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가거도초로 첫 발령난 박현희 선생님

교대 졸업 후 첫 발령지가 가거도초이다. 오래전에는 어땠는지 알 수 없으나, 최근에는 신규 선생님이 섬, 그것도 가장 먼 섬으로 오는 사례는 없다고 한다.

“지도 검색부터 했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지만 발령받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죠. 하하~”

학교는 전라남도 서쪽 끝, 집은 동쪽 끝 광양이다. 주말에 집에 가려면 도로와 바다 위에서만 5시간 이상을 보낸다. 왕복 10시간이다. 주말이 반토막 나는 것이다. 그나마 집으로 가지 못할 때가 많고, 섬으로 돌아오는 길에 배가 뜨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고서 다시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다.

“학교 일 외 다른 교류나 자기계발을 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죠. 하지만 온전히 아이들과 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아니죠. 잘 활용해 볼 생각입니다.”

가거도초 박현희 교사

섬 학교 경험이 있는 선배 선생님들이 특별히 ‘건강관리’를 당부했다. ‘공기도 좋고, 싱싱한 것들이 많은데 왜?’ 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섬이거나 육지에서 가까우면 섬을 ‘즐길’ 수도 있다. 가거도는 다르다. 쌀을 준비해 밥을 해먹으려 해도 다른 식재료를 구입할 곳이 없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챙겨보았으나 한계였다. ‘먹방’으로 치면, 점심 학교급식 때가 최고의 시간이다. 나머지 끼니는 즉석식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햇반이나 라면을 먹으면서 ‘건강관리’ 조언의 의미를 깨달았다.

행사를 하든, 새로 비품을 들이든, 하나부터 열까지 선생님들이 직접 해야 한다. 예산이 있더라도 도움을 받을 ‘외부’가 없기 때문이다. 가벼운 비품의 경우 주문 후 일주일을 기다리는 건 예사다. 무거운 것들 (예: 냉장고)은 목포가 배달의 종착지이다. 이후부터는 선생님들의 몫이다. 열정과 헌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기술적 난제’들이다. 먼 데 섬이어서 감내해야 하는 ‘추가적’인 노동들을 일일이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 하지만 보상도 있다.

“지역사회나 아이들에게 어느 학교 선생님보다 존재감이 크다는 걸 느낍니다. 보람이기도 하고 무거움이기도 하죠. 아이들의 학습과 성장과정을 세심하게 살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교사로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특별한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넓지 않은 섬, 많지 않은 아이들과 학부모들, 가르치고 대화하고 만나는 사람과 공간의 반복, 자칫 무료할 수도 있는 일상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고 물었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아이들이 맑고 아름다운 섬을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냥 저절로 그렇게 느껴집니다. 가장 큰 기쁨이죠. 무료하다기 보다는 익숙해서 편한 점도 있죠. 이런 환경 때문에 교육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첫 발령지가 가거도초라는 점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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