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천태초·강진 옴천초 사례로 본 농산어촌 유학

농산어촌 유학의 좋은 사례로 화순 천태초등학교와 강진 옴천초등학교 사례를 소개한다. 매력 넘치는 다채로운 교육활동,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 건강한 먹을거리 등이 두 사례의 공통점이다. 도시에서는 쉽게 누리기 어려운 것들이어서 유학의 중요한 동기로 작동하고 있다. 

천태초와 옴천초의 유학 프로그램에는 지역사회와 학교, 주민들의 열정이 녹아들어 있다.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 모든 어른들이 힘과 지혜를 보탰다. 

교육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사회성 체득이다. 다름과 차이가 발생시키는 거리를, 이해와 조화로 좁히는 것이 사회성이라 할 수 있다.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버리지 않은 채 함께 어우러져 사는 방법을 훈련하고 익히는 게 사회성 체득 교육일 것이다. 

천태초·옴천초의 ‘유학’ 성공은 자칫 소멸할 수도 있었던 작은학교를 살렸다. 이 ‘살림’은, 그러나 형식에 불과하다. 살림의 적극적인 내용은 이질적인 것을 수용하고, 타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의 본질에 연결된다. 시골 학생, 도시 학생, 이들과 함께 몸 부딪히며 살아가는 선생님과 마을 주민 모두에게, 서로 그렇다. 때문에 천태초와 옴천초의 ‘유학’ 성공은 가장 높은 수준의 민주시민교육 과정이라 해도 넘치는 말이 아니다.

작은학교는 농산어촌에 먼저 부여된 숙제이다. 머지않아 도시도 작은학교 숙제를 받아들게 된다. 이미 받은 도시학교도 적지 않다. 전남교육이 먼저 치른 숙제는, 그래서 미래가치를 담고 있다. ‘전남교육이 미래다’ 시리즈의 세 번째로 ‘작은학교로의 유학’을 다룬 이유다.

전남교육청은 지역사회에서 아래로부터 출발한 ‘작은학교로의 유학’을 전남교육의 보편 정책으로 가다듬어 2021년부터 힘차게 추진할 계획이다. ( . 9쪽 박스기사 참조) 

하늘에서 본 천태초. 산, 들, 작은 강이 어우러진 농촌마을 작은 학교다.

 

[사례1] 대도시 인근 작은학교 강점살린 화순 천태초등학교

“여기는요, 선생님들이 제 이름을 다 외워서 불러주니까 좋아요.” 
작년에 화순군 도암면 천태초등학교로 전학을 와 지금까지 유학생활 중인 서호 진 학생이 전하는 말이다. 

호진이는 광주광역시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전학왔다. 그곳에서는 선생님들이 호진이의 이름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불편하기도 하고 학교생활도 재미가 없다고 했다. 그와 함께 온 동생 호영이는 “시골학교에 다니니까 골프, 스키, 수영, 인라인, 자전거, 우쿨렐레 같이 재미난 프로그램이 많아 신난다”고 했다. 

개인레슨 수준의 특별교육 
천태초에 들어서면 넓은 잔디운동장이 펼쳐져 있다. 정면으로 본관이 있고 왼쪽에는 재능관이 오른쪽에는 트리하우스, 트램폴린 등 학생들의 놀이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옆에 허브하우스, 장미꽃밭, 아이들이 심은 배추와 무가 자라고 있는 텃밭이 있다. 

특별한 교육이 대부분 이뤄지고 있는 곳은 재능관이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특기적성 교육이 운영되고 있다. 기타, 우쿨렐레, 바이올린, 피아노 등을 배울 수 있는 음악실, 코딩, 로봇과학을 배우고 익히는 스마트 교실, 미술실, 국악실, 스크린골 프 교실까지 갖춰 아이들은 끼를 맘껏 발휘하며 꿈을 키울 수 있다.

천태초는 수영, 스키, 골프, 인라인, 자전거, 영상제작 등을 제대로 익힐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일명 ‘마스터 프로젝트’다. 이 중 수영은 인근 광주에 위치 한 어린이 전용 수영장을 통째로 빌려 강사 1명이 학생 4명을 한 반으로 꾸려 꼼꼼 하게 지도한다. 때문에 학생들은 졸업할 때쯤이면 접영까지 거의 완벽하게 익힐 수 있다. 

천태초는 기타, 우쿨렐레, 바이올린, 피아노, 스크린골프 등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활동 공간을 갖추고 있다.

지역학생 15명, 유학생 13명 
천태초의 전교생은 28명이다. 지역학생이 15명, 유학생이 13명이다.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수도권과 광주 등 도시에서 찾아왔다. 성공의 비결은 도시와 차별화 된 체험학습, 방과후 프로그램, 학생·학부모와의 밀접한 소통, 그리고 완전학습이 이뤄질 때까지 보살피는 책임교육이다. 

“천태초 학생들은 에너지가 넘친다.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고 쑥쑥 성장한다. 그래서 더 많이 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돕고 싶은 마음이 마구 솟는다. 학교 교직원들이 공모사업에 적극적인 이유다.” 박지선 교사가 말했다. 

한때 천태초도 학생수가 급감했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 마을과 학교의 고민이 컸다. 마침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유학사업 공모를 알게 돼 도전한 것이 지금의 성 과를 낳았다. (▶자세한 내용은 10쪽 참조) 

농촌유학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숨은 조력자들이 많았다. ‘허브구름달 교육나눔협동조합’은 농촌유학 사업 전반을, ‘도장리밭노래마을학교’는 유학생 체험 활동을, 농가들은 유학생들의 생활을 전담했다. 지역사회와 학교가 일군 교육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의 행복이 자란다. 

