에 급식이 재개된 후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우리 학교 급식실이 깔끔하게 리모델링 됐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언제쯤 마스크 없이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급식실을 떠날 때까지 처음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정리 김우리  사진 김현

 

송남숙 조리사가 전해주는 코로나 시대 급식실 운영 

 

화순만연초 전체 학생수는 609명. 학급 규모가 26학급이나 되는 꽤 큰 학교다. 급식실엔 영양교사와 조 리사·조리원 7명이 근무한다. 원래도 조리 업무로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던 급식실은 코로나19 방역 업 무가 더해져 더 바빠졌다. 급식시간에 학생들은 세 팀으로 나눠 차례로 먹고, 급식실 교직원들은 한 팀이 식사가 끝날 때마다 급식실 전체를 소독해야 하기 때문. 영양사 선생님, 실무사 선생님 등 급식실 식구들 과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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