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출신’ 여성 과학자 담은 다큐멘터리 '제인 구달'

스물여섯 살 풋내기 ‘과학자’가 침팬지를 연 구하기 위해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밀림 속으로 들어갔다. ‘과학자’에 인용부호를 두른 이유는 그 가 과학실험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고졸 출신’이 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니까 ‘그녀’다. 

사람들은 미인형 얼굴과 호리호리한 몸매에 더 관심을 가졌다. 그녀가 의미 있는 보고서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없었다. 다만, 그녀를 추 천한 인류학 교수 루이스 S.B. 리키의 믿음만은 확고했다. 

구달은 사람들의 기대(!)를 보기 좋게 배신했 다. 첫 번째 보고서가 영국의 과학계는 물론, 인 류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다. 침팬지들이 연장을 만들어 사용할 줄 알고, 껴안기와 뽀뽀하기와 악 수를 즐긴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구달은 “침 팬지는 사랑할 줄 알며, 분노와 슬픔 등 인간에게 익숙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계가 여전히 의구심을 가진 채 구달의 보고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대중매체는 그 녀의 상업적 가치를 놓치지 않았다. 미모의 여성, 아프리카 밀림, 침팬지, 과학계를 뒤흔든 놀라운 발견 등은 확실히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신문·잡지·TV·강연·출판 등 대중매체가 앞다퉈 그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구달 신드롬이 생겨났다. 못마땅해 하는 일부 남성 과학자 들은 “(연구 성과보다는) 다리가 예뻐서일 것이다”고 폄훼했다. 구달은 “기분이 좀 상했지만, 이 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두 번째, 세 번째… ‘놀라운’ 연구결과들은 멈 추지 않았다. 이제 구달은 스스로 얻은 과학적 결과물에 신체적 매력까지 보태져 영향력 있는 저명인사가 되었다. 구달은 그 영향력을 침팬지 서식지 보호를 위해 ‘이용’했고, 86살이 된 지금까 지 멈춘 적이 없다.

리키 교수가 침팬지 연구 프로젝트에 구달을 추천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열정’이었다. 당초에 구달은 리키의 연구를 돕는 조수였다. 리키는 구달이 원숭이에게 특별히 관심이 많고, 열정 또한 남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두 번째는 기존의 연구방법론에 구속받지 않 는 ‘열린 태도’였다. 그래서 ‘고졸’이자 ‘여성’인 구달을 추천했다. 통상의 방법론에 물들지 않은 인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구달은 리키의 믿음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기존의 연구자들은 침팬지를 뒤쫓았다. 침팬지는 도망갔다. 연구자들이 더 이상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구달은 쌍안경을 들고 그저 관찰했다. 침팬지들이 그녀 주위로 몰려들었고, 나중에는 아예 함께 살았다. 연구노트에 기록할 내용이 넘쳐났다. 

기존의 연구자들은 침팬지에게 번호를 붙였다. 구달은 암컷 우두머리 플로, 용맹한 데이비드, 난폭한 폼, 수컷을 유혹하는 지지 등등, 침팬지의 특징을 파악해 이름을 붙였다. 전통적인 학계는 구달의 이 방식을 비난했다. 구달은, 단순히 떼지어 다니는 ‘무리’가 아닌 고유한 ‘개성’을 갖춘 존재로 침팬지를 파악했다. 침팬지의 행동뿐 아니라 정서까지 알아낼 수 있는 접근법이었다. 구달의 방법이 ‘과학적’으로도 옳았다.

구달은 캠브리지대학교 역사상 학사학위 없 이 정식 박사학위를 받은 여덟 번째 사람이 되었 다. 도식화된 훈련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침팬지를 인간 ‘이하’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영예였다. 열린 열정이 시스템을 뛰어 넘은 것이다.

“내가 처음 밀림으로 갔을 때 기자들은 내게 타잔을 만나러 왔냐고 물었다.” 

구달이 침팬지 학자인 것만은 아니다. 환경 및 동물권 운동가이자 유엔 평화대사로서 현재도 전 세계를 다니며 지구와 환경을 위한 강연회를 열고 있다. 또한 인류사를 통틀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해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으로 평가 받고 있다. 칼과 근육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남성, 타잔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녀가 제인 구달이다. 

글 이정우

이 글은 영화평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인 구달>, 그리고 두 권의 책 <제인 구달>(사이언스북스)과 <아이콘>(거름)을 참조해 작성한 인물 소개이다.

 

영화소개  제인 구달 Jane's Journey(2010) 
장르_다큐멘터리    상영시간_111분 감독_로렌츠 크나우어  출연_제인 구달, 안젤리나 졸리, 피어스 브로스넌 등  등급_전체관람가 

“사람에게는 모든 생명체를 지킬 의무가 있다.” 이 시대 가장 유명한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그는 23세에 케냐로 건너가 50여 년 간 침팬지 연구와 환경보호에 매달렸다. 안젤리나 졸리, 이효리 등 평소 자연보호에 목소리를 높이는 스타들의 멘토로 손꼽혀 ‘스타들의 스타’로 불리는 환경운동의 아이콘이다. 영화 <제인 구달>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하는 구달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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