 

[사례2] 산촌유학으로 각광받는 강진 옴천초등학교

강진군 옴천면 옴천초등학교 코앞 ‘옴냇골 산촌유학센터’에선 매일 여느 가정과 다름없는 아침 풍경이 펼쳐진다. 아이들이 잠이 덜 깬 몸을 일으켜 따뜻한 밥상 앞에 앉아있다. 양치하고, 옷 입고, 책가방까지 챙기면 드디어 등교 준비 완료다. 산촌유 학을 온 도시 학생들의 설레는 하루가 시작된다. 

옴천초는 산세 좋고 물 맑기로 유명한 옴천면 개산리에 있다. 탐진댐 상류권의 청정지역이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마을이다. 오염되지 않은 내를 끼고 펼쳐 진 들판과 산자락을 보노라면, 학교가 ‘산촌유학의 산실’로 자리매김한 배경을 두 눈으로 실감한다. 옴천초는 천혜의 환경을 이용해 친환경 건강교육, 문화와 예술, 감성 교육에 중점을 둔 ‘힐링산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교생 36명 가운데 8명이 산촌유학생이다. 3명은 옴냇골 산촌유학센터에서 생활하고, 2명은 지역 농가에서 지내며, 3명은 가족과 함께 마을에 정착했다. 폐교 를 걱정했던 작은학교가 지금은 인근 지역에서 학생수가 가장 많은 학교가 됐다. ( ▶자세한 내용은 11쪽 참조)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는 강진 옴천초 학생들

유학센터와 학교의 상생 효과 톡톡 
옴천초는 유학센터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왔다. 유학 프로그램은 학교 주도로 운영돼 지역 안팎으로 신뢰가 두텁다. 옴천초의 산촌유학프로그램 담당 김민국 교사는 학교와 센터의 관계를 ‘상생’으로 표현했다. “센터가 잘 운영되면 유학생들이 편하고, 유학생들이 많아질수록 학교는 활기를 띠게 되죠. 서로가 잘 할 수 있는 역할 을 하면서 상생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학생들의 숙식을 도맡은 센터는 학교로부터 교육·행정지원을 받고, 학교는 센터의 인프라와 예산을 활용해 교육자원을 확보한다. 또 교직원들은 자주 센터를 방문해 유학생들의 생활을 살피고, 유학생 가족의 정착을 위해 빈집을 연결하는 역할까지 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옴냇골 산촌유학센터 조하영 센터장은 “학교가 먼저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고, 센터 생활의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본다. 그런 노력이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하고 있다”며 엄지를 추켜 세웠다. 

조 센터장은 평일 24시간 센터에 상주하면서 유학생들을 돌보고, 숙식과 생활지도 등을 책임지고 있다. 유학생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센터에서 생활하게 됐지만, 개인방과 개인 샤워시설이 갖춰진 안락한 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 아침과 저녁 식사는 매일 가정식으로 조 센터장이 정성껏 차린다. 

① 소규모 수업은 작은학교의 장점 ② 산세 좋고 물 맑기로 유명한 옴천면 개산마을 풍경 ③ 학교 텃밭에서 무, 배추 등을 기른다. ④ 여느 가정집과 다름없는 옴냇골 산촌유학센터

 

도시학생과 지역학생 모두 만족 
“공기가 매연없이 깨끗해서 학교 밖에서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요. 가장 좋은 점은 모든 학년이 함께 어울려 놀 수 있고 서로 잘 챙겨주는 것이에요.” 4년 전 경주 지역 지진 피해로 부모님과 함께 옴천에 정착한 김수아 학생의 말이다.

“도시학교보 다 체험할 게 무궁무진하니까 아이도 훨씬 더 좋아하고, 정서적 안정에도 좋은 것 같아요.” 유학생의 학부모 김정석 씨가 만족감을 표했다.

옴천이 고향인 김은비 학생은 “다른 지역, 다른 나라 학생들이 와도 금방 친해질 수 있어요. 친구가 많아져서 좋아요” 라고 말했다. 강진 옴천초에는 도시와 산촌이 서로의 부족분을 메워주는 교육환 경의 선순환이 작동하고 있다.

 

◈ 전남 산·들·섬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 

도시의 초4부터 중2까지 학생들이 농산어촌 학교로 전학 와 6개월 이상 체류하며 농산어촌 생활과 교육활동을 체험하는 교육사업이다. 교육청, 지자체 등이 손잡고 유학비 등을 일부 지원한다. 체류 형태에 따라 농가에서 거주하는 농가형, 유학센터에서 기거하는 센터형, 가족이 이주해 마을에서 함께 생활 하는 가족체류형으로 구분된다.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은 ‘위드 코로나’ 시대 소규모 학교교육 추진과 더불어 학생 수 감소로 인한 농산어촌학교의 위기 극복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지난 12월 7일 서울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농산어촌 유학 확대에 나섰다. 지금까지 전남에서 농촌유학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곳은 8개. 운영 주체는 다르지만 학교의 위기를 마을의 위기로 여기고 학생이 찾아오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출발했다. 이 중 천태초·옴천초와 같이 폐교 위기를 극복한 사례도 다수다. 도교육청은 이 학교들을 모델 삼아 내년도 3월부터 순천, 곡성, 담양, 화순, 강진 등 14개 지역 면 단위부터 전 지역으로 확 산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희망 지역과 농가들을 모집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30개 학교 55개 농가(가족체류형, 기관 포함)가 신청했다. 

글 김지유·김우리  사진 마동욱·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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