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교육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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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교육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협력
  • 전남교육소식
  • 승인 2020.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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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마을교육과정을 만든 사람들 이야기

내가 살고 순천에는 도심을 흐르는 아름다운 하천인 동천이 있다. 동천은 시민들의 산책로이자 휴식처이며, 다양한 생물들을 만날 수 있는 생태환경학습장이기도 하다.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공간에서 동천마을교육과정이 출발했다. 순천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동천에서 새, 꽃, 곤충, 풀들과 사계절 내내 관계맺길 바라는 마음이 교육과정에 녹아있다. 

 

마을과 학교, 함께의 의미

2019년 10월 동천마을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발걸음이 시작됐다. 3개월간 동천워크숍을 진행하며 마을교육과정을 제안하고 같이 걸어줄 동지들을 부지런히 만났다. 올해 2월 동천마을교육과정팀이 구성됐다.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 활동가, 순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활동가, 생태문화해설사(마을교사), 초등학교 교사, 교육청 장학사 등이 뜻을 모았다. 특히 동천에 인접한 순천성동초, 순천삼산초 두 학교 담임교사들이 함께 해서 고무적이었다. 선생님들은 3·4학년 교육과정에 동천마을교육활동을 연계하기로 했다.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20번의 공식적인 모임을 가졌다. 비공식적 으로도 수차례 모였으니,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난 셈이다. 모임마다 함께 공부하고 토론했다. 교육과정 의 목적, 철학, 교육내용, 수업계획안, 현장교육 시뮬레이션 등이 진행 됐다. 8월에는 마을교사와 학교교 사가 함께 하는 생태환경학습공동 체 ‘생명생태 전남마을교육연구회’ 가 출범했다. 

서로 다른 삶의 현장에서 살아 온 이들이 만나 같은 목적을 위해 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더욱 이 그간 우리 사회는 교육과정을 학 교와 교사들의 영역으로만 여겨왔 지 않았나. 우리는 마을교육과정을 단순히 마을의 교육자원과 관련된 자료를 모아 가공하는 수준에 머물 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마을을 가장 잘 아는 마을교육주체들과 학교 교육을 가장 잘 아는 교사가 꼭 함께해야 했다. ‘함께 만들어간다’는 말의 의미를 체득한 놀라운 경험이 었다. 

넘나들기와 관계맺기

과정은 더뎠지만 합을 맞출수록 마을교사, 학교교사, 생태환경전문가들이 가진 장점들이 빛났다. 생태환경전문가는 동천의 동식물과 조류에 대해 전문적 지식들을 전했다. 오랜 기간 마을에서 생태환경교육을 펼친 마을교사는 현장에서 반응이 좋았던 생생한 교육 노하우 등을 전수했다. 생태놀이, 전래놀이, 과학실험 등 흥미진진한 교육법들도 공유됐다. 넘나들며 배운 과정들을 종합해 학교교사들은 교과와 연계한 수업계획안을 짰다. 수업계획을 바탕으로 워크북과 해설집을 만들고, 수업시연을 하며 촘촘히 준비했다. 동천마을교육과정은 과학 교과의 흐름과 맞추어 3학년은 동천의 물속 생물, 4학년은 동천의 식물을 주제로 5개 단계(다가서기-알아보기-만나기-표현하기-실천하기)로 구성됐다.

7월, 드디어 순천삼산초 4학년과의 첫 수업이 열렸다. 담임교사이자 팀원인 이윤숙 선생님이 수업을진행했다. 학생들의 활동을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학교 갈 때마다걸었던 동천에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는 줄 몰랐어요.”, “동천에서 왜가리랑 다슬기를 본 적이 있는 데 학교에서도 배우니까 반갑고 자세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빠랑 운동 다닐 때는 동천에 나가기 싫은 날도 많았는데, 이곳이생각보다 재밌는 곳인 것 같아요.빨리 나가보고 싶어요.” 우리의 넘나듦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아쉽게도 그 뒤 학생들은 코로나19와 장마로 인해 물고기 채집과 관찰 활동 등 현장 활동을 진행하지 못했다. 대신 온라인교육으로 수정되었다.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동천 물고기를 만났다.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려면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을 선생님들이 ‘동천 알아가기’ 수업 때 와 도움주셔서 그런지, 아이들은 동천에 얼른 나가서 선생님을 다시 만나고 싶어 했어요. 다시 만나면 더 반가워하겠지요?” 이윤숙 선생님의 말이다.

또 남현주 선생님은 “동물과 식물, 놀이 등 각 분야에 전문가이신 든든한 마을교사와 함께 하기에 아이들과 동천 현장에 나갈 용기가 생겨요”라고 말했다.

 

주체들의 성장

학생들처럼 어른들도 배웠다. 그리고 함께 ‘성장’ 했다. 학교와 마을이 상호작용 하는 방법과 지역의 자연환경을 청소년들의 배움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협력의 프로세스를 실천으로 익혔다. 협력은 지역의 교육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배움의 장소는 교실과 학교 담장을 넘어 마을로, 동천으로 영역을 넓혔다. 지금 살고 있는 마을이 교육의 현장이 되고, 마을의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지역의 청년으로, 주민으로 성장하는 마을살이를 꿈꾼다.

글·사진 김현주 전남마을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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